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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유선우는 백서윤에게 말할 기회를 더 주지 않았다.

그는 낯선 눈길로 백서윤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난 너에게 관심 없어.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너도 이젠 알아들었으리라고 믿어.”

백서윤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한참 동안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유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차창을 올리고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고 자리를 떴다.

싸늘한 가로등 아래, 백서윤 혼자만이 쓸쓸하게 남겨졌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자신을 끌어안았다.

백서윤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유선우는 차를 몰고 다시 별장에 돌아왔다.

차에서 내릴 때 그는 조금 피곤한 듯 이마를 문지르며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자 고용인이 그의 코트를 건네받으며 말을 건넸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라 부엌에서 특별히 만둣국을 끓였으니까 좀 이따 한 그릇 드셔보세요.”

만둣국…

유선우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고용인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불쑥 말했다.

“사모님께서 만둣국 무척 좋아하셨잖아요. 정월 대보름날마다 부엌에 만둣국을 주문했는데 잊으셨어요?”

그러자 유선우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

과거에 유선우는 조은서와 함께 밥을 먹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조은서의 취향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부엌에 걸어가 자리에 앉은 뒤, 옆에 있는 신문을 꺼내 들어 읽으며 무심코 말했다.

“예전의 습관이라면 한번 가져와 봐요.”

그러자 고용인이 다급히 부엌에 달려가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선우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에 다른 한편에 놓인 만둣국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층에서는 계속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집안 곳곳에도 이안이 물건들로 가득했었다.

분유, 작은 옷가지들, 장난감.

하지만 지금은 집 전체가 텅 비어버렸다…

그러나 유선우는 계속 밤늦게 집에 돌아왔기에 사람이 없어도 아직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의 물건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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