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196 챕터

제851화

독단적이라고?심지철은 등불 아래 앉아 그의 외아들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이 씁쓸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일어나서 밖으로 걸어갔지만 잠시 후 심지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서재에 들려왔다.“철산아, 너 내가 독단적으로 행동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럼 나 따라 한번 와봐. 네 귀염둥이 아들이 얼마나 미쳐버렸는지. 쟤가 무슨 무서운 말을 했는지 좀 보라고.”심철산은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아내가 종일 눈물로 지새우던 나날을 떠올렸고 집에 들락날락하는 의사들, 영양사뿐만 아니라 B시에서 손꼽히는 정신과 의사들까지 그의 경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는 아버지로서 자기 아들을 볼 수가 없다니.심지철이 침실 문을 밀어 열자 침대에 누워있는 심경서가 눈에 들어왔다. 심경서는 그새 살이 많이 빠졌고 그 옆에는 부드럽게 말을 걸고 있는 의사가 있었다.이어 심지철은 의사더러 물러나라고 명령했고 큼지막한 침실에는 남자 셋만이 남았다. 심지철은 천천히 침대로 다가와 심경서의 젊은 얼굴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래. 박연희는 이미 출국했어. 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박연희는 돌아올 기회가 없을 것이다. 경서야, 네가 마음속으로 나를 모질게 생각하는 것은 알고 있다. 물론 네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군. 그러나 넌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아라... 이 결과는 누가 초래한 것이냐? 바로 너, 심경서가 자초한 것이다.”“일반 가문이라면 이런 대역무도한 일을 용납할 리 없는데 하물며 우리 심씨 집안은 어떻겠냐? 네가 이토록 거리낌 없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데 만약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자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심씨 가문을 대신하여 적에게 칼을 건네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런 어리석은 손자는 받아들일 수 없네라.”...그의 말은 조금 모호하긴 했지만 심철산은 이미 어느 정도 알아맞혔다.그는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며 심경서를 불렀다.“심경서 너!”심경서가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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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조은혁은 박연희가 B시를 떠난 것을 모르고 있다.하여 거의 매일 2시간씩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저녁노을을 보고 황혼이 점차 대지를 뒤덮어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삼켜질 때까지 앉아 있곤 했다.그는 매일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렸다.하지만 박연희는 이미 출국했는데 어떻게 그와 만날 수 있겠는가?시간이 오래되어 그는 그날 밤의 온기가 지난 후 그녀가 후회했다고 생각했다. 박연희는 조은혁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를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한 달이 가고...설마 조민희도 그리워하지 않는단 말인가?조은혁은 심씨 저택에도 한 두 번 찾아간 것이 아니다.그러나 지금의 조은혁에게 있어 심씨 가문의 문턱은 미처 닿을 수도 없이 높았다. 그는 심지철을 만날 수 없었고 심철산 부부도 만나볼 수 없었다......그해 늦여름.조은혁의 간은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였고 결국 조은서가 강제로 그를 병원에 입원시켜 수술하고 요양하게 하였다.장씨 아주머니도 다시 그에게 돌아왔고 그녀는 변함없이 조은혁 부녀를 돌봐주었고 조은혁은 가끔 그녀에게 박연희의 행방을 물었지만 장씨 아주머니도 아는 것이 없었다.YS 병원 VIP 병동.조은혁이 수술을 마친 지 사흘째 되던 날, 장씨 아주머니는 그를 위해 닭백숙을 끓여와 한 손으로 조민희를 껴안고 병문안을 왔다.조민희는 작은 꽃무늬 치마를 좋아한다.그녀는 병상 옆에 앉아서 아기자기하게 혼자 놀고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뽀글이 인형같이 귀여웠다.장씨 아주머니는 조은혁의 시중을 들며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했다.“아가씨가 기어코 대표님을 몰아세우지 않았다면 대표님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제대로 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에는 그렇게 행패를 부리며 여자를 괴롭히더니 이제야 업보가 찾아왔겠지요.”그러자 조은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제가 다친 것은 간이지 신장이 아닌데요.”장씨 아주머니가 콧방귀를 뀌었다.“계속 날뛰면 간이 아니라 신장도 망치겠죠.”조은혁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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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거리에는 오색영롱한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고 양옆의 상가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공기 속은 여가수의 허스키하고 서글픈 노랫소리로 가득 채워졌다.단지 이 도시에는 그의 연희도, 진범이도 없을 뿐이다.떠들썩한 거리와 달리 조은혁은 잠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홀로 거리에 서 있었다.그 순간, 그는 심경서를 보았다.심경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을 보고 있었다. 그와 선을 보게 된 여인은 지적인 여성으로 외모는 그다지 놀랍지 않지만 관상이 좋고 기품이 상당히 우수해 보였다.양가 부모님들도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조은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밖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심경서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달리 눈에는 생기 하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그렇게 조은혁은 심씨 가족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심철산 부부는 그를 보고 매우 놀랐지만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혁은 심경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몇 마디 묻고 싶은 게 있어요.”심경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부모에게 말을 건넸다.“차 안에서 기다리세요.”옆 사람 없이 조은혁과 심경서는 하늘을 뒤덮은 네온 아래 마주 섰고 심경서는 조은혁의 붕대를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수술하셨다면서요.”조은혁은 예의상의 인사치레도 덜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연희는 어디에 갔습니까? 언제쯤 돌아오는 거죠?”그러자 심경서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그때, 마침 선을 본 여자의 차가 그들의 앞을 지나갔고 여자아이는 심경서와 작별을 고하자 특별히 차창을 내렸다. 이에 심경서도 그녀를 향해 점잖게 웃어주며 매우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안전운전하라고 말해주었다.하지만 웃을 때 그의 눈에서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싸늘하기만 했다.차가 떠나자 심경서는 차 꼬리의 방향을 보며 중얼거리며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잘 지내요. 곧 결혼하겠죠.”조은혁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들려온 결혼 소식에 어리둥절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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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조민희는 26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촛불을 꽂아두었다. 그리고 조은혁은 문을 열자마자 그 광경을 보고 순간 전기 충격을 받은 듯 심장이 찌릿하며 아파 났다.그는 시간이 지나면 조민희가 박연희를 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조민희는 결코 박연희를 잊지 않았고 그녀는 자주 어머니의 근황에 관해 물었다... 엄마 어디 갔냐고, 엄마 언제 오느냐고 말이다.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그들은 계속하여 박연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이듬해 박연희의 생일에 그는 조민희를 데리고 하와이에 갔다.그 이듬해 박연희의 생일에 그는 JH 빌딩을 다시 사들였고 그들이 살던 별장도 전부 사들였다. 그리고 그해 조은혁의 자산은 다시 정점을 찍었고 그는 다시 심씨 집안과 겨룰 수 있게 되었다.그해 심경서의 부인이 아들, 딸을 낳게 되었고 아이가 만 한 달이 되자 조은혁은 조민희와 함께 축하 연회에 참석했고 그는 심경서의 아이에게 큰 돈 봉투 두 개를 쥐여주었다.심경서의 아내인 김이서도 조민희에게 큰 돈 봉투를 쥐여주며 조은혁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해 조민희는 어느덧 이미 4살이 되었다.가녀리고 예쁜 아가씨가 되어 아빠 팔에 안겨있는 조민희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아가씨가 부러워 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조은혁은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평안 부적을 살짝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민희가 아주 어렸을 적,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준 부적이죠...”김이서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심경서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바로 그때, 심지철과 심철산 부부가 뒤늦게 도착했고 심지철은 조민희의 목에 걸린 평안 부를 보고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박연희한테 신분을 밝혔던 그 날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그날 그는 박연희를 직접 손바닥에 받들었다.그가 높이 치켜세울수록 경서와 그녀 사이에서 경서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무자비한 선택인지 뼈저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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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검은 우산과 검은 드레스는 빗속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를 그려냈다.4년 만에 박연희는 드디어 다시 B시로 돌아왔다.그녀가 B시로 돌아온 다음 날, 물건을 정리하던 중 그녀는 문득 4년 전, 조은혁이 그녀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그해, 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다.사실 박연희는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은 적이 없지만 변고는 항상 계획보다 더 빨리, 맹렬하게 찾아온다... 그에 비해 조은혁에 대한 그녀의 사소한 옛정은 참으로 보잘것없이 느껴졌다.잔잔한 아쉬움도 있고 미련과 걱정도 있지만 박연희는 후회하지 않았다.지난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다시 이 식당을 찾은 것은 그 시절의 아쉬움을 달래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인사를 하려는 이유가 컸다... 4년 동안 그녀는 이제 그들도 서로 마음을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고 길바닥에 생긴 물웅덩이가 번쩍번쩍 빛나며 사람들의 그림자를 비추었다.그때, 누군가의 어슴푸레한 얼굴이 비치고 조은혁은 순간 온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가느다란 실루엣을 바라보니 모든 충동이 순식간에 격앙되고 분명 하늘과 땅 사이는 아무런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그의 귓전은 귀청을 찢을 듯 거세게 울려 퍼졌다.그녀가 돌아왔다!박연희가 돌아왔다!박연희가 정말 뜻밖에도 돌아왔는데...그녀는 의외로 이곳을 기억하고 있다. 박연희는 조은혁이 그해 그녀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4년이나 늦어버렸다... 4년,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상전벽해를 겪었는가. 4년 동안 그는 여기에 몇 번이나 왔는가.박연희가 드디어 돌아왔다.그녀는 이렇게 평온하게 그의 곁을 스쳐갔고 마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4년 동안의 이별이 모두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의 앞을 지나쳤다...무언가가 뜨겁게 떨어질 것만 같았다.조은혁은 황급히 머리를 쳐들고 그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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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박연희는 마음이 아파왔다. 아까 이지훈과의 통화에 조은혁이 오해했음을 알아챘다. 스위스에서 이지훈이 박연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그들은 자주 만났었다. 이번에 그녀가 진범을 데리고 귀국한 사실을 이지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연희는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지훈은 지나간 과거였다. 여인의 침묵은 대체적으로 침묵으로 끝난다. 귀에 거슬리는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황금빛 차량이 도로변에 멈춰 섰다. 밤공기와 더불어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은혁은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차유리너머 와이퍼가 좌우로 움직였지만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다. 한참이나 지나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 연기가 차 안에 자욱했고 그의 향수 냄새와 뒤섞였다. 조은혁은 천천히 담배 반대를 피우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두 눈동자는 수많은 질문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조은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가 있는데 레스토랑에 왜 간 거야? 예전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 거야?”박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과 말투는 점점 심각해졌다. “말해.” 박연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고 나지막이 말했다. “우연히...우연히 만난 거예요.” 차 안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조은혁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 그들이 다시 대면한 그날의 분위기는 사실 좋지 않았다. 박연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운전해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민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네가 그렇게 떠나가면 민희는 네가 걔를 버린 줄 알아. 그래서 밤중에 계속 울면서 깨. 그때 왜 떠난 거야? 나랑 다시 재결합하고 싶지 않아서 민희도 버리고 떠난 거야?”“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그럼 뭔데?” ...박연희는 고개를 돌려 조은혁의 조각 같은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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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조은혁은 불도 켜지 않고 침대맡에 앉았다.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천천히 진범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진범은 몸을 뒤척거려 이목구비가 더욱 나타났다. 진범의 수려한 이목구비는 20대 초반의 박연희와 너무나도 닮았다. 갑자기 생각난 기억들은 조은혁의 심장에 비수처럼 날아와 아파왔다. 그는 상처를 품고 살았다. 4년이나 지나 그는 이미 명예와 부를 이루었다.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다고 생각했고 그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박연희와 다시 만나자 그의 상처는 다시 곪기 시작한 것이다. 조은혁은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떠났다. 박연희는 창가에 서서 그런 그를 내려다보았다. 조은혁이 오피스텔을 나와 차에 들어갈 때까지 박연희는 조용히 쳐다보았다. 조은혁이 떠나자 그녀는 진범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그녀는 침대맡에 놓인 수표 한 장을 발견했다. 박연희는 조용히 스탠등을 켰다. 수표에 적힌 날자는 그들이 약속한 날짜보다 더 전이었다. 순간 박연희는 가슴 속에서 통증을 느꼈고 그 통증은 서서히 서서히 퍼져갔다. 이 수표를 조은혁은 4년이나 몸에 지니고 다녔단 말인가. ...이튿날. 박연희는 진범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갤러리에 들렀다.몇 년간, 황 사모님이 도움 속에서 갤러리를 문제없이 경영할 수 있었다. 박연희는 황 사모님에게 20프로의 지분을 주었고 둘은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황 사모님과 만나 박연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은혁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황 사모님은 커피를 저으며 빙그레 웃었다.“몇 년 동안 그 사람은 정말 스캔들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젊은 아가씨가 접근했다고 하드라고요. 우리 집 아저씨 말로는 미용원 출신 아가씨라고 하던데, 그런 사람을 옆에 두는 게 너무 이상해요.” 황 사모님은 생각하다가 또 말을 이었다.“하서인이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박연희는 낮게 웃었다. 황 사모님은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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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달큰한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심지철은 쓰게 느껴졌다. 4년이나 만나지 못한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미 돌아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진범일 데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거냐.” 박연희는 서비서에게 눈짓을 주었다. 서비서는 그 뜻을 알아채고 몸을 일으켜 먼 곳으로 갔다. 박연희는 다시 시선을 거두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싶지 않네요.” 심지철은 심기가 불편했는지 목소리를 더욱 낮게 깔았다.“무슨 뜻이냐. 심경서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지난 일이야. 누구도 다시 거론할 사람이 없어. 연희야, 네가 나를 미워한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나도 그때 사정이 있었어. 집으로 돌아와라. 애비도 이젠 늙어서 네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박연희는 천천히 손에 든 찻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경서가 잘 지내고 있고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잖아요. 제가 다시 돌아가서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박연희는 쓰게 웃었다. “더 이상 감정싸움 하고 싶진 않아요.” 박연희가 그때 떠나간 것은 심지철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심씨 딸이 아니었고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빚진 감정이 없게 된 것이다. 박연희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심지철은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그도 더 이상 박연희에게 강요하지 않고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부탁했다. “돌아와서 살지 않아도 된다. 한 가족이니 모여서 밥이라도 한 끼 먹자. 몇 년 동안 네 오빠와 형수가 너랑 진범을 많이 그리워했어.” 박연희도 마지못해 알겠노라 동의했다. 심지철이 떠나고 박연희는 혼자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주말 저녁. 박연희는 혼자 한식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이번 모임에 심경서 부부를 제외한 심씨 사람들만 참석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식집에 들어가자 보이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송도윤 가족이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박연희를 보자 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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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심지철이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 심씨 가문 일에 조 대표는 끼어들지 마세요.”조은혁은 박연희의 팔을 자신에게로 힘껏 끌어당겼다. 그는 심지철의 냉철한 눈을 바라보며 그 기세에 맞서 입을 열었다.“이 사람과 저는 부부가 아니어도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은 내 아이 엄마이기도 하고요. 이 점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예요.”...심지철은 그의 말에 냉소했다. “그러면 조 대표는 우리 일에 굳이 끼겠다는 뜻이군요.” 조은혁도 차갑게 웃어 보이고는 반강제적으로 박연희를 끌고 나갔다. 송도연 가족도 분위기가 싸해져 급히 자리를 떴다. 룸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심지철은 얼굴빛이 어두워져 심경서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아직 걔한테 마음이 있는 거냐? 네가 결혼하고 애를 낳은 몸인 것을 잊은 것이냐? ...이렇게 경고망동 해서야. 내가 어찌 내 자리를 너에게 물려 주겠나.” 심경서도 차갑게 맞받아쳤다. “그럼 당신은요? 내가 부인과 자식을 잊었다고 했는데 당신은 체통을 잊으신 건가요? 당신은 아버지란 사실을 잊은 건가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 연희가 태어났잖아요. 연희가 정말 당신 딸이 되고 싶은 줄 알 아세요? 걔가 정말 돌아오고 싶은 줄 아시냐고요. 지금 밖에서 잘살고 있는데 왜 돌아오시라고 한 거에요? 보고 싶어도 가만히 있어요. 그게 심씨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지 않는 길이에요.” ...심경서가 말을 마치자마자 심지철이 그의 따귀를 때렸다.그때 문 앞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건 바로 심경서의 아내 조정윤이었다. 늦은 밤 남편이 갑자기 집을 나가자 그녀도 걱정되었는지 따라 나온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조정윤은 깜짝 놀랐다. “경서 씨!” 룸은 화려한 빛이 넘실거렸다. 심경서의 눈빛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의 조정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 조은혁은 박연희를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너무 큰 힘을 쓰는 바람에 그녀의 몸은 문에 부딪혔다. 그는 익숙한 듯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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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30분 후 차는 별장에 들어섰다. 이건 그들이 한동안 지내던 별장이었다. 다시 돌아오니 박연희는 감회가 새로웠다. 뒷좌석에서 내리자마자 한 소녀가 품으로 안겨 왔다. “아빠!” 민희가 조은혁의 다리를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조은혁은 한 손으로 민희를 안아 들고 차 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다리 위에 올려 놓았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고 민희는 아빠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박연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직 엄마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4년이나 떨어졌기에 민희는 엄마가 조금 낯설었고 엄마라고 부르기도 쑥스러웠다. 박연희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오랫동안 가지 않은 고향에 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조은혁이 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박연희를 힐끗 보았다. “안고 싶지 않아?” 박연희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안고 싶어요.” 그녀는 손을 뻗어 조은혁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다. 박연희는 민희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품에 파고드는 어린아이의 몸은 마치 새끼 고양이 같았다. “엄마...” 박연희는 그런 민희를 더욱 꽉 끌어안고 그녀의 작은 얼굴에 입 맞추었다. 민희는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꺄르르 웃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박연희 품에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박연희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그가 아이를 달래주기를 원했다. 어둠 속에서 조은혁은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4년 전에 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었지? 그런데 이미 4년이나 흘렀어. 근데 우는 아이를 달래기도 싫은 거야? 아니면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아이를 갖기 싫은 거야?” “아니에요.” 박연희는 조금 울먹거리며 민희의 얼굴에 자신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아이를 위로해 주었다. 차에는 적막과 함께 아이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조은혁은 그렇게 한 참이나 박연희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망울은 검은 바다와 같이 그윽했고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 그리고 그녀에 대한 갈망과 원망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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