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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조은서의 눈빛 속에는 슬픔 외에 오로지 단념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생사를 경험했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조은서가 대체 어떻게 눈앞에 있는 이 남자와 같은 침대에서 잠자리를 공유하며 지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조은서가 다시 유선우와 함께 지낸다면, 만약 그녀가 그의 부와 명예를 탐한다면 무슨 염치로 죽은 아버지와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오빠, 그리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겠는가?

크리스탈 조명 아래, 유선우는 묵묵히 조은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한참 뒤, 그는 매우 가볍게 말을 꺼냈다.

“우리 사이 일은 후에 다시 말하자... 난 이안이한테 분유부터 먹일게.”

유선우가 분유를 타는 모습은 매우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하여 조금도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유선우는 이안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YS 그룹 내부에는 모자 양성 수업이 있었는데 대표 신분인 유선우도 그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는 심지어 유선우와 조은서의 사이가 최악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들의 아이에 대해 기대가 많았다.

유선우는 분유를 탄 젖병을 몇 번 흔든 뒤 이안이를 안아 들었다. 유이안은 우유의 향기를 맡았는지 허겁지겁 젖병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우유가 목을 넘기는 꿀꺽꿀꺽 소리가 고요한 집안을 채웠다...

조은서는 얄팍한 옷 하나를 걸친 채 등불 아래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유선우와 그의 품에 안겨있는 이안이를 번갈아 보았다. 지금, 이 순간은 소녀 시절 조은서가 꿈에서 그리던 환상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슬프기만 했다...

이안이는 배불리 먹은 뒤 바로 바지에 흔적을 남겼다.

아이는 침대 위에 누워 아빠가 꽃무늬가 그려진 새 바지를 가라 입혀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고 다 갈아입은 뒤에는 짤막한 두 다리를 천천히 쭉 뻗어보더니 다시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꿈나라에 빠져든 이안이의 통통한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유선우는 귀여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이안이의 볼에 뽀뽀해주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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