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함은숙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아이는 내가 잠시 돌보고 있을게. 조은서 현재 상태로 애를 돌보기엔 무리야.”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병실 문이 열렸다.아주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들어오더니 유선우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통곡하면서 말했다.“대표님 다 제 탓입니다. 그날 서재 전화가 울렸는데 사모님이 잠에서 깨실까 봐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얘기하는 데다가 제가 또 다른 일에 정신을 파느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나중에 사모님께 전한다는 것도 잊어버렸고요... 그 전화는 확실히 제가 받은 게 맞습니다. 일부러 사모님과 대표님께 알리지 않은 게 아니에요. 사모님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아주머니는 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이었다.조은서도 그녀를 잘 대해줬다. 그녀는 너무 급한 마음에 자신의 양쪽 뺨을 스스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면서 말을 이어갔다.“저만 아니었다면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오해하실 일도 없었을 것이고 사모님께서 이런 고생을 하실 일도 없었을 거예요!”그녀는 무자비하게 자신의 뺨이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십여 번이나 때렸다. 불빛 아래 서 있는 유선우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조은서를 오해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조은서가 그의 옷소매를 잡고 가지 말라고 빌 때 그는 그녀를 모욕하는 말을 한가득 퍼붓고 그녀를 밀쳐냈다...그가 떠날 때 그녀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유선우는 고개를 숙이고 유이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이안이를 낳으면서 나에게 얼마나 실망했을까?’아주머니는 계속 자신의 뺨을 내리치고 있었다.함은숙은 그녀에게 몇 마디 욕을 한 후 뒤돌아 유선우를 비난했다.“아무리 그래도 조은서가 백아현보다 더 중요하지! 선우야, 이번엔 확실히 네가 너무 심했어.”유선우는 자신이 조은서를 냉대하고 괴롭히는 이유가 그녀의 마음을 얻지
조은서는 몸을 돌려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녀는 매우 피곤한 듯한 어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저희 오빠가 고소 취하했어요... 선우 씨가 애만 낳으면 이혼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다른 요구는 없어요. 전 이안이만 있으면 돼요.”제법 쌀쌀한 찬바람이 휘몰아쳤고 희미한 달빛만이 전부인 어두운 밤, 유선우는 말없이 조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조은서는 한때 쉴 새 없이 사랑의 불씨를 태우며 그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는 불타올랐던 흔적과 재만 남겨졌다.유선우는 조금 쉰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포기할 수 없다고 애원했으며, 그날에는 자신이 오해한 것이라고, 전화는 아주머니가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그러나 조은서는 그저 담담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다.“선우 씨, 그게 인제 와서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하룻밤 사이, 조은서와 그녀의 오빠는 아버지를 잃었다.그리고 심정희는 남편을 잃었다.그날 밤, 조은서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고 하마터면 유이안을 잃을 뻔했다... 이 모든 것이, 이 많은 것이 어떻게 유선우의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전부 풀릴 수 있겠는가?조은서는 지금 대체 누굴 탓해야 하고 누굴 원망해야 하는지 몰랐다.그저 유선우를 보기 싫고 그와 말을 섞기도 싫다는 것만 알고 있다.조은서가 자리를 뜨려 하자 유선우는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고 차에 내려놓았다.하지만 조은서가 고분고분 따라줄 리가 없다.조은서는 유선우의 등을 필사적으로 내리치며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내려놓으라고 외쳤다. 하지만 유선우는 조은서의 외침을 전부 무시한 채 그녀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자신의 품에 가둬버렸다.유선우는 자신의 얼굴을 조은서의 어깨에 묻고는 낮은 목소리로 쉼 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애원했다.그러자 조은서는 그의 어깨뼈를 꽉 물었다.죽을힘을 다해 꽉 물었고 유선우의
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고 눈치를 줬다.조용한 침실 안에는 작은 아기 침대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시각, 이안이는 작은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었는데 갓난아이가 잠을 잘 때 내뿜는 숨결은 정말 달콤하고 그 모습 또한 엄청 귀여웠다.유이안이 태어나고 조은서는 밖에서 바삐 보내느라 이안이의 얼굴도 몇 번 본적이 없었다.그리고 오늘에야 조용히 달콤한 잠에 빠진 작은 아이를 보게 되자 그 순간 말로 이룰 수 없는 격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관통했다. 이안이는 그녀가 8개월 동안 직접 품은 아이이고 출산을 하는 순간에는 조은서와 아이 모두 극심한 고통을 느꼈었다.조은서는 온몸으로 감정을 누르고 절제해서야 이안이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레 따뜻한 온기를 가진 아이의 작은 볼을 어루만져줄 수 있었다.어떻게 충동이 생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이 아이는 조은서의 아이 유이안이고 그녀가 목숨을 바쳐서 낳은 아이이다.조은서의 감정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유선우의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뒤에서 조은서를 꼭 껴안고는 목소리를 깔며 입을 열었다.“널 돌보고 아이도 돌보게 해줘... 우리 사이의 일은 후에 다시 말하자. 응?”조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기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던 이안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미숙아인 이안이는 울음소리마저 고와 누가 봐도 여자아이였다...그러자 유선우가 조은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이안이가 배고픈가 봐. 먹을 것 좀 먹이자.”요 며칠 유이안은 줄곧 분유를 먹었었다.유선우도 조은서에게 젖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안이와 조은서가 더욱 가까운 모녀 관계를 맺을 수 있길 바랐기에 일부러 그녀더러 유이안에게 젖을 먹이라 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조은서가 이안이를 계속 안고 나면 혹시 마음이 약해져 그의 곁에 남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유선우는 이안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조은서의 품에 건네주었다.이어 그는 혹시나 조은서가 싫어할 수도 있기에 일부러 거실로 가 자리를 피해주었다.거실에
조은서의 눈빛 속에는 슬픔 외에 오로지 단념밖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생사를 경험했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조은서가 대체 어떻게 눈앞에 있는 이 남자와 같은 침대에서 잠자리를 공유하며 지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조은서가 다시 유선우와 함께 지낸다면, 만약 그녀가 그의 부와 명예를 탐한다면 무슨 염치로 죽은 아버지와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오빠, 그리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겠는가?크리스탈 조명 아래, 유선우는 묵묵히 조은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한참 뒤, 그는 매우 가볍게 말을 꺼냈다.“우리 사이 일은 후에 다시 말하자... 난 이안이한테 분유부터 먹일게.”유선우가 분유를 타는 모습은 매우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하여 조금도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사실 유선우는 이안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YS 그룹 내부에는 모자 양성 수업이 있었는데 대표 신분인 유선우도 그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그때는 심지어 유선우와 조은서의 사이가 최악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들의 아이에 대해 기대가 많았다.유선우는 분유를 탄 젖병을 몇 번 흔든 뒤 이안이를 안아 들었다. 유이안은 우유의 향기를 맡았는지 허겁지겁 젖병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우유가 목을 넘기는 꿀꺽꿀꺽 소리가 고요한 집안을 채웠다...조은서는 얄팍한 옷 하나를 걸친 채 등불 아래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녀는 유선우와 그의 품에 안겨있는 이안이를 번갈아 보았다. 지금, 이 순간은 소녀 시절 조은서가 꿈에서 그리던 환상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슬프기만 했다...이안이는 배불리 먹은 뒤 바로 바지에 흔적을 남겼다.아이는 침대 위에 누워 아빠가 꽃무늬가 그려진 새 바지를 가라 입혀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고 다 갈아입은 뒤에는 짤막한 두 다리를 천천히 쭉 뻗어보더니 다시 꿈나라에 빠져들었다...꿈나라에 빠져든 이안이의 통통한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유선우는 귀여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이안이의 볼에 뽀뽀해주었다. 그
유선우의 목젖이 꿈틀거렸다…한참 후에야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사지사를 보내주었다.유선우가 다시 침실로 돌아왔을 때는 조은서가 이미 옷을 다 챙겨입은 후였고 온몸을 꽁꽁 싸맨 걸 보니 당장이라도 떠날 모양이었다.유선우는 등불 아래에 서서 조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갈 거야?”조은서도 그의 물음에 부인하지 않았다.“할 일이 있어서요. 며칠 지나면 다시 이안이 보러 올게요… 그리고 일 처리가 모두 끝나면 이안이 데리고 갈 거예요.”하얀 등불의 빛과는 다르게 유선우의 눈은 어느새 붉게 충혈돼 있었다.“네 남편도 여기에 있고 네 아이도 여기에 있는데 대체 어딜 간다는 거야?”조은서, 넌 대체 어딜 가려는 거야?남편! 아이!조은서는 더는 유선우와 다투고 싶지 않았고 이제 그와 다툴 기력도 없었다. 조은서는 그저 비통한 눈빛으로 유선우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유선우 씨, 당신이 아직도 제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웃기지 않으세요? 그때 백아현을 위해 제 뺨을 때린 건 잊으셨어요? 그리고 백아현을 위해 제가 그렇게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가버린 건… 유선우 씨, 이 집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지나요? 그날 밤, 이곳은 피범벅이 되었고 제 다리 사이에서 새어나간 피는 계단까지 흘러내렸어요. 그럼 유선우 씨,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날 밤 어디에 갔는데요? 당신은 그때 백아현을 위해 슬퍼해 주고 그녀를 위해서 마음을 썼겠죠. 아마 전 안중에도 없었을 거예요… 전 목숨을 바쳐서 이안이를 낳고 있었는데!”유선우의 안색은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조은서의 얇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려왔다.“당신은 맨날 여자아이가 좋다고,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죠. 그런데 이안이가 태어날 때에는 어디에 있었는데요? 이안이가 하마터면 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을땐… 또 어디에 있었는데요?”말을 마친 조은서는 여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선우는 조은서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는 침대에 눌러버렸다. 물론 이 모든 행동은 아무런 소리 없이 진행되었다
조은서는 그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이윽고 안정제가 그녀의 체내에서 효과를 발하기 시작하며 조은서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자리에 든 그녀의 모습은 수척하고 가냘파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유선우는 조은서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이내 콩알만 한 눈물이 눈가로부터 뚝뚝 흘러내려 그의 양 볼을 적셨다…조은서는 분명 잠이 들었지만 무의식 간에도 그의 터치를 거부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선우는 가슴이 너무 아파 한참 동안 말없이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은 뒤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별장 1층 로비.집안에 작은 생명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별장의 불은 저녁 내내 밝게 켜져 있었다. 하인들은 씻고 탕을 끓이고 약을 끓이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유선우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그는 고개를 숙여 바꾼 지 얼마 되지 않는 카펫을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은은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끝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손바닥이 갑자기 떨려 나기 시작했고 유선우는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지만 결국 불을 붙이지 못했다.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깊은 밤, 유선우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었다...창가에서부터 밤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드리워진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유선우의 차가운 안색은 그날따라 더욱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그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말없이 한참 앉아있었다.새벽 1시.정원에서 갑자기 승용차 소리가 나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슬쩍 쳐다본 하인은 그만 겁에 질리고 말았다.다섯 대의 검은색 미니밴이 일자로 별장에 들어섰고 차 문이 열리자 20명 좌우의 검은 옷을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하나둘씩 내려왔는데 모두 업계의 엘리트와도 같은 모습에 차가운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고 인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이윽고 스틸레토 힐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어야 할 진 비서가 늦
유선우는 말없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의 안색은 어둡고 음침한 감옥보다도 더 암담했다.“아니요. 괜찮습니다.”그는 누구보다도 조은혁의 성격을 더 잘 알고 있었다.이미 상소를 거부했다면 그 결정을 절대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은혁은 자유를 되찾기 싫은 것이 아니라 유선우에게 빚지기 싫었다. 그는 조은서가 유선우에게 더는 은혜를 입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오늘에 와서야 유선우는 속죄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조씨 집안 가족들은 모두 유선우와 철벽을 친 것이다.그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B시로 날아와 별장에 돌아왔을 땐 이미 아침 7시였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검은색 꽃무늬 대문 앞에서 천천히 멈춰 섰다.이윽고 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대표님, 사돈 어른이십니다.”밤새 이리저리 다녔는지라 차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유선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려 인사를 건넸다.“어머님.”이른 아침, 흰 이슬이 찬 공기에 서리를 이루었다.심정희는 많은 변을 당하고 하룻밤 새 흰머리가 된 상태인데도 차분하게 유선우를 대했다. 이윽고 그녀는 조금 쉰듯한 목소리로 가볍게 말을 건넸다.“은서 데리러 왔습니다.”유선우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내리깔며 답했다.“이곳이 곧 은서의 집이고 제가 책임지고 은서를 잘 돌볼 겁니다. 어머님,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직접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그러자 심정희는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단칼에 거절했다.“아니요. 대표님을 귀찮게 할 수는 없죠.”심정희는 말 한마디로 곧 그들의 관계에 벽을 쳤다.한순간, 유선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긴, 그날 밤 조은서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버리고 떠나 조씨 집안이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는데 심정희가 어떻게 그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윽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결국, 심정희가 먼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조은서는 눈을 떴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 이안이를 발견했다.이안이는 연분홍 점프슈트 차림으로 그녀의 품속에서 달콤하게 자고 있었는데 그 이목구비는 말로 이룰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다.이안이를 바라보던 조은서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잠에서 깨어난 이안이는 먼저 칭얼거리며 두어 번 울더니 엄마의 향기를 느꼈는지 곧바로 몸을 조은서가 누워있는 쪽으로 돌리기 위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지라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웠는지 몸놀림이 매우 서툴렀다.조은서는 아직 몸이 너무 허약하였지만 그래도 몸을 옆으로 돌려 아이에게 젖을 먹일 준비를 했다.하지만 조은서도 엄마는 처음인지라 동작이 서툴러 도무지 단추를 풀 수가 없었다.결국, 이안이는 초조해 났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작은 얼굴은 울음을 터뜨리며 새빨갛게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그때,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를 대신하여 잠옷 단추를 쉽게 풀고는 옷을 열어주었다...이윽고 유선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조은서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금방 먹이기 시작해서 조금 아플 수도 있어.”그러나 조은서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그녀는 여전히 유선우와 말을 섞기 싫어했고 여전히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었다.이윽고 조은서는 고개를 숙여 이안이를 가까이 끌어안았고 아이는 본능에 의해 엄마를 찾으며 작은 두 손으로 잡고는 게걸스럽게 젖을 빨기 시작했다. 조금 힘겨워 보였지만 그래도 꽤 만족한듯싶었다...조은서는 아파 났는지 뒤로 조금 물러났지만, 이안이는 곧 본능적으로 그녀를 따라갔다.그러고는 있는 힘껏 젖을 빨아 먹었다.유선우는 자리를 피하지 않고 한편에 서서 모녀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순간 기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와 조은서는 이제 부부일 뿐만 아니라 이안이의 엄마, 아빠이다...이안이의 탄생은 그들 사이의 분노를 씻어내고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준 것 같다.그 순간, 유선우는 정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