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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H시에서 돌아온 뒤, 유선우는 계속하여 조은서와 미적지근하게 거리를 두고 지냈다.

아이를 보러 가도 조은서는 계속하여 그를 회피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조은서의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현재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반성훈이고 그와의 관계는 결국 아이를 낳기 위함일 뿐이다.

사실 그녀의 감정과는 무관한 관계이다.

유선우는 생각할수록 점점 조은서와 멀어져갔고 그들 사이에는 이제 아이를 제외하곤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는듯하다...

주말.

YS 그룹 건물 안, 긴 창문을 건너 바깥을 내다보니 어느새 울긋불긋한 단풍잎들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나무들을 빨간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또 한 해의 늦가을이 다가왔다.

유선우는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걸려온 조은서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그녀의 전달사항은 매우 간단했다.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유선우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조은서의 생리가 끝났다는 것을 예측한 유선우는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답했다.

“응. 괜찮아.”

...

밤 8시.

그들은 힐튼 호텔에서 만났다.

로얄 스위트룸 안, 불을 켜지 않아 어둑어둑한 실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선우는 창가에 앉아 바깥의 네온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잠시 후, 조은서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바깥의 불빛에 비친 유선우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옆태는 칼에 베인 것처럼 날카롭고 잘생겼는데 윤곽만 봐도 그의 표정이 매우 엄숙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미세한 미닫이 소리에 깜짝 놀란 유선우는 이내 고개를 돌려 조은서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맞이했다.

“왔어?”

조은서는 그의 인사말에 답해주지 않았고 불도 켜지 않았다.

어쩌면 불을 켜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조용히 그의 눈앞에 다가갔고 그들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유선우는 조은서의 옷차림을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S 브랜드의 레이스 원피스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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