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가 순식간에 애처로운 신음을 흘렸다.그녀는 남자의 가슴에 손을 대고 필사적으로 거절했지만 남녀의 힘은 차이가 너무 분명한지라 조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결국, 박연희는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그가 가져다주는 정조를 막아냈다.조은혁은 너무 오랫동안 옆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던지라 허겁지겁 박연희의 몸을 삼키기에 급급했다. 게다가 이때 박연희는 그 어떤 힘도 없어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조은혁에게 있어 이렇게 대충 한 번 하는 거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처음은 그래도 낭만적이며 물처럼 부드러움이 가득해야 한다.하여 그는 애써 이성을 되찾아 무례함을 버리고 그녀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도록 노력했다.사색을 마친 조은혁은 잠깐 텀을 두고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술을 포개어 쉰 목소리로 말했다.“침대에 가서 한 번 할까?”“싫어요!”박연희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그녀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지만 아무리 용기를 내어 힘을 써봐도 조은혁을 이길 수 없었다.“저더러 이불을 가져오라고 한 것도 결국 이것 때문이에요?”뜻밖에도 그는 쿨하게 인정했다.남자는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맞아. 네 생각만 해도 몸이 터질 것 같았거든.”조은혁은 또 박연희에게 만져보라고 강요했다.박연희의 작은 손이 그의 손에 잡혀 도무지 빼어낼 수가 없었고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 마침내 한 공간에서 마주쳤고 남자의 눈빛은 거의 박연희를 한입에 삼킬 정도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마침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정말 정이 남아있다면...]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뜻밖에도 심경서였다.그녀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 조은혁이 재빨리 수신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전화 건너편으로부터 심경서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연희 씨, 오늘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윤이가 심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만약 제때 수혈하지 않았
그가 소중하게 여기던 감정이, 그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실 한오리도 걸치지 않고 조은혁의 품에서 기뻐하다니.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조은혁보다 어디가 모자라단 말인가? 야밤에 심경서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이비서가 빠르게 달려와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 조각들을 보며 가슴 아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 몸에 풀면 안 되죠. 핸드폰을 이렇게 던져버리면 수리도 못 하잖아요." 이미 늦은 밤에 신경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비서에게 물었다. "핸드폰은 수리할 수 있지만 감정은 다시 수리할 수 없잖아요. 다시 수리할 수 없다면 가져서 뭐 해요?" 이비서는 조심스럽게 핸드폰 카드를 꺼내고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을 쓰레기통에 담아 넣었다. 일을 마치고 그는 신경서를 힐끗 바라보았다. "돌아가서 쉬셔야죠." "혼자 있고 싶어요." 이비서는 흠칫 놀랐지만 결국 자리를 떠났다. 늦은 밤, 심경서는 혼자 달 아래서 앉아 있다가 쓰레기통 옆으로 다가가 미친 사람처럼 쓰레기통을 다시 뒤졌다.그러자 3개 파편들이 다시 맞춰졌다. 그는 핸드폰 속에 박연희의 사진이 있음을 기억했다. 박연희는 심씨 저택의 월계수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달빛에 나무 뒤에서 박연희의 얼굴을 더욱더 생생하게 비쳤고 그건 심경서가 여태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는 무엇에 이끌린 듯 그녀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담았고 몰래 소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이 자신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심경서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그 파편을 안아 들고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그와 박연희의 과거가 그렇게 깨졌다. 그렇게 산산조각 났다. ...오피스텔에서 조은혁이 전화를 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박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방안의 모든 등을 껐다. 이렇게 하면 오랜만에 만난 그들이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그도 하고 싶은 대로 그녀에게 할 수 있었다. 마음속에 부담을 가질 필요
이른 아침 박연희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 그들이 밤중에 했던 남녀간의 사랑의 냄새가 간간이 올라왔다. 그리고 침대맡에는 어젯밤 그녀가 입었던 실크 잠옷이 놓여져 있었다. 실크잠옷이 머리맡에 개어져 있었지만 어젯밤의 격렬한 사랑에 구김이 진 건 여전히 보아낼 수 있었다. 박연희는 어젯밤 그들이 나누었던 관계를 떠올렸다. 조은혁은 여전히 예전과 변화가 없었다. 금방 시작했을 때 그는 항상 그녀를 귀하게 다루다가 뒤에 흥분했을 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격렬하게 움직인다. 보통 여자들은 그의 이토록 강렬한 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젯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박연희는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잠옷을 입고 욕실로 들어갔다. 물을 틀어놓고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잠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어젯밤의 빨간 자국들은 가려지지 않았다. 그 모든 건 그의 난폭한 소유욕이었다. 어젯밤 그녀의 울부짖음과 서로에 대한 욕망을 생각하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결코 후회하진 않았다. 그들은 모두 성인 남녀였다. 어젯밤 그들은 오랫동안 참아왔던 자신들의 욕구를 분출할 돌파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게다가 그녀도 오랫동안 남자와 관계를 하지 않았기에 그의 움직임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다시 이로써 조은혁을 사랑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냥 욕구를 분출한 것뿐이었다. ...박연희가 간단히 씻고 나온 후 용기를 내 안방으로 들어갔다. 조은혁은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알몸으로 하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의 구릿빛 피부에 여자의 손톱자국이 몇 개 나 있었다. 그건 어젯밤 그녀가 절정에 올랐을 때 새긴 상처였다. 그리고 그의 양옆에는 조진범과 민희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진범은 아빠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민희는 조은혁의 품에 안겨 얼굴을 아빠의 가슴속에 기대여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리
박연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다른 사람을 찾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미 10명 정도와 관계를 했어요. 외국 남자들이 얼마나 튼실한데 당신이랑 비할 수가 없죠."그녀의 말에 조은혁은 박연희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부드러운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입만 살아서는." 박연희는 그런 그를 상관하지 않고 방에서 나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범진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다행히도 뜨겁지 않았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조은혁은 여전히 침실에 남아 두 아이와 함께했다. 민희가 먼저 잠에서 깨어 두 눈을 비비며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조은혁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아빠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것이다. 민희가 잠에서 깨어 옆의 아빠에게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범진 오빠는 아직 깨지 않았어?"조은혁은 500ml의 피가 갑자기 생각났다.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으나 그는 딸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범진 오빠는 어제 너무 피곤해서 오늘 오래 자는 거야. 이번 주일 내내 범진 오빠가 집에서 민희와 같이 놀아줄 거야." 민희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민희는 범진 오빠를 가장 좋아했다. ...범진은 10시에야 일어났다. 아침을 먹은 후 조은혁은 범진이 걱정되었는지 전신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고 박연희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검사를 마치자 다행히 범진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조은혁은 범진을 안고 계단을 내려왔다. 범진도 남자아이였기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혼자 내려오려고 했지만 조은혁은 그런 범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얼굴이 지금 창백해." 예전에 그는 나쁜 남자라서 박연희와 범진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지금 그는 모든 걸 보상할 것이다. 범진도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아빠의 반짝이는 눈물을 보고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아빠의 어깨에 기대었다. 사실 이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비뇨과가 보이자 조은혁은 힐끗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박연희의 눈에
조은혁의 말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콘돔을 끼면 불편하다고 묶으려 하다니.주방에서 그녀에게 이런 말을 내뱉었는 그가 만약 은밀한 공간이라면 어떤 미친 말을 내뱉을지 박연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박연희는 아이들이 아직 집에 있다고 경고했다. 조은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관계를 안 하면 어떻게 애들이 생겼겠어?"그가 말을 마치자 조은혁과 박연희 둘 다 깜짝 놀랐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서인지 그녀와 조은혁은 모두 민희가 하인우 부부의 아이임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마치 민희가 자신들의 친자식이라고 생각했다. 냄비 안이 물이 끓어올랐다. 그 소리에 박연희는 정신을 차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물이 끓었으니 만두를 찔게요.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말아요." 분위기가 얼어붙었지만 조은혁은 그녀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그녀가 주방일로 분주하자 그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꼭 붙잡고 아래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친밀하게 속삭였다. "내가 언제 헛소리했어? 나는 중요한 일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연희야, 우리 재혼 하는 게 어때?" 박연희는 순간 얼어붙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조은혁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박연희의 양손을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의 얼굴을 마주 보게 한 뒤 진지하게 말했다. "너랑 다시 만나고 싶어. 너랑 재혼하고 싶어."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조은혁은 심각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모른 척하지 마. 우리 어제 얼마나 좋았어. 너는 예전보다 더욱 나를 받아들였다고. 우리가 떨어져 있던 매일 밤 나를 생각한 거야? 내가 너를 어떻게 미치게 할지 생각한 거야?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욕구가 많아진 건가?"박연희는 그의 어깨를 살짝 내리쳤다. "은혁 씨, 그만해요." 그는 낮게 웃었다.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자신이 이마를 맞대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위로 내리 앉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심경서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는 차를 주차하고 자신이 묶는 별장으로 급히 돌아와 안방 문을 열었다. 안방에는 김이서가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성격이 온순하여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차분했다. 심경석이 안방 문을 걷어찼다. 김이서는 그의 심기가 불편한 걸 알아채고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 "경서 씨, 당신 이틀이나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들의 생사는 관심 없는 거예요? 돌아오자마자 신경 신경질을 부리는 거예요?"그녀는 결국 화를 냈다. 심경서는 그녀의 손에 든 물건을 내팽개치고 단숨에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넘어졌고 한참이나 일어나지 않았다. 심경서는 그녀의 몸으로 문서 하나를 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것 봐. 이게 네가 한 짓이지. 자신의 새끼를 건드리다니. 짐승도 새끼는 건드리지 않아. 김이서, 네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심윤을 이용한 거지. 자신의 아들을 밀어버린 건 진범의 피 때문이었어? 결국 박연희와 나를 갈라놓으려고 한 거지?" 김이서는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목소리를 내었다. "경서 씨, 함부로 사람 의심하지 말아요. 당신이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 왜 내 잘못으로 돌려요. 아들에게 관심이나 줬어요? 그럼 왜 집에 돌아오지 않는데요. 아들이 이렇게 다쳤는데 집에 돌아오지 않고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거에요?" 심경서는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명백한데 김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심경서는 그녀의 머리를 낚아채고 또다시 한대 내리쳤다. 문 앞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단번에 열렸다. 심씨 어르신과 심철산 부부였다. 심씨 어르신은 자신의 손자과 손자며느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경서 네가 밖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패는 거냐? 왜 이렇게 못났어!"심경서는 여전히 힘을 풀지 않았다. 그는 문서를 심씨 어르신에게 보여줬다. "여기
심씨 어르신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 "너의 과대망상이 그 여자를 해쳤어." 심경서가 미친듯이 웃었다. "과대망상이라고요? 사람을 좋아하는 게 틀린 건가요? 저는 단지 한 사람을 좋아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자신이 마음을 감추지 못한 것뿐이라고요. 그녀를 사랑했을 뿐이에요. 할아버지가 그 사람이 싫다 하여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잖아요. 이 사람과 잠자리할 때 약까지 먹어야 해요. 이 사람에게 성욕이 없으니깐요.""경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심씨 부인이 눈물을 흘렸다. 여러 해 전의 일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심경서 마음속의 비밀이었기에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 하하그가 직접 대놓고 모든 생각을 입 밖에 입 밖으로 내보냈다. 미친것인가. 심경서는 부드럽게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엄마, 미안해요. 더 이상 집에서 살기 싫어요. 더 이상 트루먼 쇼에서 살기 싫어요." 그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심씨 어르신이 무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가 많이 컸구나. 밖에 나가면 더 어려울 거야. 네가 살 수나 있을 줄 알고?" 심경서는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심씨 가문에 있는 게 치욕스러워요." 심씨 어르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4년 동안 심경서 때문에 걱정되어 밤잠 이루지 못한 날이 얼마였던가.어르신은 그를 어렵게 전임 자리까지 올려놓았고 심경서도 잘 따라왔다. 하지만 박연희가 다시 귀국하자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심경서가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김이서는 처참하게 소리 지르며 그를 따라 나왔다. "심경서, 빨리 돌아와!" 어두운 야밤에 그녀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심경서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떠났다. 자신의 아내에게서 벗어났다. 그녀를 버린 것이다. 그는 약을 먹어야만 그녀와 잠자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건 김이서 같은 규수에게 얼마나 큰 치욕이란 말인가. .
별장의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두 몸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들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심경서의 하얀 피부엔 땀방울이 맺혔다. 그의 기다란 눈 끝에는 눈물이 맺혔다. 여학생은 매우 깨끗했다. 그래서 그는 오랜만에 만족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이로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격렬한 밤을 보냈지만 정신을 차린 뒤에는 아마도 공허할 것이다. 그는 담배를 한 대 꺼내고 불을 붙여 천천히 피우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그런 그의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심경서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그런 여학생을 바라보다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지?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지?" 젊은 여학생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임윤아요. 가정 상황이 너무 힘들어 학비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이비서 님이 당신은 아직 젊고 잘 대해 해줄 거라고 했어요." "임윤아..." 심경서는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잔잔하게 웃었다. "예쁘게 생겼네." 그는 여학생이 마음에 들어 그녀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허벅지를 살짝 두드리며 그 여학생이 자신의 다리 위로 올라오게 불렀다. 그는 깊은 눈으로 근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혼자 움직일 수 있어?" 임윤아는 매우 고분고분했다. 그녀는 첫 경험이었지만 이 방면에서 많은 수업을 들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남자의 귓바퀴를 자신의 붉은 입술로 핥았다. 그리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심경서의 눈빛이 더욱 깊어지더니 급박한 호흡 소리를 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여학생을 아래로 깔았다. 그는 자신의 욕정을 참지 않고 연약한 몸에 모두 풀었다. 그리고 절정의 시기에 그는 박연희의 이름을 불렀다. "박연희..." 그건 마치 그의 가슴에 새겨 놓은 이름 같았다. 그의 눈가에 한줄기 눈물이 맺혔다. 사랑 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자신도 아팠다. ... 심경서는 임윤아를 별장에 데려와 살게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