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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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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조은서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유선우는 담배를 끄고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폰을 한쪽에 있는 바에 올려놓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YS 그룹 본사에 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어. 그리고 대부분 업무도 B시에 집중되어 있고. 넌 내가 하와이로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회사도 옮긴다고 해서 옮겨진다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 아니야!”조은서는 유선우가 무언갈 알아차렸음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의 뒤로 다가가 폰을 몇 초 동안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이미 알고 있는 것 같네요.”“뭘 안다는 거야?”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면서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고 날 떠나려고 한다는 거 말이야? 조은서, 이게 바로 네가 생각했던 제일 안온하게 날 떠나는 방법이야? 우리 둘 사이의 감정이 식은 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던 거지? 맞지?”조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더 감춘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그녀는 짧게 대답했다.“맞아요!”깊은 밤, 두 사람은 쓰고 있던 가식적인 가면을 벗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보면서 약간 울먹이며 말했다.“선우 씨, 내가 당신을 떠나고 싶어 하고 당신과 함께 있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데요? 날 의심하고 백아현을 위해 내 뺨을 때릴 뿐만 아니라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여자 때문에 마음이 설레하는 당신을 내가 사랑해야 하냐고요?”“난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어요.”“그런데 그 따귀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듣고 싶다면 알려줄게요. 당신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로 당신과의 모든 스킨십이 다 나를 혐오스럽게 만들어요!”...밤이 더 깊어져 갔다.유선우는 창문을 등지고 서서 오랫동안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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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하와이에서 있은 일 후로 조은서와 유선우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그는 좀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돌아갔다고 해도 옷만 갈아입을 뿐, 두 사람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조은서의 임신 상황도 진유라를 통해 접했다.이순영의 건강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유선우와 조은서는 그녀의 곁을 지켰는데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피했다. 한 사람은 낮에 찾아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녁에 찾아갔다. 서로 불편해할 일도 없었다.이순영도 두 사람 사이에 일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로서 바꿀 수 없었다.가끔 유선우에 관한 스캔들이 생기기도 했다.초가을.이른 아침, 조은서는 식탁 앞에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창밖에는 푸르싱싱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고 날씨도 아주 좋았다.그러나 손 옆에 놓인 아침 신문에는 유선우의 스캔들이 보도되어 있었다.그와 예쁜 여자 연예인이 함께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포착된 두 사람은 앞뒤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복도를 걸었는데 썸타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꽤 다정해 보였다.조은서는 한참 들여다보았다...하인은 그녀가 속상해할까 봐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사모님, 우유가 식은 것 같은데 제가 따뜻한 거로 다시 바꿔드리겠습니다.”조은서는 그녀의 호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간단히 답했다.바로 이때, 밖에서 하인 한 명이 들어오더니 조은서 곁에 다가가 난감해하면서 말했다.“한여름 씨라는 분께서 사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사모님... 안으로 들일까요?”‘한여름?’조은서는 일어나 창문 옆으로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원에 아주 고급스러운 승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리따운 여자 한 명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매니저와 함께 옆에 서 있었다. 조은서 뒤에 서 있던 하인이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연예인이라는 사람이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요? 사모님, 제가 가서 쫓아낼게요.”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녀는 유선우가 한여름과 어떤 사이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유선우가 스캔들을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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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한 주일 후, 한여름은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물어본 끝에 겨우 자신이 유선우를 건드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는 자신이 집까지 찾아가 유 사모님을 성가시게 굴었다는 것이었다.한여름은 조은서를 찾아 빌고 싶었다.그러나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이 그녀에게 알려줬다.“유 사모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주요하게 유 대표님께서 불쾌하셔. 빌 생각하지 말아. 유 대표님한테 안 먹혀.”한여름은 어안이 벙벙했다....가을밤,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깊은 밤,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왔다. 불빛 때문에 비에 젖은 차는 아주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기사는 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뒷좌석 문을 열고는 가볍게 말했다.“대표님, 집에 도착하셨습니다.”차 안은 어두컴컴했고 유선우는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이순영 건강도 점점 더 악화되어 저녁에 편히 주무시지 못하고 계속 ‘문호’를 불렀다. 그는 거의 매일 밤 그녀를 간호하러 갔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효도한다고 해도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유문호가 실종된 지 십여 년이 되었다. 곧 이 세상을 뜨게 되는 이순영은 친아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기사는 유선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발견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유선우가 현관을 들어서자 집에 있던 하인이 그를 마중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야식을 뭐로 준비해드릴까요? 사모님은 방금전에 잠드셨습니다. 낮에는 계속 어르신 곁에서 간호하셨고요. 요 며칠 피곤하셨는지 살도 빠지신 것 같습니다.”현관 쪽에 있는 크리스탈 조명이 밝게 빛났다.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신발을 벗고 조용히 말했다.“야식은 안 먹는 거로 할게요.”그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유선우는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갑자기 자신이 조은서를 안 본 지 한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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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새벽, 유선우의 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등을 켰다. 그는 함께 깨어난 조은서를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엄마, 무슨 일이세요?”전화를 한 사람은 함은숙이었다.함은숙의 목소리는 깊은 밤에 특히 냉정하게 들려왔다.“선우야, 할머니께서 더는 못 버티실 것 같아. 얼른 은서를 데리고 와. 할머니 마지막 모습은 봐야지.”유선우는 약 3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금방 갈게요.”오 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집 문을 나섰다.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값비싼 롤스로이스 차체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진귀한 눈물 같았다...임신한 조은서 때문에 유선우는 운전을 빨리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조은서는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이 이은숙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마지막 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차는 빨간 신호등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그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결국 담배를 사물함 안에 버리고 조은서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조은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이은숙 그녀를 아껴준 만큼 그녀의 마음도 유선우와 마찬가지로 이 음산하고 어두운 밤과 같이 차가워났다.조용히 손을 잡고 있은지 약 30초가 지나자 신호등이 녹색 등으로 바뀌었다.유선우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다시 핸들을 잡고 집중해서 운전했다. 다음 신호등 앞에 가서도 그는 조은서의 손을 다시 잡지 않았다. 조은서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느껴졌던 온기가 그저 그가 무의식적으로 추태를 부린 것이라는 것을.반 시간 후, 블랙 롤스로이스가 본가에 들어섰다.이은숙은 거의 임종에 달했다.유선우와 조은서가 침대 옆에 서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이은숙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다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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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유선우는 고개를 약간 쳐들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이은숙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문호예요... 나 돌아왔어요...”“문호가 돌아왔어!”이은숙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얼굴이 그녀가 키운 아이, 유문호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힘겹게 숨만 쉬고 있을 뿐, 더는 그 이름을 부를 힘이 없었다.자신의 문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유문호가 돌아왔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문호야, 너 곧 할아버지가 된다는 건 알고 있니? 두 달만 더 지나면 유씨 집안에 가족 한 명이 더 생기게 될 거야.문호야, 네가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이은숙은 떠나기 아쉬워했다.문호가 돌아왔어.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할머니 곁에 혼자 있어 주고 싶어요. 다들 나가서 쉬세요.”사람들이 다 나간 후, 그는 큰 침실에 남아 이은숙의 곁을 지켰다. 그는 부드럽게 이은숙의 머리를 빗겨주고 그녀에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는 어렸을 때 이은숙이 자신에게 불러주면서 어릴 적 유문호도 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 이은숙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본가의 하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다들 함께 이은숙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 문을 열어보니 조은서는 이미 깨어 있었다. 그녀는 하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깬 것이다... 그녀는 이은숙이 돌아갔다는 걸 알고 눈물을 흘렸다.유선우는 그녀의 불룩한 배를 보면서 유유히 말했다.“할머니께서 멀리 나가신 후에 나와.”그는 말을 하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옷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이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서서 흰 셔츠를 벗고 짙은 회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넥타이를 매는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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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은숙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왔다.유선우는 집에 자주 돌아오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담담하게 대했다. 밥 먹을 때도 별로 대화하지 않았고 잠잘 때도 서로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때때로 객실에서 자기도 했다. 가끔 밤이면 뒤에서 그녀를 안고 그녀의 불룩한 배를 만지며 아이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조은서가 깰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잠자코 그가 배를 어루만지게끔 내버려 두었다.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이밖에 없었다.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했었다는 걸 잊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보상해주려 했던 것을 잊었다. 더욱 나아가 그가 했던 말도 잊어버렸다...“조은서, 나 딸 가지고 싶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차 문이 열리자마자 어린 여자아이가 나의 다리를 안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어.”그들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만 기억하고 있다.그들은 결국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누구도 자존심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상대방을 안아주려 하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상대방에게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이은숙이 돌아간 지 한 달이 지났다.조은서도 임신하지 8개월이 되었다. 그녀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모든 가게를 임지혜에게 맡겼다.저녁 무렵, 그녀는 진유라의 전화를 받았다.진유라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짐 좀 싸주셨으면 합니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여권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여권...유선우가 출국하는 건가?조은서는 백아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스케줄도 임시 생긴 것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유선우를 위해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준비해주고 여권도 챙겨주었다....반 시간 후, 진유라가 짐을 가지러 왔다.그녀는 조은서 손에서 여권을 받으면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백아현 씨가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마 오래 못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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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임지혜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아이에게 잘할게.”조은서는 생긋 웃었다.임지혜는 잠시 앉아있다가 가게 보러 먼저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조은서는 혼자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석양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는데 부드러움을 더해주었다.바로 그때, 유이안이 그녀의 배속에서 움직였다.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조은서는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유이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띠었다.유이안은 초겨울에 태어나게 되므로 조은서는 쇼핑몰에 가서 유이안에게 수많은 옷을 사줬는데 다 핑크색이었고 귀여웠다.그녀가 아래층 남성옷 코너를 지날 때 한 점원에게 붙잡혔다.점원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어필했다.“사모님, 오늘 우리 브랜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모든 옷들을 다 20% 할인해줘요. 아시다시피 우리 브랜드는 평소에 할인 활동이 없어요. 브랜드 성립 기념일에만 오늘처럼 큰 할인 활동을 해요.”조은서는 문뜩 유선우가 전에 셔츠 두 벌을 사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비록 그녀가 거절했지만 말이다...그녀는 고민끝에 가게로 들어가 유선우의 나이에 어울리는 셔츠 두 벌과 넥타이를 구매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그녀가 전에 자주 해왔던 일이었다. 유선우의 일생생활도 그녀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려고 하니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아마 곧 헤어지게 될 거라서 그런 듯했다....그녀가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유선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하인은 그녀 대신 물건을 위층으로 올려갔다. 하인은 남성 셔츠가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은근 기뻐했다.“사모님, 아직도 반 시간 정도 있어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쉬고 계세요. 제가 부르러 올게요.”조은서는 확실히 피곤했다.그녀는 간단히 답하고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하인은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유이안이 태어난 꿈을 꾸었다. 아주 귀여웠다. 아이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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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큰비가 온종일 내렸다.저녁 무렵, 하늘에는 노을이 졌는데 매우 아름다웠다.조은서는 숄을 쓰고 테라스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유선우와의 결혼생활을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전에 테라스에서 그를 위해 적어두었던 일기장과 웨딩사진을 태웠던 일을 떠올렸다. 추억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침실에 있던 전화가 계속 울렸다.조은서는 숄을 올리고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는 침실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박연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는 조은서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사모님, 조은혁 씨 재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재판일이 앞당겨진다더군요. 만약 재판이 엄하게 진행된다면 적어도 5년은 선고받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급해하시지 마시고... 제가 알아보았는데 이번 재판을 새로 맡은 분이 유씨 집안과 인연이 꽤 깊던데 유 대표님께서 나서시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폰을 쥐고 있는 조은서의 손가락이 떨렸다.이럴 수가, 갑자기 5년이라니...박연준도 미안해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지금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유 대표님 뿐입니다. 부부 사이 관계를 막론하고 이번에는 유 대표님의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조은서가 말하려고 할 때 바깥 정원에서 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가 돌아온 건가?조은서는 배를 잡고 테라스로 걸어갔는데 마침 유선우가 차에서 내려오는 걸 보았다. 그리고 백정수가 그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백정수는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매우 슬퍼보였다. 그는 옆에 어색하게 서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바로 이때, 유선우 고개를 들자마자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차갑고 낯설었다. 마치 그날 밤 필름을 깨부순 그녀의 따귀를 내리칠 때처럼 말이다. 조은서는 마음이 아파났지만 이를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맻혀 있었다.유선우는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차문을 닫았다.그는 이층으로 올라가 서재 문을 열고 서랍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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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그는 비꼬면서 말했다.“아직도 네가 그렇게 값진 존재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너랑 이혼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내가... 나 유선우가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조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유선우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를 기생으로 생각했던 것인가...심지어 배 속에 아이도 이젠 아무렇지 않단 말인가.이 모든게 다 그녀가 백아현의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미련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떠났다.조은서와 백아현 중에서 진정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조은서였다.가장 우스운 건 그녀가 오늘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조은서는 허탈하게 웃었다.‘내가 유선우에게 빌다니. 유선우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니...’‘유선우가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유선우의 구세주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계속 희망을 품었었다니.’조은서는 자신이 너무도 우스웠다.그녀는 유선우의 구세주일 리가 없었고 그냥 그의 성욕을 처리해주는 여자에 불과했다.그가 조은서와 백아현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왜 그녀는 계속 몰라보는 걸까?왜 그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걸까? 그의 애를 임신하고도 그에게 모욕 당하고 의심 받고... 그녀는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배 속에 있던 아이도 불안하게 움직였다.마치 유이안이 엄마의 비통함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조은서는 조용히 서재에 서 있었다. 정원에서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녀는 유선우가 떠났다는 걸 알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백아현을 보러 갔다......유선우가 떠난 지 사흘이 되던 날, 조은혁은 6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그날 저녁, 조승철은 심장마비로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갔다.그날은 마침 추석이었다. 집집마다 떠들썩했고 하인들은 아래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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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온몸이 아파왔다.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죽을 듯이 아팠다. 그러나 조은서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배 속에는 유이안이 존재하니까.8개월이 되는 유이안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했다.그녀는 유선우의 무자비함을 원망했지만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만은 사랑했고 또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죽으면 안 돼!’‘죽으면 안 돼!’조은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통증을 줄이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온몸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내 아이 좀 살려줘요...”...누구도 그녀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했다.밖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고 아래층에서는 계속 명절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는 바닥을 짚고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침실 밖으로 기어나갔다.‘누가 좀 나를 도와줘. 내 아이를 살려줘...’피가 계단까지 흘렀다.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럭셔리한 별장 바닥을 어지럽혔다.마치 유선우가 그녀에게 했던 애정 어린 말들처럼 그녀에게만 상처가 되어 다가왔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조은서의 눈물도 함께 피와 섞여 흘러내렸다....결국 하인이 피바다 속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발견했다.하인은 손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져서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이내 비명을 질렀다.“사모님!”조은서는 피범벅이 되어 계단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흰색 실크 잠옷도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몸은 과다 출혈로 인해 경련을 일으켰다.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인은 비명을 지르며 기사를 부른 후 유선우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유선우의 폰은 꺼져있었다.그는 현재 해외에서 백아현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YS 병원.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실을 드나들었다. 수술실 문이 열릴 때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함은숙은 벤치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선우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그의 폰은 여전히 꺼져있었고 심지어 진유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한심한 것들!’‘아무리 그래도 아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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