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혜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아이에게 잘할게.”조은서는 생긋 웃었다.임지혜는 잠시 앉아있다가 가게 보러 먼저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조은서는 혼자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석양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는데 부드러움을 더해주었다.바로 그때, 유이안이 그녀의 배속에서 움직였다.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조은서는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유이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띠었다.유이안은 초겨울에 태어나게 되므로 조은서는 쇼핑몰에 가서 유이안에게 수많은 옷을 사줬는데 다 핑크색이었고 귀여웠다.그녀가 아래층 남성옷 코너를 지날 때 한 점원에게 붙잡혔다.점원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어필했다.“사모님, 오늘 우리 브랜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모든 옷들을 다 20% 할인해줘요. 아시다시피 우리 브랜드는 평소에 할인 활동이 없어요. 브랜드 성립 기념일에만 오늘처럼 큰 할인 활동을 해요.”조은서는 문뜩 유선우가 전에 셔츠 두 벌을 사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비록 그녀가 거절했지만 말이다...그녀는 고민끝에 가게로 들어가 유선우의 나이에 어울리는 셔츠 두 벌과 넥타이를 구매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그녀가 전에 자주 해왔던 일이었다. 유선우의 일생생활도 그녀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려고 하니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아마 곧 헤어지게 될 거라서 그런 듯했다....그녀가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유선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하인은 그녀 대신 물건을 위층으로 올려갔다. 하인은 남성 셔츠가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은근 기뻐했다.“사모님, 아직도 반 시간 정도 있어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쉬고 계세요. 제가 부르러 올게요.”조은서는 확실히 피곤했다.그녀는 간단히 답하고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하인은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유이안이 태어난 꿈을 꾸었다. 아주 귀여웠다. 아이가 조금
큰비가 온종일 내렸다.저녁 무렵, 하늘에는 노을이 졌는데 매우 아름다웠다.조은서는 숄을 쓰고 테라스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유선우와의 결혼생활을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전에 테라스에서 그를 위해 적어두었던 일기장과 웨딩사진을 태웠던 일을 떠올렸다. 추억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침실에 있던 전화가 계속 울렸다.조은서는 숄을 올리고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는 침실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박연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는 조은서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사모님, 조은혁 씨 재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재판일이 앞당겨진다더군요. 만약 재판이 엄하게 진행된다면 적어도 5년은 선고받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급해하시지 마시고... 제가 알아보았는데 이번 재판을 새로 맡은 분이 유씨 집안과 인연이 꽤 깊던데 유 대표님께서 나서시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폰을 쥐고 있는 조은서의 손가락이 떨렸다.이럴 수가, 갑자기 5년이라니...박연준도 미안해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지금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유 대표님 뿐입니다. 부부 사이 관계를 막론하고 이번에는 유 대표님의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조은서가 말하려고 할 때 바깥 정원에서 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가 돌아온 건가?조은서는 배를 잡고 테라스로 걸어갔는데 마침 유선우가 차에서 내려오는 걸 보았다. 그리고 백정수가 그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백정수는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매우 슬퍼보였다. 그는 옆에 어색하게 서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바로 이때, 유선우 고개를 들자마자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차갑고 낯설었다. 마치 그날 밤 필름을 깨부순 그녀의 따귀를 내리칠 때처럼 말이다. 조은서는 마음이 아파났지만 이를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맻혀 있었다.유선우는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차문을 닫았다.그는 이층으로 올라가 서재 문을 열고 서랍 안에
그는 비꼬면서 말했다.“아직도 네가 그렇게 값진 존재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너랑 이혼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내가... 나 유선우가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조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유선우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를 기생으로 생각했던 것인가...심지어 배 속에 아이도 이젠 아무렇지 않단 말인가.이 모든게 다 그녀가 백아현의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미련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떠났다.조은서와 백아현 중에서 진정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조은서였다.가장 우스운 건 그녀가 오늘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조은서는 허탈하게 웃었다.‘내가 유선우에게 빌다니. 유선우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니...’‘유선우가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유선우의 구세주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계속 희망을 품었었다니.’조은서는 자신이 너무도 우스웠다.그녀는 유선우의 구세주일 리가 없었고 그냥 그의 성욕을 처리해주는 여자에 불과했다.그가 조은서와 백아현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왜 그녀는 계속 몰라보는 걸까?왜 그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걸까? 그의 애를 임신하고도 그에게 모욕 당하고 의심 받고... 그녀는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배 속에 있던 아이도 불안하게 움직였다.마치 유이안이 엄마의 비통함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조은서는 조용히 서재에 서 있었다. 정원에서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녀는 유선우가 떠났다는 걸 알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백아현을 보러 갔다......유선우가 떠난 지 사흘이 되던 날, 조은혁은 6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그날 저녁, 조승철은 심장마비로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갔다.그날은 마침 추석이었다. 집집마다 떠들썩했고 하인들은 아래층에서
온몸이 아파왔다.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죽을 듯이 아팠다. 그러나 조은서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배 속에는 유이안이 존재하니까.8개월이 되는 유이안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했다.그녀는 유선우의 무자비함을 원망했지만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만은 사랑했고 또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죽으면 안 돼!’‘죽으면 안 돼!’조은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통증을 줄이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온몸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내 아이 좀 살려줘요...”...누구도 그녀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했다.밖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고 아래층에서는 계속 명절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는 바닥을 짚고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침실 밖으로 기어나갔다.‘누가 좀 나를 도와줘. 내 아이를 살려줘...’피가 계단까지 흘렀다.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럭셔리한 별장 바닥을 어지럽혔다.마치 유선우가 그녀에게 했던 애정 어린 말들처럼 그녀에게만 상처가 되어 다가왔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조은서의 눈물도 함께 피와 섞여 흘러내렸다....결국 하인이 피바다 속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발견했다.하인은 손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져서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이내 비명을 질렀다.“사모님!”조은서는 피범벅이 되어 계단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흰색 실크 잠옷도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몸은 과다 출혈로 인해 경련을 일으켰다.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인은 비명을 지르며 기사를 부른 후 유선우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유선우의 폰은 꺼져있었다.그는 현재 해외에서 백아현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YS 병원.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실을 드나들었다. 수술실 문이 열릴 때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함은숙은 벤치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선우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그의 폰은 여전히 꺼져있었고 심지어 진유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한심한 것들!’‘아무리 그래도 아내인
“다가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목 졸라 죽여버릴 테니까.”“YS 그룹도 스캔들에 휘말리게 만들 거야!”“유선우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이 체면을 제일 중요시하잖아. 왜 안 다가와... 왜 안 다가오냐고? 은서를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것들이...”...차준호는 멀리서 임지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미친 듯이 날뛰며 필사적으로 조은서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참 후,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임지혜를 함은숙 몸에서 떼어내고 그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힘껏 끌어안았다.임지혜는 그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차준호야!’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뒤에 있는 차준호에게 말했다.“은서를 구하라고 말해줘. 은서가 죽으면 안 된다고.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차준호, 내가 빌게. 내 아이를 보아서라도 한 번만 도와줘. 제발, 응?”차준호는 그녀를 안고 목이 쉰 듯한 목소리로 함은숙에게 말했다.“조은서를 살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선우가 미치는 꼴을 보게 될 거예요. 후회하실 거라고요.”함은숙은 선 자리에 얼어붙었다.바로 이때, 심정희가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그녀는 머리를 산발하고 허겁지겁 달려왔다.그녀는 금방 남편을 잃었다......수술실 계속 켜져 있었다.하얀 침대 시트 위에 누워있는 조은서의 머리가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땀범벅이 되었는데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임지혜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 그녀의 곁을 지켰다.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은서야, 조금만 더 버티면 돼. 너랑 아이 다 괜찮을 거야!”조은서는 너무 아파 거의 의식을 잃어갔다.그녀는 임지혜가 곁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조은서는 임지혜가 수술실로 들어오기까지 또 어떠한 대가를 치렀으리라고 생각했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임지혜는 조은서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먹이며 말했다.“태아
유이안이 태어났다.의사가 그녀에게 전했다.“아이는 아주 건강해요. 인큐베이터에 한 주일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요.”조은서는 베개 위에 누워 녹초가 된 채 저도 모르게 입술을 떨었다.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너무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다. 몸이 너무 허약한 탓에 말할 힘도 없었다.임지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은서야, 들었어? 아이가 아주 건강하대. 별문제 없대.”조은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이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유이안은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갔다.함은숙은 밖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저 아이가 바로 선우 아이야... 나 할머니가 됐어!’눈매와 오뚝한 콧등을 보아서는 유선우를 똑 닮았다.함은숙은 유이안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아이 덕분에 그녀는 조은서까지 챙기기 시작했다.“조은서는 괜찮아? 백숙 준비해서 병실로 가져와. 여자는 산후조리할 때 몸보신 제대로 해야 해.”하인은 할 말이 있는 듯했다.함은숙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하인은 거짓말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작은 사모님께서 아가씨를 낳으시고 30분만 쉬고는 사돈 어르신 따라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리시러 간 것 같습니다.”함은숙은 가슴이 철렁했다.한참 지난 후, 그녀가 다시 물었다.“조씨 가문에서 유씨 가문더러 장례식에 오라는 소식을 전해왔어?”하인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사돈 어르신께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함은숙은 허탈하다는 듯 벤치에 앉았다.그녀는 조은서가 유선우와의 인연을 끊으려고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이도 낳았고 조은서가 떠나든 말든 별 상관 없었다. 원래 기뻐해야 하는데 뜻밖으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차준호의 말을 떠올렸다.“언젠간 선우가 미치는 꼴을 보시게 될 거예요.”‘아니, 유선우는 내 아들이야. 여자 때문에 미친다고?’함은숙은 전혀 믿지 않았다....조씨 가문의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살을
조은서는 조산한 몸을 이끌고 조승철의 장례를 치렀다.박연준은 꽃을 올리면서 유감스러워하며 조은서에게 사과했다.조은서는 빈소 앞에 서서 조승철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박 변호사님께서 최선을 다하셨다는 걸 저도 알아요. 조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 게 유선우가 베풀던 호의를 다시 거두어갔기 때문이에요. 유선우가 좋아할 때면 모든 게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그 감정이 사라지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죠. 죽든 살든 슬프든 다 그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거예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유선우 옆에 있을 때마다 제 스스로가 그에게 잘 보이려고 빌면서 애원하는 자존심 없는 개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다 소용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지금과 같은 후과가 초래될 수도 있죠.”유선우가 전에 말했었지. 그녀가 비는 걸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그러나 그녀는 다시는 그에게 빌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젠 모든 것을 잃게 된 셈이 되었으니까.바람이 빈소로 불어 들어왔다.저녁이 되었다. 빈소 안에 서 있는 조은서는 너무 말라 거의 살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서 있다가 다시 절을 올리며 조승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일주일 후, B시 국제공항.유선우가 전용기에서 내려왔다. 백아현 부모와 사촌 여동생이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당연하게도 백아현의 유골도 함께 B시로 돌아왔다.백정수는 백아현의 유골을 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김춘희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그들은 딸 덕분에 잠시나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는데 딸이 떠나고 없으니 이 영광을 물려받을 사람을 찾아야 했다. 백서윤은 같은 또래 애들 중 제일 이쁘게 생긴 애였다. 특히 얼핏 보면 조은서를 꽤 닮았다.아니나 다를까, 유선우는 백서윤을 보자마자 멈칫했다.김춘희는 이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공항 VIP 통로를 지나게 되면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백정수는 한참 유선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유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하고 별로 대답하지
진유라의 말을 들은 유선우는 멍해졌다.‘줄곧 괜찮았는데 갑자기 조산했다고?’진유라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을 이어갔다.“대표님께서 떠난 지 이틀 만에 조은혁 씨 재판이 열렸고 6년 선고받았습니다. 당일 저녁에 조승철께서 심장병이 발작하셨는데... 끝내는 돌아가셨습니다. 사모님께서 연락받자마자 조산하셨습니다.”유선우는 이 모든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했다.조은혁이 6년 선고받고 조승철은 돌아가고 조은서는 조산하고...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발생했다. 그는 조은서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와 조은서 사이의 미래가 어떻게 번져갈지 더더욱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한참 멍해 있다가 다시 물었다.“아이는?”진유라의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졌다.“아이는 건강합니다.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주차장.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유독 눈에 띄었다.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뒤를 한 번 보았는데 무릎 위에 놓인 유선우의 두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유선우의 표정은 엄청 어두웠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먼저 병원으로 가!”뒤에서 유선우의 목이 쉰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는 항상 앞만 내다보고 사는 사람이었다.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후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척 후회되었다.그는 생각에 잠겼다.‘그날 조은서가 전화를 끊었다고 해도 뭐가 어때서.’‘여자라면 질투할 수도 있는 거잖아.’게다가 그날 그녀가 그에게 간청할 때 그는 분명히 마음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매정하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었다.그는 그녀에게 몸을 몇 번 팔려는가고 물었었다. 그리고 이혼해도 상관없다고, 그녀가 아니어도 된다고 큰소리쳤었다.분명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데, 분명히 그녀가 그토록 신경 쓰이는데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혼자 아버지를 잃은 고통과 출산의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또 내가 얼마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