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한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심지철은 쓰게 느껴졌다. 4년이나 만나지 못한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미 돌아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진범일 데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거냐.” 박연희는 서비서에게 눈짓을 주었다. 서비서는 그 뜻을 알아채고 몸을 일으켜 먼 곳으로 갔다. 박연희는 다시 시선을 거두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싶지 않네요.” 심지철은 심기가 불편했는지 목소리를 더욱 낮게 깔았다.“무슨 뜻이냐. 심경서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지난 일이야. 누구도 다시 거론할 사람이 없어. 연희야, 네가 나를 미워한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나도 그때 사정이 있었어. 집으로 돌아와라. 애비도 이젠 늙어서 네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박연희는 천천히 손에 든 찻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경서가 잘 지내고 있고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잖아요. 제가 다시 돌아가서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박연희는 쓰게 웃었다. “더 이상 감정싸움 하고 싶진 않아요.” 박연희가 그때 떠나간 것은 심지철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심씨 딸이 아니었고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빚진 감정이 없게 된 것이다. 박연희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심지철은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그도 더 이상 박연희에게 강요하지 않고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부탁했다. “돌아와서 살지 않아도 된다. 한 가족이니 모여서 밥이라도 한 끼 먹자. 몇 년 동안 네 오빠와 형수가 너랑 진범을 많이 그리워했어.” 박연희도 마지못해 알겠노라 동의했다. 심지철이 떠나고 박연희는 혼자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주말 저녁. 박연희는 혼자 한식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이번 모임에 심경서 부부를 제외한 심씨 사람들만 참석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식집에 들어가자 보이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송도윤 가족이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박연희를 보자 심철
심지철이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 심씨 가문 일에 조 대표는 끼어들지 마세요.”조은혁은 박연희의 팔을 자신에게로 힘껏 끌어당겼다. 그는 심지철의 냉철한 눈을 바라보며 그 기세에 맞서 입을 열었다.“이 사람과 저는 부부가 아니어도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은 내 아이 엄마이기도 하고요. 이 점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예요.”...심지철은 그의 말에 냉소했다. “그러면 조 대표는 우리 일에 굳이 끼겠다는 뜻이군요.” 조은혁도 차갑게 웃어 보이고는 반강제적으로 박연희를 끌고 나갔다. 송도연 가족도 분위기가 싸해져 급히 자리를 떴다. 룸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심지철은 얼굴빛이 어두워져 심경서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아직 걔한테 마음이 있는 거냐? 네가 결혼하고 애를 낳은 몸인 것을 잊은 것이냐? ...이렇게 경고망동 해서야. 내가 어찌 내 자리를 너에게 물려 주겠나.” 심경서도 차갑게 맞받아쳤다. “그럼 당신은요? 내가 부인과 자식을 잊었다고 했는데 당신은 체통을 잊으신 건가요? 당신은 아버지란 사실을 잊은 건가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 연희가 태어났잖아요. 연희가 정말 당신 딸이 되고 싶은 줄 알 아세요? 걔가 정말 돌아오고 싶은 줄 아시냐고요. 지금 밖에서 잘살고 있는데 왜 돌아오시라고 한 거에요? 보고 싶어도 가만히 있어요. 그게 심씨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지 않는 길이에요.” ...심경서가 말을 마치자마자 심지철이 그의 따귀를 때렸다.그때 문 앞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건 바로 심경서의 아내 조정윤이었다. 늦은 밤 남편이 갑자기 집을 나가자 그녀도 걱정되었는지 따라 나온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조정윤은 깜짝 놀랐다. “경서 씨!” 룸은 화려한 빛이 넘실거렸다. 심경서의 눈빛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의 조정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 조은혁은 박연희를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너무 큰 힘을 쓰는 바람에 그녀의 몸은 문에 부딪혔다. 그는 익숙한 듯 문을 잠갔다
30분 후 차는 별장에 들어섰다. 이건 그들이 한동안 지내던 별장이었다. 다시 돌아오니 박연희는 감회가 새로웠다. 뒷좌석에서 내리자마자 한 소녀가 품으로 안겨 왔다. “아빠!” 민희가 조은혁의 다리를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조은혁은 한 손으로 민희를 안아 들고 차 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다리 위에 올려 놓았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고 민희는 아빠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박연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직 엄마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4년이나 떨어졌기에 민희는 엄마가 조금 낯설었고 엄마라고 부르기도 쑥스러웠다. 박연희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오랫동안 가지 않은 고향에 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조은혁이 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박연희를 힐끗 보았다. “안고 싶지 않아?” 박연희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안고 싶어요.” 그녀는 손을 뻗어 조은혁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다. 박연희는 민희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품에 파고드는 어린아이의 몸은 마치 새끼 고양이 같았다. “엄마...” 박연희는 그런 민희를 더욱 꽉 끌어안고 그녀의 작은 얼굴에 입 맞추었다. 민희는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꺄르르 웃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박연희 품에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박연희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그가 아이를 달래주기를 원했다. 어둠 속에서 조은혁은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4년 전에 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었지? 그런데 이미 4년이나 흘렀어. 근데 우는 아이를 달래기도 싫은 거야? 아니면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아이를 갖기 싫은 거야?” “아니에요.” 박연희는 조금 울먹거리며 민희의 얼굴에 자신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아이를 위로해 주었다. 차에는 적막과 함께 아이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조은혁은 그렇게 한 참이나 박연희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망울은 검은 바다와 같이 그윽했고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 그리고 그녀에 대한 갈망과 원망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박연희는 민희를 밤새 껴안고 뽀뽀하고 싶었다. 커피머신에서 원두를 가는 소음이 들렸다. 조은혁은 아무런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외투를 벗은 길쭉하고 건장한 그의 몸은 셔츠에 감싸져 있었다. 어깨는 딱 벌어지고 허리는 가느다랬다. 장씨 아줌마의 말을 빌면 그를 밖에 놔두면 아마도 아름다운 나비들이 하루 종일 꼬일 것이다. 그는 커피를 담은 잔을 가지고 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민희 숙제나 봐줘.” 민민희는 입을 삐쭉 내밀며 기분 나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박연희는 사랑스러웠다. “숙제하는 게 싫어?” 민희는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나 할 줄 몰라.” 박연희는 더 생각하지 않고 민희의 문제집을 펼쳤다. 그 순간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모든 문제가 빨갛게 물들어 있던 것이다. 제일 간단한 1 +1 문제도 민희는 답을 3으로 적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수정한 뒤의 답이었다.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박연희는 그제야 조은혁이 민희 숙제를 봐주라는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의 끝을 알 수 없이 그윽한 눈과 마주쳤다. 그는 계속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연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준 적 없잖아요.” “어떻게 말해주는데?”조은혁이 얼굴은 불빛 아래서 차갑기 그지없다. 그는 흔들리는 박연희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4년 동안 넌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박연희, 네가 나한테 말해줘. 내가 어떻게 알려줘야 돼?” 그의 대답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의 말에 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품에 안긴 민희가 불쌍한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나는 멍청이야...” 박연희는 그런 민희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민희를 끌어안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가 놀랐잖아요.” 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키고 아이 앞에
박연희는 담담히 웃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누구도 기다릴 필요는 없죠. 나도 기분이 나쁘다거나 질투가 나는 게 아니에요. 축하해요, 여자 친구가 너무 젊고 이쁘던데요.” 조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답했다. “고마워.” 그들은 그렇게 헤어져야 했다. 박연희는 저도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 집은 예전에 자신이 지냈던 집이었지만 조은혁이 이미 새 여자 친구가 생겼으니 그녀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었다. 조은혁도 그런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거실에서 민희는 테이블 앞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숙제를 하고 있었다. 박연희가 다가오자 민희는 일어나 그녀의 옷자락을 붙들고 애교를 부렸다. “민희는 멍청하지 않아요.” 민희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엄마랑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멍청하면 엄마가 싫어할까 봐 아이는 불안해했다. 박연희가 어떻게 민희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민희를 품에 한참이나 안고 조은혁에게 말했다. “며칠 저희 집에 데려가고 싶어요. 괜찮아요?” 민희는 귀를 쫑긋 세우며 ‘범진 오빠’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박연희는 계속 말을 이었다. “범진과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어요. 일주일 후에 데려다줄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조은혁은 냉정하게 답했다. “보고 싶으면 범진을 데리고 와. 그리고 민희의 숙제도 도와주고.” 박연희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벌써 차 열쇠를 가지고 외투를 입었다. “데려다줄게.” 박현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조은혁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밖으로 이미 나갔다. “엄마...” 민희는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새끼 고양이와도 같았다. 민희는 엄마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범진 오빠도 보고 싶었다. 박연희도 그런 민희가 마음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민희를 안고 낮게 말했다. “엄마가 다음에 다시 올게.” 그녀가 나가자 민희도 그녀를 뒤따라 달려 나왔다. 박연희가 몸을 돌리자 민희도 그
앞에 신호등이 빨간불로 변하자 조은혁은 차를 멈추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내가 결혼한다면 내 아내가 민희를 잘 돌봐줄 거야. 학대할까 봐 무서워?” 말을 마치고 그는 고개를 돌려 박연희를 쳐다보았다. 박연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을 좌석에 깊게 기대였다. 그리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팔에 닿았다. 비록 옷에 가려졌지만 조은혁은 참을 수 없는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조은혁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20분 후, 그는 차를 그녀의 오피스텔 아래에 멈추었다. 그는 올라가지 않고 주말에 같이 밥을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 박연희는 곧바로 승낙하지 않았으나 조은혁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걱정하지 마. 우리끼리 밥을 먹는 거니까. 다른 사람은 오지 않을 거야. 너도 다른 사람 데리고 오지 말았으면 해.” 박연희는 그대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후 그녀는 벽에 기대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민희를 생각할 때마다 ‘자신을 멍청하다’고 하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하서인도 떠올랐다. 그녀는 조은혁과 하서인이 벌써 동거를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하서인이 민희에게 평상시에 잘 대해 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걱정이 되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그녀가 민희를 버렸다는 조은혁의 말에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 조은혁은 운전하여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 차가 멈추자 장씨 아주머니는 얼굴을 굳힌 채 밖에 서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장씨 아주머니의 지위는 점점 높아져 그녀는 대놓고 조은혁에게 말했다. “그렇게 원하던 사람이 왔는데 그게 무슨 태도에요?” “내 태도가 어때서요?” 조은혁이 차 문을 열고 내리지 않은 채로 의자에 기대어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그런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사람이 집에 왔는데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면 안 돼요? 그리고 말투
깊은 밤, 조은혁은 안방으로 돌아왔다. 넥타이를 풀고 씻으러 들어가려던 참에 고개를 든 그는 민희가 새끼 젖소 잠옷을 입고 큰 침대에 엎드려 자는 것을 보았다. 작은 엉덩이가 씰룩쌜룩하며 강아지처럼 귀여웠다. 조은혁은 넥타이를 곁에 놓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민희가 그의 곁으로 굴러와서 한쪽 다리를 안고 애교를 부렸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조은혁이 아이의 작은 몸을 들어서 품에 안았고 아이는 아빠의 복근을 만지며 놀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하얗고 귀여운 얼굴이 만두처럼 찡그려졌다.“아기는 바보예요.”아이의 작은 몸을 안고 있던 조은혁은 마음속으로 슬픈 기분이 들어 민희에게 입을 맞췄다. 민희가 두 살이 될 때 장숙자가 아이들의 책을 사와 민희에게 글과 숫자를 가르쳤지만... 민희는 아무리 해도 배워내지 못했다. 100번을 시도해도 다 실패로 돌아갔다. 하여 조은혁은 민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지능 발달에 대해 검사를 했는데 민희의 IQ 수치는 52로 나왔고 이는 경미한 지능 장애에 속했다. 그날, 조은혁은 민희를 안고 돌아왔고 민희도 무언가를 감지한 듯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은 채 조은혁의 소매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말했다.“아기는 바보예요.”그날 밤, 조은혁이 직접 민희에게 가르쳤지만, 민희는 여전히 배워내지 못했다. 밤이 깊어진 조용한 시각, 민희는 피곤한 얼굴로 조은혁의 품에서 자고 있었고 꼭 감은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반짝거렸다. 가엾은 아이의 모습에 조은혁은 이렇게 다짐했었다. 배우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고, 자신이 평생 키워주겠다고.민희는 5살이 되었고 유치원에서는 꼴찌를 하는 아이였지만 대단한 아버지를 둔 덕에 선생님은 아이를 나무라지 않았고 일부 젊은 미혼의 여 선생님은 기회를 타서 이 싱글대디한테 호감을 보였다. 하지만 조은혁은 한 번도 거기에 응답하지 않았다. 침대 머리에 기대서 품 안에 있는 딸아이를 보면서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박연희를 떠올리게 되었다. 조은혁은 정상적인 남자였고 그 방면의 수요가 일반 남자들보다 훨
평소 조정윤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심경서는 크고 부리부리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아내를 보면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야.”결혼생활 3년 동안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그녀를 차갑게 대했다. 조정윤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드러내지 않고 남편의 외투를 벗겨주면서 남편에게 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부족한 곳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버님께서 당신에게 화를 낸 건가요?”심경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때,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고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그렇게 했어도 심지철은 여전히 심경서에게서 마음을 놓지 못하고 그 사람을 걱정하고 있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심경서는 가운을 들고 샤워실로 갔다. 조정윤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한참이 지나 조정윤은 남편이 앉았던 자리를 만져보았는데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 자리에 앉았다. 심경서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금실이 좋은 부부였지만 남자의 진짜 속마음은 곁에 있는 아내만 알수 있는 것이었다...남편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다. 심경서는 일에 열정이 넘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해주었으며 부부의 잠자리도 한주에 세 번씩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꼬박꼬박 이어왔다... 그리고 매번 할 때마다 그는 아주 다정하게 여자로서 아내의 느낌을 헤아려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조정윤은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정윤은 두 사람의 혼인이 심경서에게는 사업을 이뤄나가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심경서는 영원히 그녀에게 잔소리하지 않을 것이고 영원히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조정윤에게 시집을 잘 갔다고 말했다. 심씨 가문은 권세가 있는 가문이고 심경서의 미래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격적으로도 깔끔하고 단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정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은 심경서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