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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조은서는 몸을 돌려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매우 피곤한 듯한 어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저희 오빠가 고소 취하했어요... 선우 씨가 애만 낳으면 이혼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다른 요구는 없어요. 전 이안이만 있으면 돼요.”

제법 쌀쌀한 찬바람이 휘몰아쳤고 희미한 달빛만이 전부인 어두운 밤, 유선우는 말없이 조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은서는 한때 쉴 새 없이 사랑의 불씨를 태우며 그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는 불타올랐던 흔적과 재만 남겨졌다.

유선우는 조금 쉰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포기할 수 없다고 애원했으며, 그날에는 자신이 오해한 것이라고, 전화는 아주머니가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은서는 그저 담담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다.

“선우 씨, 그게 인제 와서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하룻밤 사이, 조은서와 그녀의 오빠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심정희는 남편을 잃었다.

그날 밤, 조은서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고 하마터면 유이안을 잃을 뻔했다... 이 모든 것이, 이 많은 것이 어떻게 유선우의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전부 풀릴 수 있겠는가?

조은서는 지금 대체 누굴 탓해야 하고 누굴 원망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유선우를 보기 싫고 그와 말을 섞기도 싫다는 것만 알고 있다.

조은서가 자리를 뜨려 하자 유선우는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고 차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조은서가 고분고분 따라줄 리가 없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등을 필사적으로 내리치며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내려놓으라고 외쳤다. 하지만 유선우는 조은서의 외침을 전부 무시한 채 그녀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자신의 품에 가둬버렸다.

유선우는 자신의 얼굴을 조은서의 어깨에 묻고는 낮은 목소리로 쉼 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애원했다.

그러자 조은서는 그의 어깨뼈를 꽉 물었다.

죽을힘을 다해 꽉 물었고 유선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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