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192 챕터

제1081화

새벽 2시, 조민희는 잠에서 깨어났다.어두컴컴한 호텔 스위트룸 안, 오직 소파 위에 놓인 컴퓨터 화면만이 파란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밤새 시달린 남자는 소파에 앉아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무슨 수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푸른 빛이 얼굴을 비추자 턱선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 보였고 표정도 조금 더 엄숙해 보였다.침대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김설진은 침대에서 자상하고 온화하지만 또 남자로서의 포악함을 잃지 않았다.감정이 동할 때는 심지어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친 말투까지 완벽했다... 가끔은 조금 수치스러운 말도 내뱉곤 하지만 조민희는 느낄 수 있었다. 김설진이 그녀를 위해 절제하고 보류하고 있다는 것을.어쨌든 두 사람 사이의 첫 관계이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조민희는 그렇게 오랫동안 김설진을 묵묵히 바라보았다...부부관계를 맺었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수줍어하면서도 여전히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나 때문에 깼어요?”김설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노트를 덮었다.그가 침대 곁으로 다가오자... 조민희는 그가 잘 준비를 하는 줄 알고 적극적으로 이불을 걷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거예요?”그런데 곧이어 조민희의 몸이 하늘로 붕 떠버리더니 그대로 김설진에게 안겨버렸다.깜짝 놀란 조민희가 황급히 그의 목을 껴안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설진 씨!”“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약 발라주려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민희 씨... 거기 많이 아파요?”그 순간, 조민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가 무슨 수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겠는가?그러자 김설진은 피식 낮게 웃으며 슬쩍 넘어가 주었다.그는 그녀를 영국식 소파에 내려놓고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연고를 집었다. 그리고 그녀더러 다리를 벌리라고 말해주었다.그러자 조민희는 몰려오는 수치심에 입술을 꽉 깨물고 야들야들한 다리를 꼭 모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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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하룻밤의 즐거움이 가시고 조민희는 해가 중천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깨어났을 때, 그녀의 머리맡에는 싱싱한 핑크 장미 한 다발과 정교한 작은 카드가 놓여있었고 머리 위에는 뜻밖에도 잘게 부서진 다이아몬드 팔찌가 놓여있었다...조민희는 단번에 이것이 히데요시의 작품임을 알아봤다.전 세계에 오직 이것 하나뿐인 훌륭한 작품이다.조민희는 마음속으로 내심 기뻐하며 팔찌를 들어 손목에 차고, 장미를 들고 코끝을 파묻고 냄새를 맡은 후, 마침내 그 카드를 집어 들었다. 위에는 김설진이 친필로 남긴 내용이 적혀있었다.[안나가 당신에게 사준 옷은 침대 옆에 놓았어요.][저녁에 돌아와서 당신과 함께 있을게요.]...짧디짧은 두 줄이었지만 조민희는 몇 번이고 돌려보며 마음은 한없이 달콤했지만 일부러 더 투덜거렸다.“누가 함께 있고 싶대?”그녀는 간단히 세수한 후, 상의를 갈아입었다.식당에서는 그녀를 위한 푸짐한 아침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조민희는 식사 후 작은 아파트로 돌아가서 그림을 그릴 준비했다. 사실 김설진에게 시간이 생겨 푸드코트에 가면 그녀는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애초에 김설진은 주식 외에는 침대 운동밖에 할 줄 모른다.게다가 어찌나 체력이 좋은지 할 때마다 조민희는 가죽이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호텔을 떠나 조민희는 택시를 타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출입문에 들어서자마자 튼튼한 팔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아당겼다.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사이에 아무도 없는 복도 입구에 등을 세게 부딪혀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그 고통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조민희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조진범.”조진범은 당장이라도 조민희를 부시기라도 할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조진범의 눈은 정말 살얼음판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한참이 지나 조진범이 비아냥 거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널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까? 김설진 와이프? 사모님?”조민희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벽에 등을 댄 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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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조진범, 그 누구도 하와이에서 영원히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아.”이 한마디는 조진범의 뼛속에 각인되고 말았다.앞으로 여생에 원만한 가정을 이루더라도 밤이 깊어지면 젊은 시절의 그 첫사랑을 그리워하고 풋풋하고 순수했던 감정을 그리워할 것이다....JH 그룹 회의실.조진범이 또다시 멍을 때리자 이 비서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그를 일깨워주었다.“대표님, 김 대표님 제안에 대해 의견이 있으십니까?”그 말에 조진범은 정신이 번쩍 들어 맞은편에 앉은 김설진을 바라보았다. 상대방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김설진이 아무리 잘 차려입어도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진범의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관계를 즐기는 김설진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역시 떨어져 있다가 만나니 훨씬 더 애틋하네.조진범이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이제 그는 조민희가 B시에 돌아온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조민희가 조진범과 완전히 결별하고 그의 와이프로 들일 수 있도록 한 김설진의 수법인 것이다.그런데 그런 연적끼리 한 공간에서 만나니 주위에는 화약 냄새가 물씬 풍겼다.양쪽 직원들 역시 그 분위기를 알아채고는 상사 눈도 못 마주치고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첫 번째 담판이 끝났지만 이상적인 결과가 아니었다.이토록 큰 회의실 안에 두 남자만 남게 되자 공기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그러자 김설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과 민희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8년 전 Y국 무도회에서 당신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 "조 대표님, 사실 저와 민희가 2년 동안 유명무실한 부부로 지내다가 드디어 함께하게 된 것은 그녀가 귀국한 후 당신들이 몇 번 만났던 것 때문이죠. 요 몇 년 동안 당신은 귀공자의 체면을 놓지 못하고 항상 사랑하는 여자를 달래주려 하지 않았죠.”“그러니 당신은 원래 마음만 먹으면 그녀를 되찾을 수 있었어요.”“아마 지금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함께 자라온 당신의 무게가 나보다 더 무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남편이고 그녀의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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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입에서 달콤한 피비린내가 났다.이윽고 투명한 유리 위에 붉은 선혈이 흩뿌려졌다.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한 이 비서가 아연실색하며 달려왔다.“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조진범은 복부를 감싸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한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괜찮습니다.”이 비서는 여러 해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조진범이 필사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아파 났다. 하여 그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그를 나무랐다.“괜찮다니요. 지난번에 의사 선생님께서 분명 더 이상 이렇게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무리하면 결국...”뒷말은 생략했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다.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결국,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 조민희를 잃었다면 이 모든 게 더 이상 의미가 있을까?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탄 이 비서는 즉시 운전 기사에게 YS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한편, 뒷좌석에 앉은 조진범은 복부를 가린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차가 흔들리고 그는 줄곧 차창 밖을 바라보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차가 한 유원지를 지나갈 때 공중에 멈춰버린 관람차에 다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서일을 떠올렸다.그해 설날 서일의 거리에서도 이렇게 관람 차를 바라보며 구경했었다.조민희는 그와 만나지 않기 위해 꼭꼭 숨어버렸다.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익숙하지만 날카로운 아픔이 떠올랐다.“민희가 계속 돌아오지 않는 것은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자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내가 민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렇다면 민희가 이혼을 거부하는 것도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일까?”“대표님.”이 비서는 차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하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아마 그가 정말로 묻고 싶었던 상대는 그가 한때 저버렸던 그 여자일지도 모른다...조진범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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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입구에서 조진범이 이 비서에게 전화했다.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이 비서는 계속 우물쭈물하며 쉽사리 말을 하지 못했다.하여 조진범은 곧바로 그녀가 조민희를 찾아갔음을 짐작하고 차에서 내려 운전 기사에게 조민희의 아파트로 가라고 분부했다. 조민희는 낮에 그림을 그릴 때 틀림없이 그녀의 아파트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시각, 유이안은 어린 간호사에게 정리할 것을 분부하고는 흰 가운의 주머니에 손을 꽂고 검사실을 나서서 입원실 건물로 향했다. 이틀 전에 중증 아이를 맡게 되어 지금 시간이 나 방문하러 갈 예정이다.입원 병동의 어린이 구역은 걱정하는 어른과 겁에 질린 아이, 그리고 공기 중에 물씬 풍기는 약물 냄새로 불쾌함을 더해주었다.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인가 보다.유이안이 지나가는 곳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어주곤 한다.곧이어 병실에 도착한 유이안이 그 아이의 상태를 봐주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여 그녀는 간호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해주고 링거 약물에 단백질을 추가해달라고 분부했지만 어린 간호사는 왜인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요?”유이안이 처방을 내라며 물었다.그러자 어린 간호사가 다가오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아이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요. 아버지가 건설현장에 다니는데 며칠 전에 다리가 부러져 쉬고 계시고 엄마는 정규직이 아니라 고정 수입이 없어요. 그러니 40만 원에 하나인 단백질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자 유이안은 처방전을 내려다보며 줄을 그으려다 결국 간호사에게 다시 건네주었다.“그래도 추가하세요. 그리고 아이의 병상 번호를 저에게 보내주세요. 제가 가서 병원비를 좀 미리 지급해놓을게요. 참, VIP룸이 남으면 바꿔주세요. 아버님 몸이 안 좋으니 어머님이 같이 보살펴주도록 하게요.”그러자 유이안을 향한 어린 간호사의 눈에 약간의 숭배심이 떠올랐다.“이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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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그러나 유이안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두 손을 흰 가운에 꽂은 채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셋의 관계에서 우선 저는 성현준 부인이지 의사가 아닙니다. 그러니 의사의 직업윤리로 나를 구속하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그 말에 기분이 언짢아진 성현준이 막,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린 간호사가 급하게 달려왔다.“선생님, 환자에게 돌발 상황이 생겼습니다.”그러자 유이안은 즉시 그녀를 따라갔다.그렇게 그 자리에 남은 사람은 성현준과 그의 첫사랑으로, 옛 연인 한 쌍이다.유이안이 떠나고 여자는 눈치를 살피더니 미끼를 던지며 물었다.“이안 씨가 병원에 있으니 현준이 네가 여기에서 연우와 함께 있어 줘. 그리고 바쁜 일 다 끝나면 잘 설명해줘. 이안 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아.”그러나 성현준은 동의하지 않았다.“난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여자가 애써 만류했지만 성현준은 결국 자리를 떴다......길모퉁이에 있는 카페 안.조민희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젖으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이 비서님이 저를 초대할 줄은 몰랐네요.”그녀의 맞은편에는 이 비서가 정장을 차려입고 앉아있었다.이 비서는 복잡해 보이는 조민희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기억 속의 풋풋한 여자아이는 이제 예전과 달리 많이 성숙하고 이성적으로 변했으며 지적인 기색을 띠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는 여전히 변함없었다.“몇 년 만에 뵙게 될 줄은 저도 몰랐는데 결혼하셨고 많이 변하셨네요.”“하늘 땅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데 사람이라고 안 변하겠습니까? 진범 오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거죠?”이 비서는 부인하지 않았다.“오전에 대표님과 설진 대표님의 대화가 좋게 끝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설진 대표님께서 떠난 후 조진범 대표님은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너무 바쁘게 지내며 특히 아가씨가 떠난 후 처음 2년 동안은 수면제까지 복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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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조진범이 차에 돌아왔다.그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콘솔에서 담뱃갑을 꺼내어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청색 연기로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그는 끊임없이 조민희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또 끊임없이 그녀가 결혼했다는 사실과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조진범 씨, 저 결혼했어요.”그렇다. 조민희는 이미 결혼했다.조진범, 넌 대체 어디까지 비천해질 셈이야? 심지어 조민희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고 그저 그녀가 다시 곁에 돌아오기만을 원하지만 조민희는 아니었다. 그녀는 조진범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그렇다면 더 만류할 필요가 있을까?이제 체면을 세워주며 보내주자.조진범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고승아에게 전화를 걸어 별장 장소를 알려줬다. 그 별장 역시 그의 개인 재산이지만 평소에는 별로 살지 않는 곳이다....한 시간 후, 군업 별장.2층 안방에서는 와인잔이 카펫에 비스듬히 쓰러져 있고 짙은 붉은색 술이 흰 도화지 위에 쏟아져 약간의 미미한 색을 띠고 있었다.사치스럽게 화려한 침대 위, 두 사람의 몸이 한곳에 감겨 이리저리 뒤엉켰다.여자는 시트를 꽉 잡고 고개를 하얀 베개 파묻은 채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과 반짝이는 두 눈으로 몸 위에서 움직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는 남자에게 무언의 초대를 보내는 것이다. 그녀의 몸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고, 더 깊이 점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게다가 여자는 신음소리가 뒤섞이며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계속하여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진범 씨...”한편, 조진범은 몸을 구부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그와 고승아는 잘 어울린다고 세뇌했다. 그렇게 그녀와 마지막 절차를 밟은 후 결혼하게 되면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도 더 이상 과거의 감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정욕이 일촉즉발인 상황.그러나 아무리 아름답고 부드러운 현재의 약혼녀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자신을 설득해도 그는 여전히 마음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여전히 조민희와의 6년을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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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문을 열었을 때, 조민희의 작은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김설진은 코트를 벗어 현관 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어둔 뒤 잠시 후 조민희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키스했다.조민희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쳐들 수밖에 없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하였으나 틈을 타 침범해온 김설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읍... 설진 씨.”갈기갈기 찢어진 목소리가 그의 혀끝에 짓밟혀 모조리 목구멍으로 삼키고 말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남녀의 키스 소리는 그렇게 애매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김설진은 현관 캐비닛에 사람을 대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손길을 스친 살갗은 작은 알갱이가 떠오르며 소름이 끼쳤다. 무서울 정도로 민감한 몸은 그의 손바닥에서 미세하게 떨려났고 남자는 잠시 멈추어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그렇게 좋아요?”조민희는 순간 너무 수치스러워서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귓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새침하게 입을 열었다.“그림이 아직 조금 덜 됐어요. 커피 한 잔 먼저 타드릴 테니까 끝나면 외식합시다.”그러나 김설진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허리를 짚은 손바닥을 살짝 눌렀다.이는 연인 사이의 설렘과 핑크빛 기류가 명백한 행동이었다.조민희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얼굴이 빨개져 그의 가슴에 납작하게 붙어 혹여나 불이 붙을까 두려워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잠시 후, 김설진도 잠잠해졌다.그러나 그는 바로 놓아주는 것이 아닌 고개를 숙인 채 다정하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한참을 입을 맞추다가 허리를 툭툭 치는 등 다정한 모습이 역력했다.조민희가 커피를 내릴 때, 김설진은 아내의 방을 포함한 집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협탁에서 가족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조씨 가문 식구 여섯 명이다.물론 조은혁을 포함해서이다.사진은 10여 년 전 찍은 것으로 조민희가 소녀인 시절 조진범과 나란히 서서 찍은 것인데 두 사람은 금동 옥녀로 상당히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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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차 유리창 너머로 김설진은 레스토랑 이름을 보고 밥 먹으러 온 적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똑똑한 남자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차가 멈춰서고 아내를 바라보자 뜻밖에도 그녀의 두 눈은 촉촉이 젖어있었다.“이 가게가 당신에게는 특별한가 봐요.”조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이런 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차 손잡이를 쥐며 바라본 김설진의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어릴 때 아빠가 항상 저를 데리고 와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었어요.”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그 세월은 조민희에게 있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시간이다. 물론 가족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조진범과 미래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B시로 돌아온 것이다.하지만 김설진의 사업 중심은 해외에 있다.하여 조민희는 조금 걱정되었다.그리고 김설진 역시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맞혔다.그는 훤칠하고 예쁜 손가락으로 핸들을 매만지며 빙긋 웃어 보였다“제 부모님도 모두 국내에 계세요. 마침 B시에 계셔서 매년 두 달씩 시간을 내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죠. 그러니 사모님, 이미 지난 2년 동안 결석하셨어요.”...“설진 씨 부모님도 B시에 계셔요?”“네, 그분들은 B대 교수님이신데 지금은 퇴직하셨어요. 나중에 집에 가서 인사드려요... 그분들은 아직 제가 결혼하는 걸 모르고 계시거든요.”“...”이윽고 김설진은 아무렇게나 말을 찾아 물었다.“그렇다면 저 언제 집에 데리고 갈 거예요?”김설진의 눈빛을 들여다보니 그는 매우 진지하지만 또 한없이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민희 씨, 난 당신과 반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주변 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그 과정을 거쳐야 해요. 게다가 2년 전 결혼식은 너무 어설펐잖아요... 여자분들은 모두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시지 않습니까?”순간 조민희는 코가 찡해 났다.어떤 여자가 신중한 대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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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조민희는 줄곧 말이 없었다.김설진은 운전에 집중하며 한 손으로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그러자 조민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설진 씨?”그러자 김설진은 계속하여 정면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지금 우린 형장에 가는 게 사모님 집으로 가는 거예요.”그러자 조민희는 앞쪽의 캠핑카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비슷한데요. 뭐.”드디어 표정이 밝아진 그녀의 모습에 김설진도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떨려도 제가 떨리는 거지 민희 씨는 안심하세요... 제가 있잖아요.”마침 앞쪽 길목 빨강 신호등이 걸리고 천천히 멈춰 섰다.조민희는 가볍게 그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바로 당신이 있으므로 두려운 거죠. 싱글이었다면 두려울 것도 없었죠.”그러자 김설진이 대신 그녀의 머리를 다듬어주었는데 마치 애완동물을 만지는 것 같이 부드럽고 귀여웠다.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하여 연인보다 어른에 가까웠다.“사모님, 이젠 후회해도 늦었어요. 어젯밤에 침대에서 즐기고 있을 때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잖아요.짓궂은 장난에 조민희의 작은 얼굴이 확 빨개졌다.“설진 씨!”남자의 농담 어린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에서 울려 퍼졌다.“이제 긴장 안 해요? 여사님, 그럼 이제 저도 운전해도 될까요?”이에 화들짝 놀란 조민희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또 저도 모르게 그를 두 번 더 쳐다보았다.김설진은 오직 운전에만 집중했는데 원래 그의 옆모습은 날카롭지 않고 오히려 온화한 편이었지만 안경을 벗으니 완전히 달라졌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만 같았다.“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있어요?”“음... 음미라고 해두죠.”김설진의 목소리는 봄바람과 같이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아내를 슬쩍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조민희는 순간 할 말을 잃어 입을 꾹 다물었다....30분 후, 두 대의 진귀한 차가 앞뒤로 조씨 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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