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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박연희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고 그의 팔을 잡은 채 부드럽게 밀어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유독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니요.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조은혁 씨...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네요.”

조은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성숙한 남자이기에 여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여 그는 매우 뻔뻔스럽게 다시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인차 가서 처리하고 아침 일찍 올게.”

박연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일이 정말 급한지 조은혁은 외투만 챙겨서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가 내려갔을 때, 운전기사는 이미 아래층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질반질한 롤스로이스 차 옆에는 태극기를 단 검정색 차 한 대가 또 세워져 있었는데 새벽녘이 가까워져 오자 심경서는 차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밤바람에 찢긴 옅은 연무가 심경서의 얼굴을 희미하게 물들였다.

그는 예전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본 조은혁의 걸음걸이가 잠시 늦춰졌다.

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심경서를 향해 걸어갔다. 두 남자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훑어보았다. 이내 입을 연 조은혁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

“심경서 씨, 당신이 이렇게 연희에게 매달리는 것은... 그저 연희와 혈족 관계가 있다는 것 하나만 믿고 있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저도 있어요. 연희의 몸 안에 제 간이 있어요. 우리는 함께 진범이도 키웠고 그녀가 염려하는 어린 민희조차도 우리의 아이죠.”

조은혁의 말을 들으며 심경서는 묵묵히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 조금 전, 작은 주방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

그는 차에 앉아 조은혁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직접 보고 그들이 좁은 부엌에서 키스하고 쓰다듬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마치 어릿광대 같다고 느꼈다.

...

하룻밤이 지나도록 조은혁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박연희도 그에게 전화를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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