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3화

조은서는 조산한 몸을 이끌고 조승철의 장례를 치렀다.

박연준은 꽃을 올리면서 유감스러워하며 조은서에게 사과했다.

조은서는 빈소 앞에 서서 조승철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박 변호사님께서 최선을 다하셨다는 걸 저도 알아요. 조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 게 유선우가 베풀던 호의를 다시 거두어갔기 때문이에요. 유선우가 좋아할 때면 모든 게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그 감정이 사라지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죠. 죽든 살든 슬프든 다 그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거예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유선우 옆에 있을 때마다 제 스스로가 그에게 잘 보이려고 빌면서 애원하는 자존심 없는 개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다 소용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지금과 같은 후과가 초래될 수도 있죠.”

유선우가 전에 말했었지. 그녀가 비는 걸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러나 그녀는 다시는 그에게 빌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젠 모든 것을 잃게 된 셈이 되었으니까.

바람이 빈소로 불어 들어왔다.

저녁이 되었다. 빈소 안에 서 있는 조은서는 너무 말라 거의 살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서 있다가 다시 절을 올리며 조승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

일주일 후, B시 국제공항.

유선우가 전용기에서 내려왔다. 백아현 부모와 사촌 여동생이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

당연하게도 백아현의 유골도 함께 B시로 돌아왔다.

백정수는 백아현의 유골을 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춘희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그들은 딸 덕분에 잠시나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는데 딸이 떠나고 없으니 이 영광을 물려받을 사람을 찾아야 했다. 백서윤은 같은 또래 애들 중 제일 이쁘게 생긴 애였다. 특히 얼핏 보면 조은서를 꽤 닮았다.

아니나 다를까, 유선우는 백서윤을 보자마자 멈칫했다.

김춘희는 이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공항 VIP 통로를 지나게 되면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백정수는 한참 유선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유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하고 별로 대답하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