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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1465 챕터

제321화

이지우는 차체 위로 넘어졌다.이윽고 그녀는 정성껏 준비한 돈봉투를 내려다보며 참담한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유선우는 계기를 찾고 싶었을 뿐 조은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자신을 위해 모든 곤경을 뚫고 난 뒤의 재회를 위한, 그녀에게 다시 헌신할 수 있는 핑계를 찾았을 뿐이다. 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를 사랑하고 있다.조은서를 사랑하고 있다...그렇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기다린 게 뭐가 된단 말인가?조은서가 몇 년 동안 갖은 괴롭힘과 시달림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되어도 자신은 여전히 조은서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자기가 조은서보다 못한 게 대체 뭐란 말인가?...유선우는 조은서를 품에 안고 별장에 돌아왔다.일찍 일어난 고용인들은 조은서의 모습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는 하나둘 저마다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울먹였다.“사모님, 왜 이렇게 말랐어요? 그쪽에서 밥도 제대로 안 줬어요?”조은서는 몸이 너무 허약해 말도 꺼낼 힘조차 없었는지 애써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러자 고용인은 눈물을 훔쳤다.“지금 바로 죽을 끓여올 테니 사모님은 먼저 올라가서 쉬고 계세요.”고용인은 급하게 주방으로 가버렸고 유선우는 조은서를 안은 채 위층으로 올라가 한 손으로 침실의 문을 열었다.침실 안은 마치 봄날처럼 포근하고 따스했다.한편, 이안이는 아기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그리고 하룻밤 내내 이곳을 지키고 있던 진 비서는 소파에 기대 쪽잠을 자고 있었다.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침실에 들어올 때 마침 진 비서는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고 다급하게 눈을 뜬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좀처럼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녀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더니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다가가 울먹이면서 물었다..“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 대체 그곳에서 얼마나 못 지낸 거예요?”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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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바로 그때, 별장의 고용인이 음식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다.고용인은 조심스럽게 음식을 내려놓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사모님,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그리고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그러자 조은서는 허약하게 싱긋 웃어 보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주인님의 개인적인 가정사이니 고용인 신분인 그녀가 섣불리 끼어들 수는 없었기에 곧바로 묵묵히 자리를 비켜주었다.조은서도 이미 그녀만의 계획이 있었다.그녀는 소파에 기댄 채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받치고 고용인이 준비해 준 죽을 들이켰다... 음식이 몸에 들어가니 기력도 많이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허약한 건 변함없었다.죽을 다 마신 뒤, 조은서는 아기 침대에 살포시 기대 곤히 자고 있는 이안이를 다시 한번 눈에 담고 나서야 드레스룸에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갔다.조은서가 드레스룸에서 나오자 유선우는 부드럽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며 말했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니까 내가 씻는 걸 도와줄게.”하지만 조은서는 단칼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조은서의 단호한 태도에 유선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냥 돌봐주고 싶어서 그래. 그것도 안되겠어?”조은서는 여전히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선우 씨, 당신은 이제 제 남편이 아닌데 이러시면 곤란하죠.”그 말을 들은 유선우의 동공이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조은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지나쳐 곧장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조은서에게도 자존심이 있다.그녀는 유선우가 도와주는 것도 싫었고 고용인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다. 옷에 감춰진 맨몸이 얼마나 앙상하고 보기 흉할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역시나, 거울 속에 비친 여인에게는 붙어있는 살이 거의 없었다.조은서는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제 겨우 26살이다....조은서는 20분의 시간을 들여 간단히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가 욕실을 나설 때 유선우는 마침 아기 침대 옆에 서서 곤히 잠든 이안이의 평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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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유선우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뒤에서 조은서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서야,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조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러자 유선우는 조은서의 몸을 다시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조은서를 마주하고 있는 유선우의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유선우는 당장이라도 조은서에게 입술을 포개며 그녀는 여전히 그의 소유라는 것을, 그들의 관계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조은서가 팔을 뻗어 부드럽게 그를 막았다.그녀의 얇은 팔에 촘촘히 박힌 바늘 자국은 마치 절대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구덩이마냥... 그들을 가로막았다.유선우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그는 조은서의 팔을 꼭 움켜쥐고는 그녀를 붙잡는 것이 아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은서야,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내 셔츠 좀 다려줄래? 나 저번에 네가 사준 셔츠 엄청나게 좋아해.”그때, 차가 준비되었는지 아래층에서 승용차 경적이 들려왔다.조은서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저 이제 가볼게요.”이렇게 가면 그들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이렇게 가버린다면 그들은 이제 완전히 남이 되는 것이다.유선우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추태를 부린 적이 없었다. 그는 거의 무릎을 꿇은 채 조은서를 옷장 앞에 가둬버렸다. 그는 얼굴을 과하게 평평한 조은서의 아랫배에 묻은 채 잔뜩 쉰 목소리로 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그 순간, 조은서의 옷이 뜨거운 무언가에 젖어 들기 시작했고 물기에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상당히 불편했다.유선우를 내려다보는 조은서의 표정도 매우 복잡해 보였다.유선우가 울고 있단 말인가.그토록 철석같던 남자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구나... 하지만 인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원 안에는 번쩍거리는 고급 캠핑카 두 대가 서 있다.아침 햇살이 공중에서 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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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조은서는 시에 있는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60평 좌우되는 집이었는데 조은서와 심정희가 이안이를 데리고 두 아주머니와 함께 살기에는 충분했다.그리고 조은서의 산후 우울증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저녁에는 아주머니가 이안이를 돌보기로 하고 낮에 정신상태가 양호할 땐 조은서도 이안이를 놀아주곤 했다. 이제 4, 5개월이 되는 아이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귀여웠다.하지만 심정희가 계속하여 조은서의 건강을 걱정하자 조은서는 담담히 그녀를 안심시켰다.“괜찮아요. 꾸준히 치료하면 되죠. 그런 곳에서도 잘 버텨냈는데 못 이겨낼 게 뭐가 있겠어요!”그러나 이 화제만 꺼내면 심정희는 그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운 나머지 이가 근질근질한 느낌이다.“우리가 너무 쉽게 넘어갔어. 유선우 엄마도 그곳에서 갇혀 지내면서 직접 그 고통을 좀 맛봐야 하는데. 매일 진정제 주사도 몇 대씩 맞게 하고 말이야.”그러자 조은서는 심정희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그녀를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됐어요. 이제 다 지난 일인데요, 뭐. 그런데 절대 지혜한테는 말해주지 말아요. 하도 성격이 불같아서 무슨 짓을 해낼지 몰라요.”하지만 조은서가 아무리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켜도 심정희는 여전히 조은서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되었다.반면, 조은서는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억울한 건 맞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유선우가 이미 이혼 합의서에서 그녀에게 보상을 해주었다....보름 후, 조은서는 얼굴이 매우 윤택해졌다.꾸준히 정신과를 다니며 상담을 받고 있는데 그녀의 심리 의사는 허민우가 소개해 준 분으로 매우 듬직한 분이었다.그날도 조은서가 진료를 마치고 차에 올라탈 준비를 하는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사모님!”“잠시만요.”조은서는 기사를 불러 차를 세우고 몸을 돌려 자신을 부르고 있는 백서윤을 바라보았다.백서윤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희고 여린 피부에 광택이 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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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조은서는 그런 걸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없이 지갑에서 현금 40만 원을 꺼내어 백서윤의 발밑에 던져주었다. 조은서는 백서윤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여 조은서는 냉소를 터뜨리며 더욱 비아냥거렸다.“동정심이 필요해요? 이게 내 동정심이니까 필요하면 직접 주워요.”그러자 백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백서윤은 결국 몸을 숙여 땅에 흩뿌려진 돈을 한 장 한 장 주웠다. 그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 돈이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낼 돈이 없다.돈을 다 줍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백서윤은 유선우를 발견하였다.유선우는 클래식한 블랙과 화이트칼라로 매치한 정장 수트에 얇은 영국식 체크무늬 코트로 성숙한 남성의 느낌을 뿜어냈다. 그는 차 옆에 기대어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더없이 깊고 그윽했다.백서윤은 너무나도 창피하고 짜증 났지만 동시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조은서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처럼 각박한 여자는 사랑해 줄 가치가 없다고 여기리라 생각했다.그리고 조은서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을 봤으니 위로해 주러 오겠거니 생각했다.그러나 백서윤의 예상과는 달리 유선우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아당겼다. 하지만 조은서는 가볍게 손을 뿌리치며 그의 스킨쉽을 거절했다…유선우는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윽고 다시 자세를 낮추며 말을 건네왔다.“퇴근하면서 마침 네 운전기사를 봐서 물어봤는데 네가 여기에 있다 하더라고. 이혼 절차는 끝마쳤으니까 널 데려다주는 김에 이안이도 보러 가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겠어?”조은서는 잠깐 고민하더니 흔쾌히 답했다.“네. 오늘은 괜찮아요.”조은서가 수락하자 유선우는 크게 기뻐하며 검은 벤틀리의 문을 열고 부드럽게 말했다.“차에 타.”그러나 조은서는 다시 유선우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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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유선우는 계속하여 조은서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하여 그는 조금 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너 전에 나랑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았잖아.”바깥 하늘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며 황혼이 아득하게 펼쳐졌다.따뜻하고 밝은 방 안에 서 있으니 편안한 환경에서의 조은서는 사람 전체가 더욱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저희는 평등하지 않으니까요. 결혼할 때부터 저희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어요. 전 매일 냉담한 남편을 맞이해야 했고 내가 대체 어떤 말로 그 사람을 화나게 했는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저 사람이 일주일 동안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매일매일 고민해야 했어요. 이런 부부관계 속에서 여자가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하지만 유선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계속하여 고집을 부렸다“그럼 내가 이제부터 널 신경 쓰고 널 존중해준다면?”그러자 조은서는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인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속에서 이안이를 건네받고는 아이를 달래주며 다시 말을 꺼냈다.“아이도 봤으니까 인제 그만 가보시죠. 바래다주지는 않을게요.”그때, 심정희가 만두 몇 접시를 들고 나왔고 유선우도 더 이상 이곳에 머물기 어려워졌다.하여 그는 이안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이혼 서류는 아래층에 있으니까 나와 함께 내려가서 가져가.”조은서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조금 고민하고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외투 좀 입고 올게요.”조은서가 그의 제안에 이토록 쉽게 대답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고 유선우의 마음속에는 다시금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따라서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도 더욱 부드러워졌다.한편, 심정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조은서는 담담히 웃으며 그녀를 다독여주었다.“괜찮아요. 물건만 가지고 올라올게요.”결국 심정희도 마지못해 싱긋 웃어 보였다.조은서가 외투를 걸치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이안이가 갑자기 작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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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조은서는 겨우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이 다시 가로막히고 말았다.감정이 너무 억눌려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박연준의 통화 때문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유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은서의 붉은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했다…몸과 입술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뒤엉켜버렸다.하지만 이토록 뜨거운 키스에도 불구하고 유선우와 조은서는 서로 조금씩 아픈 맛이 느껴졌다.한참 뒤에야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었다.하지만 손을 놓자마자 짝하는 소리와 함께 유선우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조은서에게 뺨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선우는 고개를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천천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입술과 이빨 사이에는 여전히 조은서의 향기가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그때, 조은서가 그를 힘껏 밀어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유선우가 있는 힘껏 그녀를 품속에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뛰는 유선우의 심장은 오로지 조은서의 귓가에 속삭일 그의 진심 한마디를 위한 것이다.“은서야, 좋아해.”유선우는 조은서를 좋아한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선우가 좋아했던 사람은 조은서밖에 없었다.사실 지금이 고백하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시기지만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백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조은서를 잘 대해주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계속하여 그녀의 곁을 지킬 것이다.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조은서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조은서는 몇 초간 망설이고는 다시금 그를 밀어낸 뒤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이혼서류 주러 왔다면서요.”유선우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한 조은서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절 그런 곳에 보내놓고서 제가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래요? 제 정신이 문제 있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문제 있는 거예요?”그러자 유선우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한참 뒤, 그는 차 문을 열고 몸을 밀어 넣더니 이혼서류 한 뭉치를 들고나와 조은서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서류를 건네주고도 그는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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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유선우는 백서윤에게 말할 기회를 더 주지 않았다.그는 낯선 눈길로 백서윤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난 너에게 관심 없어.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너도 이젠 알아들었으리라고 믿어.”백서윤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한참 동안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유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차창을 올리고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고 자리를 떴다.싸늘한 가로등 아래, 백서윤 혼자만이 쓸쓸하게 남겨졌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자신을 끌어안았다.백서윤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유선우는 차를 몰고 다시 별장에 돌아왔다.차에서 내릴 때 그는 조금 피곤한 듯 이마를 문지르며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자 고용인이 그의 코트를 건네받으며 말을 건넸다.“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라 부엌에서 특별히 만둣국을 끓였으니까 좀 이따 한 그릇 드셔보세요.”만둣국…유선우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고용인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불쑥 말했다.“사모님께서 만둣국 무척 좋아하셨잖아요. 정월 대보름날마다 부엌에 만둣국을 주문했는데 잊으셨어요?”그러자 유선우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과거에 유선우는 조은서와 함께 밥을 먹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조은서의 취향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부엌에 걸어가 자리에 앉은 뒤, 옆에 있는 신문을 꺼내 들어 읽으며 무심코 말했다.“예전의 습관이라면 한번 가져와 봐요.”그러자 고용인이 다급히 부엌에 달려가 준비하기 시작했다.이윽고 유선우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에 다른 한편에 놓인 만둣국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층에서는 계속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집안 곳곳에도 이안이 물건들로 가득했었다.분유, 작은 옷가지들, 장난감.하지만 지금은 집 전체가 텅 비어버렸다…그러나 유선우는 계속 밤늦게 집에 돌아왔기에 사람이 없어도 아직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의 물건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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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그러자 유선우는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말았다.그는 넋을 잃은 채 회의실 책상을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물었다.“어디로 갔는데?”진 비서가 대답했다.“하와이요.”하와이…유선우는 곧바로 하와이에 반 대표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는데 반 대표는 전에 조은서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대시했던 적이 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유선우는 고개를 살짝 젖히고는 조금 억누르는듯한 목소리로 YS 그룹의 임원들과 주주들에게 말을 건넸다.“죄송합니다. 회의를 30분 동안 잠시 중단하겠습니다.”그러자 아랫사람들이 속닥속닥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유선우가 워커홀릭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다. 하여 그는 단 한 번도 일을 미룬 적이 없는 사람이다.유선우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누군가가 소문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사모님이 가셨나 보네. 그분 일을 제외하면 이렇게 젊고 유능한 유 대표님이 추태를 부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그러자 회사의 원로들도 한숨을 내쉬었다.“유 대표님은 장사는 잘하는데 가정은 꾸릴 줄 모르는 것 같군요…”…유선우는 사무실로 돌아와 창가 앞에 서서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다시 전화해 봐도 계속하여 없는 번호라는 음성메시지만 뜰뿐이었다.유선우는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진 비서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제가 이미 조사했는데 은서 씨가 번호도 바꿨더군요. 은서 씨가 전에 쓰던 번호는 이미 취소되었습니다.”유선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더듬어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떠날 때 너한테 내 얘기 하지는 않았어? 남긴 말은? 몇 마디, 아니 몇 글자라도 괜찮으니까 제발…”“없습니다.”진 비서도 조금 울먹였다.어찌 되었든 진 비서는 오랜 시간 동안 유선우의 뒤를 따라다녔기에 지금만큼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제가 사모님 거처를 찾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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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조은서가 떠났지만, 유선우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진 비서에게 말했던 것처럼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자유를 돌려주었고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그리고 유선우도 점점 조은서의 빈자리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조은서가 없는 생활에 적응하고, 이안이가 곁에 없는 생활에 적응해 나가며 그들의 소식과 말 한마디 없는 생활에 더욱 적응해야 했다… 가끔은 조은서가 말 한마디 없이 그를 떠나버린 게 참 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봄이 가고 황금빛 가을이 다가왔다.천고마비의 10월, YS 그룹 대표실.유선우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점심의 가을 햇살이 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유선우의 몸을 비춰 그의 잘생긴 용안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그때, 입구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유선우는 진 비서가 들어왔음을 알고 태연하게 물었다.“4시에 노 대표와 잡았던 골프 약속 스케줄에는 변화 없지?”진 비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그에게 다가와 크라프트지 편지봉투를 유선우의 눈앞에 내려놓았다.유선우는 진유라를 올려다보고는 한참 뒤 무언가를 의식한 듯 코끝이 찡해났다.“은서가 보낸 거야?”진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먼저 자리를 비웠다.문이 살포시 닫히고 큰 사무실 안, 유선우는 묵묵히 자리에 앉아 편지봉투를 바라보았다. 현재 편지 봉투를 마주한 그의 심정은 오래전 떠난 고향을 그리는 감정과 비슷했다.그렇게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열어보았다.봉투 안에는 몇 장의 사진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모두 이안의 사진들이었다. 이안이 자는 모습, 이안이 차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안이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두어 걸음 발걸음을 뗀 이안은 놀라움과 동시에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진 속의 이안은 매우 예쁘게 잘 컸는데 특히 정교한 눈매는 엄마를 똑 닮아 더욱 매력적이었다.유선우는 사진들을 전부 보고 나서도 손을 떼지 못하고 몇 장의 사진을 몇 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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