Share

제877화

심경서의 점잖은 얼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박연희는 혹여나 그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다시 한번 강조했다.

“4년 전, 제가 심씨 집을 떠날 때 전 이미 심씨 집과 의절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심경서는 바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그는 옆에 있는 자신의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박연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의절할 수 있어요? 박연희, 어떻게 심씨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습니까? 제 몸에는 아직도 당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몸에는 어르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아들 진범이도 심씨 집안의 혈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와 인연을 끊을 수 있죠?”

박연희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예전 같으면 아마 불공평한 운명에 대해 분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박연희는 성숙한 여인이 되었으니 운명에는 공평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경서는 심씨 가문의 적손이고 심지철이 일념으로 키운 사람이다. 그리고 심경서와는 달리 박연희는 단지 충동의 산물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기뻐해야 한다. 박연희에게는 진범이와 조민희가 있으니까.

박연희는 항상 마음속으로 감격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었기에 심씨 가문을 대하는 일이 훨씬 덤덤해 보였지만 그녀가 담담할수록 심경서가 그녀를 내려놓을 수 없음을 더욱 드러냈고 심씨 가문은 더욱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

박연희를 잊을 수 없는 것도 그들이고 그녀를 강제로 가게 한 것도 사실은 그들이다...

박연희와 심경서는...

박연희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사람들과 대치하게 되며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 역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자 심경서가 천천히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그때,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심경서의 얼굴이 돌아가고 이내 김이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서 씨, 그럼 당신은 나에게 떳떳합니까? 우리 몇 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당신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뭐예요?”

심경서는 화끈거리는 한쪽 뺨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연희 씨를 찾으러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