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흐느낌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유선우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양손으로 감싸며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조은서!” 조은서는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지만, 유선우는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잠시 후, 그의 셔츠 가슴팍이 젖어 들었다. 조은서의 눈물이었다. 몇 년 동안의 헤어짐 끝에 그녀는 결국 무너져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었고 증오했었던 이 남자의 품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면서 유선우의 앞에서 그녀는 나약한 이면을 남김없이 드러냈다.유선우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그저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면서 지탱해주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위해 생명까지 내어줄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녀를 은아라고 부르면서 더는 울지 말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의 눈물에 자신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안이가 공놀이를 하면서 뛰어오다가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조은서는 빠르게 유선우를 밀어냈다.그녀는 몸을 돌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실례했어요.”유선우는 그런 그녀를 이해했다. 그는 이안이를 안아 들고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이안이랑 놀아줄게. 너는 정리하고 있어. 우리 오후에 진이 정원으로 돌아가자... 응?”조은서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선우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그녀와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았지만, 아이가 있어서 말하기가 어려웠다....저녁 무렵, 하늘은 온통 노을로 물들었다. 검은색 차량이 천천히 진이 정원으로 들어서서 별장 앞에 멈췄다. 이안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흰색의 작은 강아지를 보았다. 바로 설리였다.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설리를 보면서 이안이는 너무 기뻐하며 유선우의 다리를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아빠, 저 이 강아지 갖고 싶어요!”유선우는 설리를 들어 이안이의 품에 안겨주면서 부드러운
분위기가 갑자기 야릇해졌다. 조은서가 고개를 숙여 바라본 유선우의 눈에는 남자의 욕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심지어 진지하고 절제된 것으로 보였다.잠시 후, 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지막 이틀이에요.”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필요했다. 조은서도 밀어내려는 뜻이 없었기에 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 가볍게 말했다. “먼저 씻고 와요. 그러고 나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선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거실로 향했다. 조은서는 떨어질까 봐 그의 목을 가볍게 감싸 안았다.그녀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유선우는 두 사람의 신혼 첫날 밤에도 자신이 이렇게 그녀를 안아 침실로 들어갔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조은서의 얼굴에는 새색시의 수줍음이 가득했지만, 그날 밤에 그는 그녀를 다정하게 보살피지 않았다.몇 걸음 안 되는 거리에 지나간 시간 속의 단맛과 쓴맛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마음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혹은 이 일을 하는 것이 이안이의 병 때문이라는 목적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인지 하면서도 서로 마음을 다 열지 못했다.그들의 정사는 매우 조용했다... 유선우는 심지어 셔츠를 입은 채였다.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는 조은서의 얼굴은 영국식 자가드 쿠션 속에 깊이 파묻혀있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끌어내는 환락을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조씨 가문이 파산했던 그 날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날도 그녀는 이렇게 얼굴을 쿠션에 묻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몸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죄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유선우는 마음이 촉촉해졌다. 그녀의 몸을 감싸 안고 있던 그는 끝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남아주면 안 될까?”여기 남아달라고...눈을 뜬 조은서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고 그녀의 몸은 떨고 있었다. 살짝 열린 그녀의 입술에서 목소리가 잠긴 채 흘러나왔다. “선우 씨...”유선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강요하지
유선우는 말없이 그녀를 더욱 꽉 안았다.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품에 안고 싶어 그녀의 귓불에 입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그냥 안고 싶었어.”조은서는 아주 옅게 웃었다. 그녀의 냉담함을 어찌 모를까.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기대어 속삭였다. “은서야, 적어도 1년 동안은 우리 진짜 부부처럼 지내자.”과거의 유선우는 자신이 이렇게 절절하게 될 줄 몰랐었다. 그는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았고 조은서는 여전히 옅게 웃으며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녀의 몸은 그에게 밀착되어 있었고 그는 그녀에게 미친 듯이 키스하며 그녀의 잠옷을 살며시 내리고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 했다.방 안에 있던 이안이가 깨어났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은 이안이는 일체형잠옷을 입고 있었고 작은 고양이처럼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기 화장실 가고 싶어요!”유선우는 몸이 살짝 굳었지만, 여전히 조은서를 놓지 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주시했다. 오랜만에 보인 남자의 욕망이 가득 차고 집중한 눈빛이었다... 조은서는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 “이안이 깼어요.”유선우는 말없이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다급하게 잠옷을 끌어 올리는 모습과 그녀가 이안이에게 응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르게 약간의 쉰 소리가 섞였다... 분위기가 살짝 야릇했다.유선우는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문틀에 밀착시키고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압박했으며 심지어 그녀에게 몇 번 시도했다.조은서는 살짝 눈을 감았다. “이안이가 나를 부르고 있어요.”유선우는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네 몸이 어젯밤보다 더 느낌 있어.”조은서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그를 밀쳐내고 나갔다. 유선우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따라 나갔다... ... 이 일 때문에 아침 식사 시간의 분위기가 묘했다. 심정희도 그것을 알아챘다. 원래 그녀는 이곳으로 이사
오후 두 시, 조은서는 직접 운전하여 이안이를 YS 그룹으로 데려갔다. 이안이는 강아지를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조은서가 차를 주차하자 이안이는 강아지를 안고 로비로 달려가 즐겁게 놀았다. 설리는 아마도 본능적으로 이곳이 자기 주인 회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짧은 네 다리로 마구 뛰어 다니면서 놀았다... 높은 굽의 구두 한 켤레가 앞에 멈추고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회사야. 어떻게 아이와 강아지가 있을 수 있어! 경비원들은 어디 있어, 왜 강아지를 내보내지 않는 거야?” 조은서가 막 들어왔을 때 백서윤을 보았다. 백서윤이 그녀를 보고 흠칫 놀랐다가 이안이를 다시 쳐다보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아이는 당신과 유 대표님의 아이예요?” 조은서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이안이에게 걸어갔다. 이안이는 꾸지람을 듣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엄마, 저 아줌마가 설리를 꾸짖고 쫓아내려고 해요! 아빠한테 말해서 저 아줌마를 해고하라고 해요.”아이는 회사가 유치원에서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누구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은서는 쪼그려 앉아 이안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아줌마가 잘못했다면 아빠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하지만 강아지를 위해서, 회사에 강아지를 데려오는 건 확실히 안 되는 일이야.” 이안이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조은서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설리는 달라. 아빠는 설리를 좋아하잖아.” 이안이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백서윤을 돌아보지도 않고 강아지를 안고 즐겁게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백서윤은 이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전에 본 장면을 되새겼다. 주황색 멜빵바지를 입고 동그란 단발머리를 한 아이는 얼굴이 아주 예쁘고 정교했다. 아마 유선우는 이 아이를 많이 아낄 것이다.이안이는 유선우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빠 품에 안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방금 어떤 아줌마가 설리를 싫어해서 경비아저씨한테 설리를 쫓아내라고 했어요.”유선우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그녀는 오히려 당돌하게 말했다.“저는 여전히 사모님이 눈밭에 버린 40만 원을 잊을 수 없어요.” 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백서윤은 화가 났지만 이내 다시 침착해졌고 의도적으로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매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모님은 예전에 저와 유 대표님이 어떤 사이였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 조은서는 짜증이 났다. 그녀는 커피를 젓는 스틱으로 가볍게 커피를 저으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서윤 씨 말처럼 그건 ‘예전' 일이야. 예전 일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때 선우 씨는 결혼한 상태였어. 만약 진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서윤 씨에게는 숨기고 싶은 일일 텐데 그렇게 여기서 자랑하듯 말해도 돼?” 조은서의 어조는 더욱 덤덤해졌다. “지금 이 대화를 선우 씨에게 말한다면 당신은 내일 출근을 안 해도 될 거야, 그렇게 해볼까?”백서윤은 업무보고를 하러 온 것이고 B 시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이것은 그녀의 꿈이기 때문이다.그녀는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것도 알고 지금은 아이를 위해 함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조은서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유 대표님은 유능한 사람을 소중히 하십니다.”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는 백서윤이 유선우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증거였다. 이때 진 비서가 다가왔다. 백서윤을 본 그녀의 아이라인이 잘 그려진 눈동자에 불쾌한 빛이 스쳤다. 백서윤은 진 비서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진 비서는 차갑게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고 백서윤은 그녀의 냉랭함에 기가 죽어서 물러났다. 그녀가 떠난 후, 진 비서가 앉아 조은서의 손에서 커피를 받아 마신 후 입을 열었다.“지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여 이번에 본사로 업무보고를 오게 되었는데, 여기에 남으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데 접대만 두세 명을 했다고 해요... 쓸데없는 짓이죠!”그녀가 말을 덧붙였다. “제가 처리할게요.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숨 가쁜 호흡도, 남녀의 조급함도 모두 얼어붙고 마치 온 세상에 유선우의 말 한마디만 남아 있는 듯했다... 나는 너를 사랑해. 조은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절망적으로 그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 씨, 우리는 절대 사랑 같은 걸 할 수 없어요! 만약 당신이 날 사랑했다면 어떻게 날 계속해서 다치게 하고 희생시킬 수 있었겠어요!” 그가 준 모든 상처는 깊게 새겨져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심정희는 그녀가 흔들릴거라 생각했고 다시 유선우와 재결합을 하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했기에 그렇게 그녀를 떠보았었다. 그렇다. 유선우는 지금 배려심이 아주 깊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준 상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매번 겨울이 돌아올 때면 그녀의 몸 안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움이 느껴지고 밤에는 가끔 그녀가 저택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적으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꿈을 꾸고는 한다... 해가 떠오르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이 냉랭해진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밀어내고 가볍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요. 오늘 밤에는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유선우의 마음은 축축이 젖어 들었다.심지어 그는 옷을 정리하려는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그는 갑자기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잡았다. 그곳에는 과거에 남겨진 연한 분홍색 자국이 아직도 있었다. 비록 희미해졌지만, 그것은 실제로 존재했었다... 유선우는 말없이 조은서를 다시 조금씩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마치 손안의 모래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듯이 꽉 안았다......다음 날, 유선우가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이 인사부에 지시하여 H시의 지사에 백서윤을 해고하는 문서를 발송하는 것이었다.이 결정은 YS 그룹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회사의 연말 파티에서 모든 이들이 유 대표님이 백서윤에게 보인 특별한 대우를 목격했었는데 유 대표님이 직
임지혜의 목에는 그 루비 목걸이가 걸려있었고 두 사람은 분명 연인 사이였다! 유선우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우 놀랐다. 조은서가 반성훈과 사귄 게 아니라 임지혜가 반성훈의 여자친구였으며 조은서의 곁에는 다른 이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어떤 남자도 상관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유선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한때 조은서가 반성훈과 사귄다고 생각했었고 심지어 그녀가 다른 사람과 정사를 나누는 장면까지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한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와 원만하게 재결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그는 그녀와 재결합하고 싶어졌다.유선우는 차에 올랐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그는 마치 철없는 소년처럼 열정적이었고 당장 진이 정원으로 돌아가서 조은서를 만나고 싶었다.기사가 운전하여 떠나려던 때, 야리야리한 그림자 하나가 차를 막아섰다. 바로 백서윤이었다.백서윤은 차가 서는 것을 보고 바로 옆으로 돌아가서 창문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유 대표님, 잠깐 얘기 좀 해요.” 유선우는 잠시 고민한 뒤 차창을 내렸다. 그는 차 안에 앉아 있었고 하얀 셔츠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백서윤은 차 밖에 서 있었다. 그녀는 젊은데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삶의 치열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유선우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 아픈 질문을 했다. “왜 저를 사랑하지 않나요?” 유선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백서윤은 지금이 그와 이렇게 대화할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걸고 대담하게 그를 추궁했다. “3년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3년을 노력했어요. 저는 오로지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었을 뿐인데, 왜 제 권리를 박탈하는 거죠?”“그건 권리가 아니라 사욕이야.” 유선우의 말투는 한없이 차가웠다. “그 누구도 너에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더욱이 그 누구도 너에게 직장에서의 그런 비도덕적인
조은서는 유선우가 문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바이올린을 들고는 창가에서 이안에게 한 곡을 연주해줬다.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자세나 음색 모두 매우 아름다웠다. 한 곡이 끝나고 조은서가 돌아서 이안에게 말하려는 순간, 유선우를 보았다...유선우의 눈빛은 더욱 뜨거웠다. 하지만 이안이 있었기에 그는 억제하며 소파로 가 앉았는데 접대할 때 와인 두 잔을 마신 탓에 약간 취기가 올라 크리스탈 조명 아래서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잠깐 술을 깬 후, 이안이가 그에게 기어 올라와 아빠 품에 안기고 싶어 했다. 유선우는 이안이의 작은 몸을 들어 자신의 허리에 앉히고 강아지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안이는 아빠의 단단한 복근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유선우는 고개를 숙여 이안이를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조은서에게 말을 걸었다. “왜 갑자기 이안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기로 한 거야?”조은서는 살며시 바이올린 몸체를 쓰다듬다가 아주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지나간 일인데 언제까지 그 일에 집착하겠어요. 그리고 지금의 저도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까요.” 유선우는 마음이 포근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조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조은서를 갈망했고 그녀가 자신의 여자, 진정한 의미의 아내가 되기를 원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간절하게 원한 적이 없었다. 깊은 밤, 조은서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샤워를 했다.침실로 돌아왔을 때, 유선우는 여전히 창가 옆 소파에 앉아 있었고 무슨 생각에 잠긴 듯한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조은서는 그에게 신경 쓰지 않고 화장대 앞에 자리 잡고 스킨케어 제품을 발랐다. 잠시 후,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유선우가 뒤에 서서 그녀의 손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받아들고 손바닥에 부어 그녀에게 바르기 시작했는데 그의 손놀림은 매우 전문적이었고 홀로 바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매혹적이었다...조은서는 유선우 몸에서 풍기는 연한 향수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유선우는 그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