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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유전자 변이가 틀림없어.”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물론 이 문제는 박연희와 조은혁도 걱정되었다.

김씨 가문은 예로부터 선비 가문이다. 하여 김설진의 부모님은 조민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많아서 말하기 난감했다.

오랫동안 시끌벅적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계단에서 인기척이 났다.

조진범이 캐주얼한 차림으로 계단 중앙에 서 있었고 위쪽 크리스털 불빛은 그의 꼿꼿한 얼굴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워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는 조민희와 그녀의 남편을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조민희가 김설진을 집에 데려왔다.

조민희는 눈을 들자마자 보이는 뜻밖의 인물에 입술이 절로 떨려 났다.

분위기가 딱딱함의 절정에 다다랐다.

눈치 빠른 김설진은 곧바로 조민희의 손을 살짝 잡아주며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조진범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 대표님 또 뵙네요.”

이에 조진범도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같은 공간에서 연적이 만나니 폭풍이 휘몰아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 만에야 조진범도 천천히 답해주었다.

“집에서는 이렇게 생소하게 인사할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희가 또 제 대접이 소홀했다고 탓할 겁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계단을 내려와 조민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나 조은혁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집에서는 그런 거드름 피우지 마. 앞으로 김설진은 네 매제가 될 사람이니 쓸데없는 소란 피우지 마.”

“에이, 사랑해줘도 모자란 데 제가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러자 조은혁은 냉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네 놈 말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고용인이 다가와 상황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조씨 가문 식탁 자리는 원래 정해져 있었기에 조진범은 조민희와 예전처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김설진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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