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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조은서는 그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이윽고 안정제가 그녀의 체내에서 효과를 발하기 시작하며 조은서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자리에 든 그녀의 모습은 수척하고 가냘파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이내 콩알만 한 눈물이 눈가로부터 뚝뚝 흘러내려 그의 양 볼을 적셨다…

조은서는 분명 잠이 들었지만 무의식 간에도 그의 터치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선우는 가슴이 너무 아파 한참 동안 말없이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은 뒤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별장 1층 로비.

집안에 작은 생명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별장의 불은 저녁 내내 밝게 켜져 있었다. 하인들은 씻고 탕을 끓이고 약을 끓이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유선우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바꾼 지 얼마 되지 않는 카펫을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은은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끝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손바닥이 갑자기 떨려 나기 시작했고 유선우는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지만 결국 불을 붙이지 못했다.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깊은 밤, 유선우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창가에서부터 밤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드리워진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유선우의 차가운 안색은 그날따라 더욱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그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말없이 한참 앉아있었다.

새벽 1시.

정원에서 갑자기 승용차 소리가 나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슬쩍 쳐다본 하인은 그만 겁에 질리고 말았다.

다섯 대의 검은색 미니밴이 일자로 별장에 들어섰고 차 문이 열리자 20명 좌우의 검은 옷을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하나둘씩 내려왔는데 모두 업계의 엘리트와도 같은 모습에 차가운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고 인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윽고 스틸레토 힐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어야 할 진 비서가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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