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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박연희는 민희를 밤새 껴안고 뽀뽀하고 싶었다.

커피머신에서 원두를 가는 소음이 들렸다.

조은혁은 아무런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외투를 벗은 길쭉하고 건장한 그의 몸은 셔츠에 감싸져 있었다.

어깨는 딱 벌어지고 허리는 가느다랬다.

장씨 아줌마의 말을 빌면 그를 밖에 놔두면 아마도 아름다운 나비들이 하루 종일 꼬일 것이다.

그는 커피를 담은 잔을 가지고 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민희 숙제나 봐줘.”

민민희는 입을 삐쭉 내밀며 기분 나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박연희는 사랑스러웠다.

“숙제하는 게 싫어?”

민희는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나 할 줄 몰라.”

박연희는 더 생각하지 않고 민희의 문제집을 펼쳤다.

그 순간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모든 문제가 빨갛게 물들어 있던 것이다.

제일 간단한 1 +1 문제도 민희는 답을 3으로 적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수정한 뒤의 답이었다.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박연희는 그제야 조은혁이 민희 숙제를 봐주라는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의 끝을 알 수 없이 그윽한 눈과 마주쳤다.

그는 계속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연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준 적 없잖아요.”

“어떻게 말해주는데?”

조은혁이 얼굴은 불빛 아래서 차갑기 그지없다.

그는 흔들리는 박연희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4년 동안 넌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박연희, 네가 나한테 말해줘. 내가 어떻게 알려줘야 돼?”

그의 대답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의 말에 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품에 안긴 민희가 불쌍한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나는 멍청이야...”

박연희는 그런 민희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민희를 끌어안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가 놀랐잖아요.”

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키고 아이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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