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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진 비서는 마음속으로 너무 괴로웠지만 위로하고 싶어도 위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도 모든 것을 희석할 수는 없다. 어떤 상처는 살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가시처럼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다.

유선우는 혼자 있고 싶다며 진 비서를 내보냈고 사무실에 혼자 남게 되자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담뱃불은 얼마 가지 못해 금세 꺼지고 말았다.

순간, 그는 조은서가 옛날에 울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선우 씨는 사랑할 줄 몰라요!”

그렇다.

과거 유선우는 사랑할 줄 몰랐고 그의 마음속에는 권세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여인이나 아이는 단지 불현듯 갖고 싶다고 생각 나는 부속품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선우는 과거와 달리 사랑을 깨달았고 조은서의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서를 작성했다. 만약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YS 그룹을 전부 그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이안이를 위해 갈구했던 부적에 향불이 부족하다면 그의 모든 걸 더 바치면 된다.

목숨과 운세, 유선우는 이안이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걸 바칠 수 있다.

...

점심때가 가까워지고 유선우는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자마자 이안이를 놀아주고 있는 임지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안이는 즐겁게 잘 놀다가도 유선우를 보자마자 작은 얼굴을 잔뜩 구기고는 큰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이윽고 작은 두 팔을 뻗어 유선우에게 보여주었는데 이안이의 야들야들한 손등에는 두 개의 작은 주사 자국이 남아있었고 서러워진 이안이는 유선우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유선우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 났다.

그러고는 이안이를 품속에 안아 든 채 손등을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아직도 아파?”

이안이는 유선우의 목을 끌어안고 얌전히 엎드리고 있었다. 결국에는 아빠의 품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유선우의 목젖이 두어 번 들썩거리더니 그는 애써 축축하게 젖어 가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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