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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조진범이 차에 돌아왔다.

그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콘솔에서 담뱃갑을 꺼내어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청색 연기로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그는 끊임없이 조민희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또 끊임없이 그녀가 결혼했다는 사실과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조진범 씨, 저 결혼했어요.”

그렇다. 조민희는 이미 결혼했다.

조진범, 넌 대체 어디까지 비천해질 셈이야? 심지어 조민희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고 그저 그녀가 다시 곁에 돌아오기만을 원하지만 조민희는 아니었다. 그녀는 조진범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만류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체면을 세워주며 보내주자.

조진범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고승아에게 전화를 걸어 별장 장소를 알려줬다. 그 별장 역시 그의 개인 재산이지만 평소에는 별로 살지 않는 곳이다.

...

한 시간 후, 군업 별장.

2층 안방에서는 와인잔이 카펫에 비스듬히 쓰러져 있고 짙은 붉은색 술이 흰 도화지 위에 쏟아져 약간의 미미한 색을 띠고 있었다.

사치스럽게 화려한 침대 위, 두 사람의 몸이 한곳에 감겨 이리저리 뒤엉켰다.

여자는 시트를 꽉 잡고 고개를 하얀 베개 파묻은 채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과 반짝이는 두 눈으로 몸 위에서 움직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는 남자에게 무언의 초대를 보내는 것이다. 그녀의 몸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고, 더 깊이 점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게다가 여자는 신음소리가 뒤섞이며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계속하여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진범 씨...”

한편, 조진범은 몸을 구부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그와 고승아는 잘 어울린다고 세뇌했다. 그렇게 그녀와 마지막 절차를 밟은 후 결혼하게 되면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도 더 이상 과거의 감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정욕이 일촉즉발인 상황.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고 부드러운 현재의 약혼녀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자신을 설득해도 그는 여전히 마음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여전히 조민희와의 6년을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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