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몇 번의 관계로 민희는 이미 탈진 상태였다. 그녀는 아무런 힘이 남아나지 않았다. 2년이나 금욕생활을 한 남자를 견뎌내며 한마디도 뱉을 수 없었다. "말 들어요, 나를 자기라고 부르면 당신을 놓아줄게요." 김설진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민희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녀의 모습은 청순하고도 육감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김설진은 멈출 수 없었다. 마침내 민희는 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맺혔고 그녀는 김설진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흐느꼈다. "자기야." 말을 마치고 그녀는 너무 부끄러워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김설진은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임을 지속하지 않고 민희와 피부를 맞댄채 포옹을 했다. 그들의 심장 소리는 합해져 더욱 크게 느껴졌고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김설진은 연속 민희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엔 사랑이 담겨 있었다김설진은 나이가 어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열정이 넘치던 어린 나이를 지나 지금은 어엿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민희는 그런 그에게서 사랑을 발굴해 내는 능력이 있었다. 김설진은 민희를 자신의 아내로만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 민희희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렇게 평생 동안 말이다. 앞으로 그는 민희와 함께할 것이다. 김설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입 맞추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직도 화났어요?" 민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김설진은 민희를 안아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팍에 엎드리게 하고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어주었다. 김설진은 침대에 몸을 기대였고 품 안엔 민희의 작은 얼굴이 있었다. 그는 낮게 물었다. "민희 씨, 결혼 전에 여자 친구가 있었단 사실은 인정해요. 심은하는 그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일이었고 지금은 아무 사이
부모님을 만난다고? 민희는 조금 의외였다.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귓가에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진아, 우리 또 만났네." 김설진과 민희가 함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은하가 배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채 검은 머리카락이 가녀린 허리까지 내려온 그 모습은 너무 육감적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이런 복장으로 나타난 건 조금 저렴해 보였다. 김설진은 그녀에게 더 이상 눈길을 두지 않고 담백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냉담한 태도에도 심은하는 풀이 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물었다. "설진아, 여기 같이 앉아도 돼?" 민희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김설진은 햄 하나를 민희에게 건네주고 난 뒤 심은하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투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래도 되지. 우리는 다 먹고 일어날 거야."심은하는 자리에 앉으며 지갑을 내려놓았다. 심은하는 김설진이 자신을 위해 음식을 가져다 줄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여자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한참이나 기다려도 김설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검은 웨이브 머리카락을 만지며 요염하게 물었다. "설진아, 내가 오늘 하이힐을 신어서 불편한데. 아침 나한테 가져다 주면 안 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잊지 않았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민희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민희도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심은하는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김설진을 유혹하고 있었다.민희는 나서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김설진의 과거 애인이었고 지금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그가 명확하게 말했기 때문이다.그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민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김설진은 민희를 힐끗 보고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미안. 와이프가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심은하는 민희에게 눈길을 돌렸다. "민희 씨가 그렇게 속이 좁은 건 아니죠? 나랑 설진은 과거에 연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깨끗해요
심은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설진이 민희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 우리 먼저 가봐야겠어." "설진아." 심은한는 재빨리 그를 따라가 체면도 차리지 않고 붙잡았다. "설진아, 내 말 좀 들어줘. 나 갈 곳이 없어서 너한테 이러는 것 아니야." "과거에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어. 만약 그 기회가 나한테 주어졌다면 내가 만약 너랑 함께..." 그녀는 김설진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기회를 달라고 구걸했다. 김설진은 심은하의 가녀린 손가락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며 작게 말했다. "은하야, 그건 네 선택이니까 너를 탓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헤어졌어야만 했어." "지금 우리는 가능성이 없어." 심은하는 울먹거리며 물었다. "설진아, 너는 날 사랑했던 적 있어?" 그녀는 정말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 김설진의 아내인 민희가 이곳에 있는데도 이런 물음을 물어보다니.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빛 아래서 김설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과거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분노로 일렁거렸다. 그 당시 심은하의 배신은 그에게 많은 타격을 주었다. 그도 수많은 밤을 술로 지새웠고 심은하를 잊기 위해서 많은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지나간 일이다.김설진이 성공을 이루자 많은 여자들이 그를 따라다녔고 여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민희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심은하는 김설진의 인생에서 이미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걸려 온 그녀의 전화에 놀랐을 뿐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때 김설진의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그건 그의 어머니였다. 김설진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 조금 있다가 민희 씨랑 같이 갈게요." 대학교 교수인 서연은 평범한 엄마와 다를 게 없이 아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매번 올 때마다 집에 오지 않고 호텔로 드나드는 거니? 그리고 나 몰래 이미 결혼한지 2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집에 데려오지 않고 뭐 하는 거니? 오늘 집
민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김설진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희 씨, 나는 결혼한 순간부터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어요. 그날 밤은 절대 의외가 아니에요. 내가 사전에 준비한 거라고요." 민희는 숨이 멎어와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나는 알아채지 못했어요. 당신은 좀 변태 같았어요." 그는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민희는 당시의 화끈거리는 장면이 저절로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김설진은 그런 그녀를 품에 안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안나가 사전에 준비한 선물이 들려 있었다. 민희가 처음 그의 집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선물인 셈이었다. 안나가 준비한 선물은 모두 김설진의 부모가 좋아하는 물건들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김설진의 서연은 그들을 환영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민희를 반갑게 맞았다. "빨리 와서 앉아. 어떤 과일 좋아해? 엄마가 가져올게."그녀의 말에 민희는 조금 쑥스러웠다. 서연은 밝은 표정으로 민희를 맞이했다. 어여쁜 며느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결혼한 지 2년이나 되었는데 아줌마라고 하면 안 되지. 우리 점심에는 집에서 간단히 먹고 오후에 엄마랑 같이 나가자. 설진이 평소에 일이 많아서 소홀히 대했을 거야. 이 연약한 몸 좀 봐. 다 설진이 탓이야." 김설진은 조금 억울하여 자신의 외투에서 카드를 꺼내 민희에게 건네주었다. "카드 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에요." 민희는 함부로 받을 수 없었다. 김설진은 다시 그녀를 불렀다. "민희 씨." 민희는 그제야 그 카드를 자신의 가방에 넣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후에 엄마랑 같이 나가서 쇼핑 좀 해요." 그녀를 보는 김설진의 눈빛엔 꿀이 떨어졌다. 서연과 김영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아들이 35살이나 되어 결혼은 이제 꿈도 못 꿀 줄 알았으나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데려오다니. 그들은 너무 기뻤다. 게다가 김설진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민희는 서 있었고 김설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216평의 거실 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그 창문으로 햇살이 거실로 들어왔다. 그 햇살이 거실을 비추었고 분위기는 너무나 따뜻했다. 그들은 부부였고 한 가족이었다. 민희에게 김설진이란 남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겐 엄마 아빠도 생긴 것이다. 앞으로 그녀에게도 집이 생겼다. 김설진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민희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자신의 손을 그 위에 겹치고 꽉 붙잡았다. 민희는 그의 옆에 딱 붙어 앉았다. 김설진은 마치 애완견을 예뻐하듯 민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서연과 김영수는 눈을 마주쳤다. 집이 아주머니도 요리를 꺼내 오며 그 모습을 보자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설진 도련님이 사모님을 정말 아끼네요." 안나가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정말 아끼십니다." 김영수도 웃음을 지었다. "남자가 아내를 아껴야지. 그래야 가정이 화목한 거야." ... 그렇게 그들은 화목한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서연은 민희를 방으로 데려와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뭔가를 찾기 바빴다. 김설진의 엄마 아빠는 모두 대학교 교수로 생활은 호화롭지 않았다. 거실 인테리어는 깔끔했고 따뜻했다. 하지만 서연은 결코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김철진이 해마다 그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것 외에도 그녀는 뿌리가 있는 집 자식이었기에 집에 많은 골동품들이 있었다. 아무거나 골라도 많은 돈을 바꿀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옥으로 된 팔찌가 있었는데 그건 엄청 귀한 물건이었다. 민희도 그 팔찌가 엄청 귀중한 물건인 걸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연은 민희에게 팔찌를 걸어 주며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여자아이를 낳는다면 다른 한 팔찌는 여자아이에게 물려줘.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며느리에게 물려줘. 손이 늘씬하고 하야니까 팔찌를 껴도 너무 예쁘네." 며느리는 어리고 예뻤기에 서연은 아들이 장가를 잘 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집에 있으니 기분도 좋아졌다.
원래 뭐든 사실은 재미없는 것이다. 박연희도 이번 선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조범진이 얼마나 까칠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진안영은 질문을 했다. "그럼 당신은 왜 선을 보러 나온 거예요? 당신도 나이가 돼서인 건가요?" 그녀가 이 말을 하자 진안영의 부모님도 죽고 싶었다. 진씨 가문도 부유했지만 JH 그룹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JH 그룹은 진씨 가문 사업의 3분의 1이나 되는 지분을 차지했기에 이번 선은 실패로 끝맺아도 절대 그들에게 밉보이면 안 되었다.그래서 진철수는 자신의 작은 딸을 타일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빨리 범진 군에게 사과해라." 진안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범진이 답했다. "틀린 말도 없어요. 저도 나이가 돼서 선을 보러 나온 거예요. 하지만 은영 씨는 아직 24살밖에 안 돼요. 젊으니까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조범진의 말에 두 집안 부모들은 이번 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조범진도 재미가 없었다. 그가 손을 보겠다고 한 건 그저 나와서 이야기라도 나누려고 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조범진은 자신의 넥타이를 정리하며 진씨 부모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올렸다. "회사에 아직 중요한 미팅이 남아 있으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진철수는 괜찮다고 말했다. "회사 일이 더 중요하죠." 낮게 웃는 조범진의 모습은 꽤 신사 같은 모습이었다. 진안영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커피를 한입 마셨다. 그녀의 귓가엔 두 집안 부모님이 서로에게 사과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도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 조범진과는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조범진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안영은 커피를 다 마시고 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쇼핑하러 가고 싶어요." 하연은 그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래." 능력
한참이 지나서야 민희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녀는 서연을 바라보며 소개했다. "이건 제 오빠 조범진이고 이분은 오빠의 여자 친구예요." 그녀는 진안영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다. 진안영은 민희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 진은영은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조범진과 민희 사이의 소문을 그녀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안영의 어깨에 한 남성의 팔이 다가오자 그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젠틀한 모습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안영은 사실 이번 선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조범진 사이의 격차를 잘 알고 있었다. 가문에서부터 학력, 사회에서의 지위까지. 그녀와 조범진은 결코 알맞는 레벨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언니인 진은영과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조범진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안영아."진안영은 빠르게 웃음을 지으며 민희와 서연에게 인사를 올렸다. "진안영이라고 합니다. 범진 씨 여자 친구예요."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조범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의 눈길은 민희에게만 향해 있었고 눈빛엔 수많은 이야기가 남겨 있었다. 민희도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하려고 했지만 서연은 이미 자신이 며느리와 조씨 가문 도련님이 과거가 있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도 여러 번 연애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김설진이 조범진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봐 무서울 따름이었다. 조범진은 카리스마와 남성스러움이 넘쳤다. 서연은 김설진이 조범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연은 교수였지만 사회생활은 잘했다. 그녀는 민희 손에 들린 셔츠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이 셔츠가 설진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사이즈도 아주 딱이야. 설진은 결혼 후에 살이 조금 붙은 것 같아. 예전엔 185의 키에 65kg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진범이 말을 마치자 진안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연애와 결혼을 하고, 그와 진정한 부부가 되자고? 진안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세상이 전부 멈춰버린 것만 같았고 그의 마지막 진짜 부부가 되자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녀가 아직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선 승낙이 말이 나왔다. "좋아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멈칫했다. 하지만 진안영은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진씨 가문의 앞날을 생각하면 도저히 범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진철수는 조범진이 그녀와 선을 본 건 진씨 가문의 모든 운을 다 써서 이룬 일이라고 했다. 조범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차 안으로 함께 들어와 기사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 기사는 액셀을 밟았다. 앞자리에 앉은 이 비서는 황당했다. 조범진과 함께 오랜 세월을 했기에 그녀는 조범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잘 알았다. 진안영은 괜찮은 조건이었지만 결코 조범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범진과 진안영은 그렇게 함께한 것이다. 세상에! 조범진이 진은영을 포기하고 진씨 가문 둘째인 진안영을 선택한 것이다. 검은 차량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차 뒷좌석과 앞좌석 사이로 검은색 유리가 올라와 차 안을 2개 공간으로 나누었다. 원래도 진안영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더욱 어쩔 바를 몰랐다. 차 안은 고요했고 어두웠다. 조범진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진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보다 6살이나 어렸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엄청 부드러워 보였다. 조범진이 낮게 물었다. "연애해 본 적 있어?" 진안영은 두 손을 치마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후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아빠가 허락하지 않아요." 조범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은영은 외국에서 유학하며 남자 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진안영은 왜 여태까지 연애를 못 하게 둔 것인가. 진안영이 쓰게 웃었다. "나는 똑똑하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