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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말이 끝나자마자 조은혁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박연희의 손에 쥐어져 있는 차 키를 가져가 음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범이 지금 병원에 있대. 빨리 가자.”

박연희는 묻지도 않고 그를 바짝 따라갔다.

지금, 이 순간에는 진시아와 하서인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진범이, 그들의 아들만이 우선이다. 심지어 조은혁은 밤에 술을 마신 것도 잊은 채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박연희도 뒤따라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때, 조은혁이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심지철에게 전화한 것이다.

그는 대표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으며 직접 심지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심지철, 진범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 조은혁 심씨 가문과 목숨을 걸고 싸울 거야.”

전화 건너편의 심지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조은혁은 휴대폰을 시트에 내동댕이쳤다.

가속페달을 밟자 BMW는 빠른 속도로 병원을 향해 질주했다.

차창이 내려오고 차가운 밤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박연희는 그의 옆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음 길목의 빨간 등불에 따뜻한 손바닥 하나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덮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박연희는 이 온기가 필요했다...

30분 후, 차는 입원실 아래층에 주차되었고 B시 병원의 최고급 병동에서 조은혁과 박연희는 그들의 아들인 진범이를 보게 되었다. 소파에 멀쩡히 잘 앉아있었지만 소매는 걷어 올리고 팔꿈치에는 흰색 테이프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방금 피를 뽑은 것이 분명했다.

병실 입구, 조그마한 불빛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진범이가 작은 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조은혁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 보였지만 진범이에게 다가가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나지막이 물었다.

“피 얼마나 뽑았어?”

그러자 진범이가 입술을 달싹이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500mL요.”

“500mL?”

조은혁은 조용히 다시 한번 반복하고는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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