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그런 걸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없이 지갑에서 현금 40만 원을 꺼내어 백서윤의 발밑에 던져주었다. 조은서는 백서윤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여 조은서는 냉소를 터뜨리며 더욱 비아냥거렸다.“동정심이 필요해요? 이게 내 동정심이니까 필요하면 직접 주워요.”그러자 백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백서윤은 결국 몸을 숙여 땅에 흩뿌려진 돈을 한 장 한 장 주웠다. 그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 돈이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낼 돈이 없다.돈을 다 줍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백서윤은 유선우를 발견하였다.유선우는 클래식한 블랙과 화이트칼라로 매치한 정장 수트에 얇은 영국식 체크무늬 코트로 성숙한 남성의 느낌을 뿜어냈다. 그는 차 옆에 기대어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더없이 깊고 그윽했다.백서윤은 너무나도 창피하고 짜증 났지만 동시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조은서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처럼 각박한 여자는 사랑해 줄 가치가 없다고 여기리라 생각했다.그리고 조은서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을 봤으니 위로해 주러 오겠거니 생각했다.그러나 백서윤의 예상과는 달리 유선우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아당겼다. 하지만 조은서는 가볍게 손을 뿌리치며 그의 스킨쉽을 거절했다…유선우는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윽고 다시 자세를 낮추며 말을 건네왔다.“퇴근하면서 마침 네 운전기사를 봐서 물어봤는데 네가 여기에 있다 하더라고. 이혼 절차는 끝마쳤으니까 널 데려다주는 김에 이안이도 보러 가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겠어?”조은서는 잠깐 고민하더니 흔쾌히 답했다.“네. 오늘은 괜찮아요.”조은서가 수락하자 유선우는 크게 기뻐하며 검은 벤틀리의 문을 열고 부드럽게 말했다.“차에 타.”그러나 조은서는 다시 유선우와 거
유선우는 계속하여 조은서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하여 그는 조금 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너 전에 나랑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았잖아.”바깥 하늘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며 황혼이 아득하게 펼쳐졌다.따뜻하고 밝은 방 안에 서 있으니 편안한 환경에서의 조은서는 사람 전체가 더욱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저희는 평등하지 않으니까요. 결혼할 때부터 저희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어요. 전 매일 냉담한 남편을 맞이해야 했고 내가 대체 어떤 말로 그 사람을 화나게 했는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저 사람이 일주일 동안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매일매일 고민해야 했어요. 이런 부부관계 속에서 여자가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하지만 유선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계속하여 고집을 부렸다“그럼 내가 이제부터 널 신경 쓰고 널 존중해준다면?”그러자 조은서는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인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속에서 이안이를 건네받고는 아이를 달래주며 다시 말을 꺼냈다.“아이도 봤으니까 인제 그만 가보시죠. 바래다주지는 않을게요.”그때, 심정희가 만두 몇 접시를 들고 나왔고 유선우도 더 이상 이곳에 머물기 어려워졌다.하여 그는 이안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이혼 서류는 아래층에 있으니까 나와 함께 내려가서 가져가.”조은서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조금 고민하고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외투 좀 입고 올게요.”조은서가 그의 제안에 이토록 쉽게 대답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고 유선우의 마음속에는 다시금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따라서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도 더욱 부드러워졌다.한편, 심정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조은서는 담담히 웃으며 그녀를 다독여주었다.“괜찮아요. 물건만 가지고 올라올게요.”결국 심정희도 마지못해 싱긋 웃어 보였다.조은서가 외투를 걸치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이안이가 갑자기 작은 손
조은서는 겨우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이 다시 가로막히고 말았다.감정이 너무 억눌려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박연준의 통화 때문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유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은서의 붉은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했다…몸과 입술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뒤엉켜버렸다.하지만 이토록 뜨거운 키스에도 불구하고 유선우와 조은서는 서로 조금씩 아픈 맛이 느껴졌다.한참 뒤에야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었다.하지만 손을 놓자마자 짝하는 소리와 함께 유선우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조은서에게 뺨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선우는 고개를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천천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입술과 이빨 사이에는 여전히 조은서의 향기가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그때, 조은서가 그를 힘껏 밀어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유선우가 있는 힘껏 그녀를 품속에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뛰는 유선우의 심장은 오로지 조은서의 귓가에 속삭일 그의 진심 한마디를 위한 것이다.“은서야, 좋아해.”유선우는 조은서를 좋아한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선우가 좋아했던 사람은 조은서밖에 없었다.사실 지금이 고백하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시기지만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백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조은서를 잘 대해주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계속하여 그녀의 곁을 지킬 것이다.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조은서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조은서는 몇 초간 망설이고는 다시금 그를 밀어낸 뒤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이혼서류 주러 왔다면서요.”유선우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한 조은서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절 그런 곳에 보내놓고서 제가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래요? 제 정신이 문제 있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문제 있는 거예요?”그러자 유선우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한참 뒤, 그는 차 문을 열고 몸을 밀어 넣더니 이혼서류 한 뭉치를 들고나와 조은서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서류를 건네주고도 그는 한참
유선우는 백서윤에게 말할 기회를 더 주지 않았다.그는 낯선 눈길로 백서윤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난 너에게 관심 없어.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너도 이젠 알아들었으리라고 믿어.”백서윤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한참 동안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유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차창을 올리고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고 자리를 떴다.싸늘한 가로등 아래, 백서윤 혼자만이 쓸쓸하게 남겨졌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자신을 끌어안았다.백서윤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유선우는 차를 몰고 다시 별장에 돌아왔다.차에서 내릴 때 그는 조금 피곤한 듯 이마를 문지르며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자 고용인이 그의 코트를 건네받으며 말을 건넸다.“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라 부엌에서 특별히 만둣국을 끓였으니까 좀 이따 한 그릇 드셔보세요.”만둣국…유선우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고용인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불쑥 말했다.“사모님께서 만둣국 무척 좋아하셨잖아요. 정월 대보름날마다 부엌에 만둣국을 주문했는데 잊으셨어요?”그러자 유선우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과거에 유선우는 조은서와 함께 밥을 먹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조은서의 취향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부엌에 걸어가 자리에 앉은 뒤, 옆에 있는 신문을 꺼내 들어 읽으며 무심코 말했다.“예전의 습관이라면 한번 가져와 봐요.”그러자 고용인이 다급히 부엌에 달려가 준비하기 시작했다.이윽고 유선우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에 다른 한편에 놓인 만둣국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층에서는 계속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집안 곳곳에도 이안이 물건들로 가득했었다.분유, 작은 옷가지들, 장난감.하지만 지금은 집 전체가 텅 비어버렸다…그러나 유선우는 계속 밤늦게 집에 돌아왔기에 사람이 없어도 아직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의 물건을 보
그러자 유선우는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말았다.그는 넋을 잃은 채 회의실 책상을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물었다.“어디로 갔는데?”진 비서가 대답했다.“하와이요.”하와이…유선우는 곧바로 하와이에 반 대표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는데 반 대표는 전에 조은서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대시했던 적이 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유선우는 고개를 살짝 젖히고는 조금 억누르는듯한 목소리로 YS 그룹의 임원들과 주주들에게 말을 건넸다.“죄송합니다. 회의를 30분 동안 잠시 중단하겠습니다.”그러자 아랫사람들이 속닥속닥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유선우가 워커홀릭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다. 하여 그는 단 한 번도 일을 미룬 적이 없는 사람이다.유선우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누군가가 소문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사모님이 가셨나 보네. 그분 일을 제외하면 이렇게 젊고 유능한 유 대표님이 추태를 부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그러자 회사의 원로들도 한숨을 내쉬었다.“유 대표님은 장사는 잘하는데 가정은 꾸릴 줄 모르는 것 같군요…”…유선우는 사무실로 돌아와 창가 앞에 서서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다시 전화해 봐도 계속하여 없는 번호라는 음성메시지만 뜰뿐이었다.유선우는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진 비서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제가 이미 조사했는데 은서 씨가 번호도 바꿨더군요. 은서 씨가 전에 쓰던 번호는 이미 취소되었습니다.”유선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더듬어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떠날 때 너한테 내 얘기 하지는 않았어? 남긴 말은? 몇 마디, 아니 몇 글자라도 괜찮으니까 제발…”“없습니다.”진 비서도 조금 울먹였다.어찌 되었든 진 비서는 오랜 시간 동안 유선우의 뒤를 따라다녔기에 지금만큼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제가 사모님 거처를 찾아드리겠습니다
조은서가 떠났지만, 유선우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진 비서에게 말했던 것처럼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자유를 돌려주었고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그리고 유선우도 점점 조은서의 빈자리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조은서가 없는 생활에 적응하고, 이안이가 곁에 없는 생활에 적응해 나가며 그들의 소식과 말 한마디 없는 생활에 더욱 적응해야 했다… 가끔은 조은서가 말 한마디 없이 그를 떠나버린 게 참 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봄이 가고 황금빛 가을이 다가왔다.천고마비의 10월, YS 그룹 대표실.유선우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점심의 가을 햇살이 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유선우의 몸을 비춰 그의 잘생긴 용안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그때, 입구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유선우는 진 비서가 들어왔음을 알고 태연하게 물었다.“4시에 노 대표와 잡았던 골프 약속 스케줄에는 변화 없지?”진 비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그에게 다가와 크라프트지 편지봉투를 유선우의 눈앞에 내려놓았다.유선우는 진유라를 올려다보고는 한참 뒤 무언가를 의식한 듯 코끝이 찡해났다.“은서가 보낸 거야?”진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먼저 자리를 비웠다.문이 살포시 닫히고 큰 사무실 안, 유선우는 묵묵히 자리에 앉아 편지봉투를 바라보았다. 현재 편지 봉투를 마주한 그의 심정은 오래전 떠난 고향을 그리는 감정과 비슷했다.그렇게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열어보았다.봉투 안에는 몇 장의 사진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모두 이안의 사진들이었다. 이안이 자는 모습, 이안이 차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안이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두어 걸음 발걸음을 뗀 이안은 놀라움과 동시에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진 속의 이안은 매우 예쁘게 잘 컸는데 특히 정교한 눈매는 엄마를 똑 닮아 더욱 매력적이었다.유선우는 사진들을 전부 보고 나서도 손을 떼지 못하고 몇 장의 사진을 몇 번이
3년 후.번화가에 위치한 더원 고급 레스토랑.저녁이 될 무렵, 유선우는 한 여성과 식사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협력 파트너의 부사장이자 그룹 회장님의 외동딸이었다.그녀의 이름은 송가인.송가인은 유선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하는 김에 유선우를 초대하여 둘이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유선우가 아름답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는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그는 아주 섹시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송가인을 보았다. 그는 쉽게 송가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걸 까발리지 않았다.그는 식사하면서 담담하게 송가인의 회사와 협력할 사소한 일들만 말하고 있었다. 송가인이 입은 섹시한 치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유선우는 송가인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송가인이 조금 초조해졌다.송가인이 와인 잔을 들고 유선우에게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업 이야기를 다 말했으니, 이제 사적인 일을 이야기해요! 선우 씨, 저는 당신의 사적인 생활에 관심이 많아요!”그녀는 대놓고 말했다.유선우도 그녀의 말에 피하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야망이 가득한 여자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의 사적인 생활은 별로 말할 게 딱히 없어요. 전부 아내 아니면 제 자식뿐이에요.”송가인이 뒤쫓아 물었다.“선우 씨는 이혼했다 하지 않았어요?”이 말을 들은 유선우는 더욱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전처도 아내이고 자식도 내 자식이니까요.”유선우는 이렇게 분명히 그녀를 거절했다.체면이 구겨진 송가인은 긴 머리를 살짝 넘기면서 하얗고 부드러운 목을 드러냈다. 갑자기 그녀가 유선우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뒤에 있던 웨이터가 프랑스식 꼬리곰탕을 가져온 것을 몰랐다. 그녀가 웨이터와 부딪히자, 국물이 모두 송가인의 치마에 떨어졌다.갑자기 치마에는 얼룩덜룩한 국물 자국이 나타났다.보기 드문 광경이었다!송가인은 기분이 나빠서 즉시 그 웨이터한테 화풀이했다
조은서는 송가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기에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수민이를 대신해서 아가씨에게 감사드려요! 이러죠... 아가씨와 유 신사 분의 밥은 제가 살게요. 두 분 맛있게 드세요.”말을 마치자, 조은서는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송가인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선우 씨... 근데 저 여자가 우리를 어떻게 알아요?”한참이나 조은서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바라보고 있던 유선우가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저 사람이 바로 저의 전처예요.”송가인은 멍해졌다...화장실 안.서양식 금색 수도꼭지에서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조은서는 손으로 자기 심장을 지그시 눌렀다.지금도 그녀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심지어 마음이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유선우를 만나니 그녀는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전에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거들이 파도처럼 그녀에게 밀려왔다.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된 그녀는 손을 씻으려고 했다. 하지만 눈빛이 거울에 가는 순간...그녀는 멍해졌다.유선우가 벽에 기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는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닫고 잠그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돌아왔어?”“네.”조은서는 머리를 숙이고 손을 씻고 있었다.유선우는 거울 속에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내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새하얀 담배를 입에 물고 깊이 빨아들이자 야윈 두 볼이 움푹 파였다. 유선우의 몸에서는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잠시 후, 그는 조용하게 물었다.“돌아오면 말이라도 하지. 이안이도 함께 왔어?”“이안이는 아직 하와이에 있어요.”조은서가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손을 씻은 후에 몸을 돌리며 말했다.“비켜주세요.”하지만 유선우는 비켜주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숙여 담뱃재를 털더니 무심코 물었다.“그 반 대표는? 아직도 만나고 있어?”이 질문을 하자 유선우의 눈빛이 이글거렸다.담배를 낀 그의 긴 손가락은 아무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