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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유선우는 말없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의 안색은 어둡고 음침한 감옥보다도 더 암담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조은혁의 성격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상소를 거부했다면 그 결정을 절대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은혁은 자유를 되찾기 싫은 것이 아니라 유선우에게 빚지기 싫었다. 그는 조은서가 유선우에게 더는 은혜를 입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야 유선우는 속죄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씨 집안 가족들은 모두 유선우와 철벽을 친 것이다.

그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B시로 날아와 별장에 돌아왔을 땐 이미 아침 7시였다...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검은색 꽃무늬 대문 앞에서 천천히 멈춰 섰다.

이윽고 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

“대표님, 사돈 어른이십니다.”

밤새 이리저리 다녔는지라 차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유선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려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

이른 아침, 흰 이슬이 찬 공기에 서리를 이루었다.

심정희는 많은 변을 당하고 하룻밤 새 흰머리가 된 상태인데도 차분하게 유선우를 대했다. 이윽고 그녀는 조금 쉰듯한 목소리로 가볍게 말을 건넸다.

“은서 데리러 왔습니다.”

유선우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내리깔며 답했다.

“이곳이 곧 은서의 집이고 제가 책임지고 은서를 잘 돌볼 겁니다. 어머님,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직접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심정희는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단칼에 거절했다.

“아니요. 대표님을 귀찮게 할 수는 없죠.”

심정희는 말 한마디로 곧 그들의 관계에 벽을 쳤다.

한순간, 유선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긴, 그날 밤 조은서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버리고 떠나 조씨 집안이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는데 심정희가 어떻게 그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윽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결국, 심정희가 먼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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