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은 절대 안돼 / 챕터 351 - 챕터 360

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1465 챕터

제351화

빗속에 서 있는 유선우의 모습은 말로 이룰 수 없이 청초하고 잘생겼다...함은숙은 유선우를 보자마자 다급히 다가가 말을 꺼냈다.“선우야, 이안이 좀 보게 해줘. 난 이안이 친할머니잖아. 그리고 오늘 추석이라 내가 특별히 이안이 먹으라고 송편도 맛있게 만들어 왔어.”말을 하며 함은숙은 급히 고용인더러 송편을 가져오도록 지시했다.그러나 유선우는 담담히 입을 열어 그녀를 가로막았다.“쓸데없이 힘 빼지 마세요. 전 절대 당신을 이안이와 만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은서와 이안이는 제 아내이고 제 아이입니다. 당신과는 그 어떤 관계도 없어요.”함은숙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고용인이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함은숙을 불렀다.“사모님!”함은숙은 고용인을 밀쳐버리고 자신의 얼굴과 몸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빗물을 온전히 맞았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 유선우의 옷깃을 부여잡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유선우,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넌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고 있어? 내가 왜 이안이 친할머니가 아닌데? 내가 얼마나 이안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데!”촘촘히 내리는 빗방울이 그의 앞에서 막을 이루며 떨어져 내렸다. 유선우는 계속하여 함은숙을 밀어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유문호가 저희를 떠났던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었죠. 하지만 당신은 저의 존재를 잊었어요. 우리는 원래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당신의 마음속에는... 유문호뿐이었죠!”유선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검은 대문은 마치 유선우가 그녀에게 닫아버린 마음의 문처럼 함은숙의 눈앞에서 천천히 닫혀버렸다.함은숙은 멍하니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함은숙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유선우가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근 몇 년 동안 유선우는 본가에 돌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녀와 함께 명절을 보낸 적도 없었다
더 보기

제352화

조은서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 생리 왔어요.”유선우는 조은서의 미세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녀를 몰아세웠다.“우리 사이가 이제 그것밖에 안 돼?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해서야?”이윽고 그는 화제를 다시 꺼내더니 말 속에 담긴 뜻을 솔직하게 들추어냈다...번쩍 치켜든 그녀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눈가에 맺힌 그 눈물의 의미는 아마 어쩔 수 없는 현실과의 타협일 것이다.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유선우의 셔츠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자 조은서는 조금 쉰듯한 유선우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몇 년이 지났는데 우리도 이제 상대방을 알아가야 하지 않겠어? 은서야, 적어도 난 시간이 필요해.”과거에 유선우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치를 한가득 늘어놓았지만, 조은서는 이 또한 핑계일 뿐 유선우는 단지 그녀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른 아침의 주방에는 언제든지 고용인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조은서는 타협하고 말았다.손가락 힘이 풀리고 그녀의 몸은 곧바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버렸다.유선우는 계단을 밟으며 검은 눈동자를 조은서의 작은 얼굴에 고정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2층에 도착하고 유선우는 조은서의 침실 문을 열어 그녀를 침대 끝에 내려놓았다.조은서의 몸에는 연한 색의 실크 가운이 걸쳐져 있었는데 몸이 침대에 닿으며 가운도 부드럽게 침대 위에 감겼다.크리스탈조명 아래, 유선우의 눈동자 속에는 남자의 욕구가 일렁이고 있었고 또 다른 조은서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윽고 그는 가운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엄청난 수치심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유선우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분명 감각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을.그 반 대표라는 남자 때문인 건가?반 대표라는 사람과 함
더 보기

제353화

뭐가 고맙다는 거지...잠깐 생각해본 후에야 조은서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선우는 조은서가 자신의 원망을 이안이에게 전하지 않은 것에, 이안이가 유선우를 친근하게 대하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다... 한순간, 조은서는 마음이 쓰라려 왔다.“이안이를 데려갈 때 난 이안이에게 사랑과 행복만을 가르치겠다고 말했었어. 이안이는 내 아이지 내 감정의 도구가 아니야.”유선우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유선우가 엄숙한 얼굴을 하고 묵묵히 차 안에 앉아있자 이안이는 갑자기 작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받치며 귀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빠, 웃으세요!”그러자 유선우도 이안이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유선우의 미소에 이안이도 방긋 웃어 보였다. 이안이는 웃을 때 갓 난 치아가 환히 드러나는데 조은서의 어릴 적 모습과 똑 닮았다.유선우의 코끝이 찡해났다.만약 과거에 어리석게 굴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아마 원만한 가정을 이루었을 테고 유선우도 타인과 그녀를 공유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그때, 유선우가 문득 입을 열었다.“하와이에서는 어때? 괜찮아?”“네. 좋아요.”조은서가 답하자 유선우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계속하여 침묵을 지켰다.차가 조은서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고 유선우는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유선우는 트렁크에서 이안이의 물건을 모두 꺼내 놓았고 조은서는 그 물건 중에 캐리어 하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난 이제 H시로 출장을 가야 해. 진 비서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어.”유선우가 해명하자 조은서는 문득 유선우 역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하루 반 시간을 내어 이안이를 놀아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여 이안이의 작은 손을 잡고 유선우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그를 재촉했다.“그렇다면 빨리 가보세요.”그러나 유선우는 묵묵히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그 알 수 없는 눈빛 속에는 다소 기대가 담겨 있는 듯하다.이윽고 조은서는 고개를 숙인 채 이안이를 데리고 아파트
더 보기

제354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H시에서 돌아온 뒤, 유선우는 계속하여 조은서와 미적지근하게 거리를 두고 지냈다.아이를 보러 가도 조은서는 계속하여 그를 회피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조은서의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현재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반성훈이고 그와의 관계는 결국 아이를 낳기 위함일 뿐이다.사실 그녀의 감정과는 무관한 관계이다.유선우는 생각할수록 점점 조은서와 멀어져갔고 그들 사이에는 이제 아이를 제외하곤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는듯하다...주말.YS 그룹 건물 안, 긴 창문을 건너 바깥을 내다보니 어느새 울긋불긋한 단풍잎들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나무들을 빨간색으로 물들여 놓았다.또 한 해의 늦가을이 다가왔다.유선우는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걸려온 조은서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그녀의 전달사항은 매우 간단했다.“지금 시간 괜찮으세요?”유선우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조은서의 생리가 끝났다는 것을 예측한 유선우는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답했다.“응. 괜찮아.”...밤 8시.그들은 힐튼 호텔에서 만났다.로얄 스위트룸 안, 불을 켜지 않아 어둑어둑한 실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선우는 창가에 앉아 바깥의 네온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잠시 후, 조은서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바깥의 불빛에 비친 유선우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의 옆태는 칼에 베인 것처럼 날카롭고 잘생겼는데 윤곽만 봐도 그의 표정이 매우 엄숙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미세한 미닫이 소리에 깜짝 놀란 유선우는 이내 고개를 돌려 조은서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맞이했다.“왔어?”조은서는 그의 인사말에 답해주지 않았고 불도 켜지 않았다.어쩌면 불을 켜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조용히 그의 눈앞에 다가갔고 그들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유선우는 조은서의 옷차림을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S 브랜드의 레이스 원피스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잘 드
더 보기

제355화

하지만 유선우를 가로막기에는 모두 역부족이었다. 그는 두세 번 만에 조은서의 성을 침입했고 얇은 입술은 끊임없이 그녀의 귓가를 맴돌며 잠긴 목소리로 듣기 거북한 말을 늘어놓았다.“알려줘.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 널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데?”조은서는 유선우를 볼 수 없었다.하지만 유리창에 그들의 모습이 비치며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조은서를 품에 가둔 유선우의 준수한 얼굴에는 엄격한 기색이 역력하여 보기만 하여도 몸이 안달 나는 기분이었다...조은서는 반항할 수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이 모든 것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창가에서 한판 하고 나서 유선우는 또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에 있는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다시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부딪쳤다... 그는 3년 동안 억눌렀던 남자의 욕구를 이 순간에 모두 풀어냈다.그는 조은서의 몸을 전혀 애지중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거칠고 천박하게 그녀를 대했다.몇 차례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어두컴컴한 침실 안,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때, 유선우가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물었다.“좋았어?”하지만 조은서는 그대로 몸을 뒤척이더니 대답이 아닌 뒷모습만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이윽고 노련한 흉내를 내며 시큰둥하게 답했다.“나쁘지 않았어요.”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선우는 당장이라도 조은서를 끌어 당겨와 몇 번이고 더 그녀의 몸을 탐하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남은 이성으로 욕구를 삼켜낸 뒤 억누르는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 다른 남자들과 비하면 어때?”조은서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최근 몇 년간 조은서의 인생에는 다른 남자가 전혀 없었고 이안이가 병에 걸리며 더욱 사랑을 논할 마음 따위 없었다. 유선우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상당히 합리하지 않았지만, 조은서는 굳이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별로 더 좋을 건 없네요.”유선우는 울화통이 터지며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고 으름장을
더 보기

제356화

파도가 일렁이는 그들의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조금 전 가장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던 때도 지금, 이 순간만큼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조은서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과거 유선우에 대한 모든 사랑과 원망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러내리던 눈물방울은 어느새 유선우의 키스와 함께 전부 닦여져 있었다.유선우의 목소리는 이제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아직도 내가 원망스럽지? 아직도 날 사랑하지?”하지만 조은서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이 문제에 답하고 싶지 않았다.조은서가 대답하려 하지 않자 유선우는 각종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의 검은 동공은 한순간도 조은서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고 그녀의 반응을 호시탐탐 살폈다. 유선우는 절박하게 조은서의 얼굴에서 지난날의 정을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을 사랑했던 흔적을 조금이나마 찾기 위해 애썼다...하지만 조은서는 끝내 그의 물음에 답해주지 않았다.이윽고 유선우는 그녀의 옆에 몸을 돌려 누웠지만, 그의 다른 한 손은 여전히 그녀의 몸 위에 둘려 있었고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은 채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은서야, 지난 몇 년 동안 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찾은 적 없어. 욕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난 항상 네가 돌아와서 기분 나빠할까 봐 다른 여자를 찾으려는 생각조차 한 적 없어.”조은서가 다른 남자를 찾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하지만 막상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조은서는 그와 반성훈 중 누굴 더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누구의 테크닉이 더 좋다고 여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일단 그런 인식을 하게 되면 남자들에게는 일종의 비인간적인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예전 같았으면 유선우는 절대 조은서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다른 남자가 그녀의 곁을 차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자존심과 오만함은 절대 타인과 그녀를 공유하는 것을 허락
더 보기

제357화

말은 아이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들은 어쨌든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냈고 그들의 모든 부부의 경험은 모두 상대방에게서 얻어낸 것이다. 은밀하고 뜨거웠던 그 밤들은 아무리 상대를 뼛속까지 원망한다고 해도 뇌리에서 쉽게 잊히는 것은 아니다...게다가 오늘날 그들은 또다시 옛날의 감정을 되새기게 되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서서 묵묵히 옷을 입고 있는 조은서를 바라보았고 조은서도 굳이 그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볼 건 이미 다 본 사이이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투정을 부릴 필요도 없었다.오히려 가기 직전 조은서는 유선우의 옷깃이 약간 비뚤어진 것을 보고 습관적으로 정리해 주었다.그러자 미처 손을 떼기도 전에 유선우의 손에 다시 잡히고 말았다.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검은 동공은 예측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담고 있었고 이윽고 유선우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그 사람 옷깃도 이렇게 정리해줘?”그 사람이 누군데...조은서가 답하기도 전에 유선우는 이미 그녀의 손을 풀어주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유선우가 무언가 오해했음을 눈치챈 조은서는 곰곰이 생각하여 유선우가 아마 자신과 반성훈 사이를 오해했음을 알아챘다. 최근 조은서는 반성훈과 함께 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날 반성훈은 임지혜를 위해 그녀의 아파트에 방문했었다...엘리베이터에 뒤따라 탑승한 뒤 조은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그리고 유선우도 당연히 조은서와 새 애인 사이의 세부적인 일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았기에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체크아웃할 때, 조은서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집안 아주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인데 목소리가 매우 매우 급하게 들렸다.“이안이 열나는 것 같아요. 아가씨 빨리 와보세요.”조은서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지금 당장 갈게요.”전화를 끊고 유선우를 바라보자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같이 가자.”...검정 벤틀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렸다.조은서는 유선우의 옆에 앉아 줄곧 입을 열지 않았지만, 창밖을
더 보기

제358화

YS 병원 VIP 특수 병동.이안이는 환자복을 입고 핑크색 작은 침대 위에 누워 잠이 들었고 그녀의 작은 얼굴은 고열로 인해 붉게 물들어 있었다.의사는 이안이에게 링거를 놓아주었고 투명한 액체 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그때, 주 닥터가 다급히 달려왔다.주 닥터는 이안이의 서류를 YS 의료 단체에 공유하였고 상의 끝에 결국 부원장이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천자를 한 번 더 해보고 다시 상황을 봐야겠어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선우는 고개를 돌려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조은서는 그때부터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서야 가까스로 추태를 부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한참이 지나서야 유선우 역시 조은서를 따라 방안에 들어왔다.창가 앞에 서 있던 조은서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유선우가 들어왔음을 눈치채자 곧바로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이안이 이제 4살이에요... 선우 씨, 이안이 이제 4살이라고요!”“나도 알아! 은서야, 나도 알아.”유선우는 조은서의 뒤에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터져버린 감정을 다독여주었다.“나도 마음 아프고 나도 이안이 몸에 상처 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은서야, 이안이는 우리 생각보다 더 용감해. 그리고 우리만 곁에 있어 준다면... 괜찮을 거야.”결국, 조은서는 끝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용감하면 이 모든 걸 감당해야만 해요? 선우 씨는 이안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알기나 해요? 조산 때문이에요. 제가 이안이 낳을 때 너무 허약해서, 이안이 발육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더뎌서! 선우 씨... 전에는 나한테 잘해주겠다고, 아껴주겠다고 그렇게 여러 번 말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우리가 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겠어요? 만약 그날 당신이 그렇게 무정하게 떠나지만 않았다면 이안이가 어떻게 조산 했겠느냐고요?”“다시 만나서 계속 원망하냐고 물었었죠? 유선우 씨, 제가 어떻게 당신을 원망하지
더 보기

제359화

그는 도무지 이안이를 볼 면목이 없었다.매캐한 담배 연기가 얼굴을 덮치고 유선우의 눈가에는 어렴풋이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이안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안이는 어떻게 될지, 조은서는 또 어떻게 될지 유선우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제 조은서의 용서는 바라지도 않았다.단지 이안이와 조은서의 평안을 바랄 뿐이다...날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유선우는 영계사에 한번 다녀왔다.깊은 산속에 있는 절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였다.비록 신의 존재를 믿진 않았지만, 유선우는 그저 이안이의 부적을 얻어내기 위해 장장 4시간 동안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산에서 내려올 때 유선우는 우연히 바닥을 쓸고 있는 스님 한 명을 만났는데 스님은 그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무리 많은 향불을 피워도 네 죄악을 씻을 수는 없을 것이야. 오직 피로 피를 교환하고 목숨으로 목숨을 갚아야 해.”이윽고 자리를 뜨며 스님은 계속하여 무언가를 중얼거렸다.“세상 남자들이 얼마나 각박한데 누가 정말 처자를 위해 목숨을 바꾸려 하겠어? 우습구나! 우스워!”그러나 유선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이윽고 손안에 든 부적을 들고 스님 쪽을 향해 외쳤다.“전 원합니다!”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빚진 것이 너무나도 많다.그리고 이안이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다.만약 그들에게 원만한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차라리 그의 목숨을 그들에게 바치고 싶었다. 기꺼이......유선우는 절에서 돌아와 곧바로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YS 그룹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대표 사무실에 앉아 나지막이 진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김 변호사님 모셔와. 유서 쓸 거야.”그러자 진 비서는 깜짝 놀라며 그를 말렸다.“대표님, 대표님께서는 이제 30대 초반이십니다.”그러나 유선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사람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고. 언제 갑자기 변수가 생길지 누가 알겠어... 그러니 빨리 김 변호사님 모셔와.”진 비서는 더 이상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더 보기

제360화

진 비서는 마음속으로 너무 괴로웠지만 위로하고 싶어도 위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시간도 모든 것을 희석할 수는 없다. 어떤 상처는 살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가시처럼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다.유선우는 혼자 있고 싶다며 진 비서를 내보냈고 사무실에 혼자 남게 되자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담뱃불은 얼마 가지 못해 금세 꺼지고 말았다.순간, 그는 조은서가 옛날에 울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선우 씨는 사랑할 줄 몰라요!”그렇다.과거 유선우는 사랑할 줄 몰랐고 그의 마음속에는 권세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여인이나 아이는 단지 불현듯 갖고 싶다고 생각 나는 부속품일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선우는 과거와 달리 사랑을 깨달았고 조은서의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서를 작성했다. 만약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YS 그룹을 전부 그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그리고 이안이를 위해 갈구했던 부적에 향불이 부족하다면 그의 모든 걸 더 바치면 된다.목숨과 운세, 유선우는 이안이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걸 바칠 수 있다....점심때가 가까워지고 유선우는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그리고 병실 문을 열자마자 이안이를 놀아주고 있는 임지혜를 발견하게 되었다.이안이는 즐겁게 잘 놀다가도 유선우를 보자마자 작은 얼굴을 잔뜩 구기고는 큰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아빠.”이윽고 작은 두 팔을 뻗어 유선우에게 보여주었는데 이안이의 야들야들한 손등에는 두 개의 작은 주사 자국이 남아있었고 서러워진 이안이는 유선우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유선우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 났다.그러고는 이안이를 품속에 안아 든 채 손등을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아직도 아파?”이안이는 유선우의 목을 끌어안고 얌전히 엎드리고 있었다. 결국에는 아빠의 품이 그리웠던 것이었다.유선우의 목젖이 두어 번 들썩거리더니 그는 애써 축축하게 젖어 가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더 보기
이전
1
...
3435363738
...
14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