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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거리에는 오색영롱한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고 양옆의 상가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공기 속은 여가수의 허스키하고 서글픈 노랫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단지 이 도시에는 그의 연희도, 진범이도 없을 뿐이다.

떠들썩한 거리와 달리 조은혁은 잠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홀로 거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심경서를 보았다.

심경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을 보고 있었다. 그와 선을 보게 된 여인은 지적인 여성으로 외모는 그다지 놀랍지 않지만 관상이 좋고 기품이 상당히 우수해 보였다.

양가 부모님들도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은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밖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심경서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달리 눈에는 생기 하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렇게 조은혁은 심씨 가족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심철산 부부는 그를 보고 매우 놀랐지만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혁은 심경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몇 마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심경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부모에게 말을 건넸다.

“차 안에서 기다리세요.”

옆 사람 없이 조은혁과 심경서는 하늘을 뒤덮은 네온 아래 마주 섰고 심경서는 조은혁의 붕대를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수술하셨다면서요.”

조은혁은 예의상의 인사치레도 덜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희는 어디에 갔습니까? 언제쯤 돌아오는 거죠?”

그러자 심경서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때, 마침 선을 본 여자의 차가 그들의 앞을 지나갔고 여자아이는 심경서와 작별을 고하자 특별히 차창을 내렸다. 이에 심경서도 그녀를 향해 점잖게 웃어주며 매우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안전운전하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웃을 때 그의 눈에서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싸늘하기만 했다.

차가 떠나자 심경서는 차 꼬리의 방향을 보며 중얼거리며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잘 지내요. 곧 결혼하겠죠.”

조은혁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들려온 결혼 소식에 어리둥절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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