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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검은 우산과 검은 드레스는 빗속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를 그려냈다.

4년 만에 박연희는 드디어 다시 B시로 돌아왔다.

그녀가 B시로 돌아온 다음 날, 물건을 정리하던 중 그녀는 문득 4년 전, 조은혁이 그녀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해, 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다.

사실 박연희는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은 적이 없지만 변고는 항상 계획보다 더 빨리, 맹렬하게 찾아온다... 그에 비해 조은혁에 대한 그녀의 사소한 옛정은 참으로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잔잔한 아쉬움도 있고 미련과 걱정도 있지만 박연희는 후회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다시 이 식당을 찾은 것은 그 시절의 아쉬움을 달래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인사를 하려는 이유가 컸다... 4년 동안 그녀는 이제 그들도 서로 마음을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고 길바닥에 생긴 물웅덩이가 번쩍번쩍 빛나며 사람들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그때, 누군가의 어슴푸레한 얼굴이 비치고 조은혁은 순간 온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가느다란 실루엣을 바라보니 모든 충동이 순식간에 격앙되고 분명 하늘과 땅 사이는 아무런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그의 귓전은 귀청을 찢을 듯 거세게 울려 퍼졌다.

그녀가 돌아왔다!

박연희가 돌아왔다!

박연희가 정말 뜻밖에도 돌아왔는데...

그녀는 의외로 이곳을 기억하고 있다. 박연희는 조은혁이 그해 그녀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4년이나 늦어버렸다... 4년,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상전벽해를 겪었는가. 4년 동안 그는 여기에 몇 번이나 왔는가.

박연희가 드디어 돌아왔다.

그녀는 이렇게 평온하게 그의 곁을 스쳐갔고 마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4년 동안의 이별이 모두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의 앞을 지나쳤다...

무언가가 뜨겁게 떨어질 것만 같았다.

조은혁은 황급히 머리를 쳐들고 그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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