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고개를 약간 쳐들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이은숙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문호예요... 나 돌아왔어요...”“문호가 돌아왔어!”이은숙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얼굴이 그녀가 키운 아이, 유문호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힘겹게 숨만 쉬고 있을 뿐, 더는 그 이름을 부를 힘이 없었다.자신의 문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유문호가 돌아왔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문호야, 너 곧 할아버지가 된다는 건 알고 있니? 두 달만 더 지나면 유씨 집안에 가족 한 명이 더 생기게 될 거야.문호야, 네가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이은숙은 떠나기 아쉬워했다.문호가 돌아왔어.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할머니 곁에 혼자 있어 주고 싶어요. 다들 나가서 쉬세요.”사람들이 다 나간 후, 그는 큰 침실에 남아 이은숙의 곁을 지켰다. 그는 부드럽게 이은숙의 머리를 빗겨주고 그녀에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는 어렸을 때 이은숙이 자신에게 불러주면서 어릴 적 유문호도 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 이은숙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본가의 하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다들 함께 이은숙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 문을 열어보니 조은서는 이미 깨어 있었다. 그녀는 하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깬 것이다... 그녀는 이은숙이 돌아갔다는 걸 알고 눈물을 흘렸다.유선우는 그녀의 불룩한 배를 보면서 유유히 말했다.“할머니께서 멀리 나가신 후에 나와.”그는 말을 하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옷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이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서서 흰 셔츠를 벗고 짙은 회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넥타이를 매는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
이은숙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왔다.유선우는 집에 자주 돌아오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담담하게 대했다. 밥 먹을 때도 별로 대화하지 않았고 잠잘 때도 서로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때때로 객실에서 자기도 했다. 가끔 밤이면 뒤에서 그녀를 안고 그녀의 불룩한 배를 만지며 아이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조은서가 깰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잠자코 그가 배를 어루만지게끔 내버려 두었다.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이밖에 없었다.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했었다는 걸 잊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보상해주려 했던 것을 잊었다. 더욱 나아가 그가 했던 말도 잊어버렸다...“조은서, 나 딸 가지고 싶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차 문이 열리자마자 어린 여자아이가 나의 다리를 안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어.”그들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만 기억하고 있다.그들은 결국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누구도 자존심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상대방을 안아주려 하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상대방에게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이은숙이 돌아간 지 한 달이 지났다.조은서도 임신하지 8개월이 되었다. 그녀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모든 가게를 임지혜에게 맡겼다.저녁 무렵, 그녀는 진유라의 전화를 받았다.진유라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짐 좀 싸주셨으면 합니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여권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여권...유선우가 출국하는 건가?조은서는 백아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스케줄도 임시 생긴 것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유선우를 위해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준비해주고 여권도 챙겨주었다....반 시간 후, 진유라가 짐을 가지러 왔다.그녀는 조은서 손에서 여권을 받으면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백아현 씨가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마 오래 못 버
임지혜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아이에게 잘할게.”조은서는 생긋 웃었다.임지혜는 잠시 앉아있다가 가게 보러 먼저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조은서는 혼자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석양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는데 부드러움을 더해주었다.바로 그때, 유이안이 그녀의 배속에서 움직였다.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조은서는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유이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띠었다.유이안은 초겨울에 태어나게 되므로 조은서는 쇼핑몰에 가서 유이안에게 수많은 옷을 사줬는데 다 핑크색이었고 귀여웠다.그녀가 아래층 남성옷 코너를 지날 때 한 점원에게 붙잡혔다.점원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어필했다.“사모님, 오늘 우리 브랜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모든 옷들을 다 20% 할인해줘요. 아시다시피 우리 브랜드는 평소에 할인 활동이 없어요. 브랜드 성립 기념일에만 오늘처럼 큰 할인 활동을 해요.”조은서는 문뜩 유선우가 전에 셔츠 두 벌을 사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비록 그녀가 거절했지만 말이다...그녀는 고민끝에 가게로 들어가 유선우의 나이에 어울리는 셔츠 두 벌과 넥타이를 구매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그녀가 전에 자주 해왔던 일이었다. 유선우의 일생생활도 그녀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려고 하니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아마 곧 헤어지게 될 거라서 그런 듯했다....그녀가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유선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하인은 그녀 대신 물건을 위층으로 올려갔다. 하인은 남성 셔츠가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은근 기뻐했다.“사모님, 아직도 반 시간 정도 있어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쉬고 계세요. 제가 부르러 올게요.”조은서는 확실히 피곤했다.그녀는 간단히 답하고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하인은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유이안이 태어난 꿈을 꾸었다. 아주 귀여웠다. 아이가 조금
큰비가 온종일 내렸다.저녁 무렵, 하늘에는 노을이 졌는데 매우 아름다웠다.조은서는 숄을 쓰고 테라스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유선우와의 결혼생활을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전에 테라스에서 그를 위해 적어두었던 일기장과 웨딩사진을 태웠던 일을 떠올렸다. 추억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침실에 있던 전화가 계속 울렸다.조은서는 숄을 올리고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는 침실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박연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는 조은서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사모님, 조은혁 씨 재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재판일이 앞당겨진다더군요. 만약 재판이 엄하게 진행된다면 적어도 5년은 선고받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급해하시지 마시고... 제가 알아보았는데 이번 재판을 새로 맡은 분이 유씨 집안과 인연이 꽤 깊던데 유 대표님께서 나서시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폰을 쥐고 있는 조은서의 손가락이 떨렸다.이럴 수가, 갑자기 5년이라니...박연준도 미안해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지금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유 대표님 뿐입니다. 부부 사이 관계를 막론하고 이번에는 유 대표님의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조은서가 말하려고 할 때 바깥 정원에서 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가 돌아온 건가?조은서는 배를 잡고 테라스로 걸어갔는데 마침 유선우가 차에서 내려오는 걸 보았다. 그리고 백정수가 그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백정수는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매우 슬퍼보였다. 그는 옆에 어색하게 서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바로 이때, 유선우 고개를 들자마자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차갑고 낯설었다. 마치 그날 밤 필름을 깨부순 그녀의 따귀를 내리칠 때처럼 말이다. 조은서는 마음이 아파났지만 이를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맻혀 있었다.유선우는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차문을 닫았다.그는 이층으로 올라가 서재 문을 열고 서랍 안에
그는 비꼬면서 말했다.“아직도 네가 그렇게 값진 존재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너랑 이혼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내가... 나 유선우가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조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유선우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를 기생으로 생각했던 것인가...심지어 배 속에 아이도 이젠 아무렇지 않단 말인가.이 모든게 다 그녀가 백아현의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미련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떠났다.조은서와 백아현 중에서 진정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조은서였다.가장 우스운 건 그녀가 오늘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조은서는 허탈하게 웃었다.‘내가 유선우에게 빌다니. 유선우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니...’‘유선우가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유선우의 구세주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계속 희망을 품었었다니.’조은서는 자신이 너무도 우스웠다.그녀는 유선우의 구세주일 리가 없었고 그냥 그의 성욕을 처리해주는 여자에 불과했다.그가 조은서와 백아현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왜 그녀는 계속 몰라보는 걸까?왜 그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걸까? 그의 애를 임신하고도 그에게 모욕 당하고 의심 받고... 그녀는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배 속에 있던 아이도 불안하게 움직였다.마치 유이안이 엄마의 비통함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조은서는 조용히 서재에 서 있었다. 정원에서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녀는 유선우가 떠났다는 걸 알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백아현을 보러 갔다......유선우가 떠난 지 사흘이 되던 날, 조은혁은 6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그날 저녁, 조승철은 심장마비로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갔다.그날은 마침 추석이었다. 집집마다 떠들썩했고 하인들은 아래층에서
온몸이 아파왔다.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죽을 듯이 아팠다. 그러나 조은서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배 속에는 유이안이 존재하니까.8개월이 되는 유이안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했다.그녀는 유선우의 무자비함을 원망했지만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만은 사랑했고 또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죽으면 안 돼!’‘죽으면 안 돼!’조은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통증을 줄이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온몸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내 아이 좀 살려줘요...”...누구도 그녀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했다.밖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고 아래층에서는 계속 명절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는 바닥을 짚고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침실 밖으로 기어나갔다.‘누가 좀 나를 도와줘. 내 아이를 살려줘...’피가 계단까지 흘렀다.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럭셔리한 별장 바닥을 어지럽혔다.마치 유선우가 그녀에게 했던 애정 어린 말들처럼 그녀에게만 상처가 되어 다가왔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조은서의 눈물도 함께 피와 섞여 흘러내렸다....결국 하인이 피바다 속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발견했다.하인은 손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져서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이내 비명을 질렀다.“사모님!”조은서는 피범벅이 되어 계단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흰색 실크 잠옷도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몸은 과다 출혈로 인해 경련을 일으켰다.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인은 비명을 지르며 기사를 부른 후 유선우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유선우의 폰은 꺼져있었다.그는 현재 해외에서 백아현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YS 병원.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실을 드나들었다. 수술실 문이 열릴 때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함은숙은 벤치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선우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그의 폰은 여전히 꺼져있었고 심지어 진유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한심한 것들!’‘아무리 그래도 아내인
“다가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목 졸라 죽여버릴 테니까.”“YS 그룹도 스캔들에 휘말리게 만들 거야!”“유선우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이 체면을 제일 중요시하잖아. 왜 안 다가와... 왜 안 다가오냐고? 은서를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것들이...”...차준호는 멀리서 임지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미친 듯이 날뛰며 필사적으로 조은서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참 후,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임지혜를 함은숙 몸에서 떼어내고 그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힘껏 끌어안았다.임지혜는 그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차준호야!’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뒤에 있는 차준호에게 말했다.“은서를 구하라고 말해줘. 은서가 죽으면 안 된다고.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차준호, 내가 빌게. 내 아이를 보아서라도 한 번만 도와줘. 제발, 응?”차준호는 그녀를 안고 목이 쉰 듯한 목소리로 함은숙에게 말했다.“조은서를 살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선우가 미치는 꼴을 보게 될 거예요. 후회하실 거라고요.”함은숙은 선 자리에 얼어붙었다.바로 이때, 심정희가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그녀는 머리를 산발하고 허겁지겁 달려왔다.그녀는 금방 남편을 잃었다......수술실 계속 켜져 있었다.하얀 침대 시트 위에 누워있는 조은서의 머리가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땀범벅이 되었는데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임지혜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 그녀의 곁을 지켰다.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은서야, 조금만 더 버티면 돼. 너랑 아이 다 괜찮을 거야!”조은서는 너무 아파 거의 의식을 잃어갔다.그녀는 임지혜가 곁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조은서는 임지혜가 수술실로 들어오기까지 또 어떠한 대가를 치렀으리라고 생각했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임지혜는 조은서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먹이며 말했다.“태아
유이안이 태어났다.의사가 그녀에게 전했다.“아이는 아주 건강해요. 인큐베이터에 한 주일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요.”조은서는 베개 위에 누워 녹초가 된 채 저도 모르게 입술을 떨었다.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너무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다. 몸이 너무 허약한 탓에 말할 힘도 없었다.임지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은서야, 들었어? 아이가 아주 건강하대. 별문제 없대.”조은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이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유이안은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갔다.함은숙은 밖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저 아이가 바로 선우 아이야... 나 할머니가 됐어!’눈매와 오뚝한 콧등을 보아서는 유선우를 똑 닮았다.함은숙은 유이안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아이 덕분에 그녀는 조은서까지 챙기기 시작했다.“조은서는 괜찮아? 백숙 준비해서 병실로 가져와. 여자는 산후조리할 때 몸보신 제대로 해야 해.”하인은 할 말이 있는 듯했다.함은숙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하인은 거짓말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작은 사모님께서 아가씨를 낳으시고 30분만 쉬고는 사돈 어르신 따라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리시러 간 것 같습니다.”함은숙은 가슴이 철렁했다.한참 지난 후, 그녀가 다시 물었다.“조씨 가문에서 유씨 가문더러 장례식에 오라는 소식을 전해왔어?”하인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사돈 어르신께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함은숙은 허탈하다는 듯 벤치에 앉았다.그녀는 조은서가 유선우와의 인연을 끊으려고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이도 낳았고 조은서가 떠나든 말든 별 상관 없었다. 원래 기뻐해야 하는데 뜻밖으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차준호의 말을 떠올렸다.“언젠간 선우가 미치는 꼴을 보시게 될 거예요.”‘아니, 유선우는 내 아들이야. 여자 때문에 미친다고?’함은숙은 전혀 믿지 않았다....조씨 가문의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