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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차 안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박연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서인에 대해 거짓말한 게 재미있었어요?”

조은혁이 몸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의 성깔도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너도 남자친구를 지어내서 나를 화나게 했잖아. 그 사람이... 정말 네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어?”

박연희가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녀는 이례적으로 그에게 답변을 주었다.

“그 사람은 이지훈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로티에 있을 때, 지훈 씨가 저를 많이 도와줬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 연락했고요.”

조은혁은 예민한 남자이다.

박연희는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지훈에 대해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조은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지훈이 너에게 구애할 때, 설렜어?”

박연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몰고 바깥의 어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다른 나라에서 보살핌을 받고 또 서로 이혼을 했으니 쉽게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죠... 설렜던 건 사실이에요.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러나 B시로 돌아온 뒤 박연희는 줄곧 조은혁에게 시간을 빼앗겼다.

그날 밤 주방에서 서로 어루만지고 키스를 하며 그녀는 이지훈을 거절했다.

물론 박연희는 이를 말하지 않았다. 이지훈을 거절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조은혁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해 그녀가 가졌던 충동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며 꿈처럼 느껴졌다.

밤이 깊어가고...

힘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다운 여인이 길목에 서서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아름다운 붉은 입술에 가슴이 깊게 팬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표정 속에는 생활에 쫓기는 듯한 낭패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연희가 급정거를 했다.

박연희는 차에 앉아 걷잡을 수 없이 그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여자는 진시아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날 때, 진시아는 초라하기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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