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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은숙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선우는 집에 자주 돌아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담담하게 대했다. 밥 먹을 때도 별로 대화하지 않았고 잠잘 때도 서로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때때로 객실에서 자기도 했다. 가끔 밤이면 뒤에서 그녀를 안고 그녀의 불룩한 배를 만지며 아이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

조은서가 깰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잠자코 그가 배를 어루만지게끔 내버려 두었다.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이밖에 없었다.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했었다는 걸 잊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보상해주려 했던 것을 잊었다. 더욱 나아가 그가 했던 말도 잊어버렸다...

“조은서, 나 딸 가지고 싶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차 문이 열리자마자 어린 여자아이가 나의 다리를 안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어.”

그들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만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결국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누구도 자존심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상대방을 안아주려 하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상대방에게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

...

이은숙이 돌아간 지 한 달이 지났다.

조은서도 임신하지 8개월이 되었다. 그녀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모든 가게를 임지혜에게 맡겼다.

저녁 무렵, 그녀는 진유라의 전화를 받았다.

진유라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님께서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짐 좀 싸주셨으면 합니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여권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여권...

유선우가 출국하는 건가?

조은서는 백아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스케줄도 임시 생긴 것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유선우를 위해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준비해주고 여권도 챙겨주었다.

...

반 시간 후, 진유라가 짐을 가지러 왔다.

그녀는 조은서 손에서 여권을 받으면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백아현 씨가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마 오래 못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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