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서야 민희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녀는 서연을 바라보며 소개했다. "이건 제 오빠 조범진이고 이분은 오빠의 여자 친구예요." 그녀는 진안영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다. 진안영은 민희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 진은영은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조범진과 민희 사이의 소문을 그녀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안영의 어깨에 한 남성의 팔이 다가오자 그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젠틀한 모습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안영은 사실 이번 선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조범진 사이의 격차를 잘 알고 있었다. 가문에서부터 학력, 사회에서의 지위까지. 그녀와 조범진은 결코 알맞는 레벨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언니인 진은영과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조범진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안영아."진안영은 빠르게 웃음을 지으며 민희와 서연에게 인사를 올렸다. "진안영이라고 합니다. 범진 씨 여자 친구예요."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조범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의 눈길은 민희에게만 향해 있었고 눈빛엔 수많은 이야기가 남겨 있었다. 민희도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하려고 했지만 서연은 이미 자신이 며느리와 조씨 가문 도련님이 과거가 있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도 여러 번 연애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김설진이 조범진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봐 무서울 따름이었다. 조범진은 카리스마와 남성스러움이 넘쳤다. 서연은 김설진이 조범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연은 교수였지만 사회생활은 잘했다. 그녀는 민희 손에 들린 셔츠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이 셔츠가 설진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사이즈도 아주 딱이야. 설진은 결혼 후에 살이 조금 붙은 것 같아. 예전엔 185의 키에 65kg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진범이 말을 마치자 진안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연애와 결혼을 하고, 그와 진정한 부부가 되자고? 진안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세상이 전부 멈춰버린 것만 같았고 그의 마지막 진짜 부부가 되자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녀가 아직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선 승낙이 말이 나왔다. "좋아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멈칫했다. 하지만 진안영은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진씨 가문의 앞날을 생각하면 도저히 범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진철수는 조범진이 그녀와 선을 본 건 진씨 가문의 모든 운을 다 써서 이룬 일이라고 했다. 조범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차 안으로 함께 들어와 기사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 기사는 액셀을 밟았다. 앞자리에 앉은 이 비서는 황당했다. 조범진과 함께 오랜 세월을 했기에 그녀는 조범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잘 알았다. 진안영은 괜찮은 조건이었지만 결코 조범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범진과 진안영은 그렇게 함께한 것이다. 세상에! 조범진이 진은영을 포기하고 진씨 가문 둘째인 진안영을 선택한 것이다. 검은 차량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차 뒷좌석과 앞좌석 사이로 검은색 유리가 올라와 차 안을 2개 공간으로 나누었다. 원래도 진안영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더욱 어쩔 바를 몰랐다. 차 안은 고요했고 어두웠다. 조범진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진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보다 6살이나 어렸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엄청 부드러워 보였다. 조범진이 낮게 물었다. "연애해 본 적 있어?" 진안영은 두 손을 치마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후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아빠가 허락하지 않아요." 조범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은영은 외국에서 유학하며 남자 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진안영은 왜 여태까지 연애를 못 하게 둔 것인가. 진안영이 쓰게 웃었다. "나는 똑똑하지도
그녀는 겁이 나 그의 얼굴을 만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궁금했다. 키스 때문에 구겨진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그처럼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자신의 오똑한 코를 그녀의 작은 콧망울에 작게 비비며 그녀와 입 맞췄다. 키스는 그렇게 점점 더 깊어져 가 진안영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이건 그의 그녀의 첫 번째 입맞춤이었다. 그녀는 아무런 경험도 없었고 남자가 흥분하면 어떤 모습일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조은혁의 몸이 너무 뜨겁다는 것만 알았다. 그녀는 그들의 관계에서 조범진이 갑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마치 이번 입맞춤과도 같았다. 사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조범진이 원했기에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입맞춤이 끝나가고 그가 그녀의 몸을 놓아주었다. 진안영은 급한 숨을 몰아쉬며 아무런 거 보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자신의 작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대며 그가 원하는 아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사랑은 바라지도 않았다. 진안영은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에게 끌렸고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떨림을 감추고 조진범이 원하는 여자 친구 혹은 아내로 되었다. 하지만 애인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진범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진범과 진안영의 연애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빠르게 두 가문에 퍼졌다. 그 소식에 두 가문의 반응은 달랐다. 진씨 가문은 그날부터 부처님께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을밤. 조씨 가문 별장 2층의 안방에서 조은혁이 샤워를 마치고 하얀색 셔츠로 갈아입고 아래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왔다. 편한 옷차림이었지만 조은혁의 탄탄한 몸매가 드러나 남성스러운 매력이 넘쳤다. 그는 베란다에서 천천히 하얀색 담배를 빨아당겼다. 박연희가 그에게 걸어와 외투를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요. 아직도 30살 먹은 젊은이인 줄 아나요?"조은혁은 옷 단
늦은 밤. 민희와 김설진은 호텔로 돌아왔다. 차를 멈추고 김설진은 고개를 돌려 아내를 바라보았다. 민희는 품에 쇼핑 주머니를 안고 멍하니 있었다. 그는 민희가 오늘 조진범을 만난 걸 알고 있었다. 김설진은 쇼핑 주머니를 가지고 와 안을 들여다보았다. "민희 씨가 오늘 나한테 어떤 셔츠를 샀는지 볼게요." 하나는 그레이 색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블랙 색상이었다. 모두 고급스러운 색상이었다. 김설진은 그 두 셔츠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 두 컬러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요?" 그제야 민희는 정신이 돌아왔다. 그녀는 셔츠를 만지작거리다가 부드럽게 답했다. "이 두 색상이 당신에게 잘 어울려요. 하지만 장롱엔 적더라고요. 그래서 사 왔어요." 김설진은 배시시 웃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김설진은 차 문을 열며 내리려고 했지만 민희가 그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왜 외국으로 가서 살고 싶어요? 나 때문인 건가요?" 김설진은 민희를 바라보았다. 민희는 불안한 모습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하지 않았다. 민희는 사실 조씨 가문과 조진범을 신경 쓰고 있었다. 만약 10년 전이었다면 김설진은 그런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가능했다. 그는 그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었고 그런 그녀가 가슴 아팠다. 조진범은 그녀의 과거의 애인이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이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오빠였다. 그래서 김설진은 외국으로 가서 생활 하리라 마음먹었다. 둘이 모두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남에 따라 모두 흩어질 것이다. 김설진은 민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을 했다. "어느 정도는요. 하지만 당신이 B 시로 돌아가 살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돼요."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설진이 다시 물어봤다. "지금 차에서 내려도 돼요? 나는 빨리 돌아가서 민희
조진범은 슈트를 입고 가만히 앉아 그 커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은하가 나나타나도 그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진범도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민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 어쩌면 아직도 민희와 완전히 끝내기에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다. ...민희가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나와 손을 씻었다.그리고 손을 다 씻고 고개를 들었을 그녀는 흠칫 놀랐다. 화장실의 거울에 진범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민희는 그가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다가오는 소리도 알아채지 못했다. "축하해, 결혼 축하해." 조진범이 민희를 바라보며 낮게 입을 열었다. 민희와 김설진의 결혼식은 크리스마스로 예약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결혼식을 마친 후 그들을 이탈리아로 떠날 것이다. 민희는 낮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조진범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나랑 진안영도 곧 결혼할 거야. 크리스마스 전에 할 거야. 내가 조씨 가문 장자니까 먼저 결혼하는 게 정상이야." 그는 말을 뱉으며 거울 속으로 민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민희도 결코 눈을 피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진범에게 축하한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진범의 마음을 꿰뚫고 그가 버려지고 싶지 않아하는 생각을 까발릴 필요는 없었다. 민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6년이란 시간은 누구에게나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조진범은 그녀의 눈물을 본 순간 민희가 아직 그를 사랑하고 그런 그녀를 빼앗아 오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거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이성이 그를 붙잡았다."너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우리가 결혼하면 모든 건 깨끗이 지워지는 거야. 우리 과거도 다 사라지는 거야. 앞으로 너도 나를 피할 필요 없이 집에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 ...민희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는 코맹맹이 소리로 그를
세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한참 후 민희가 먼저 입을 열고 평온하게 진안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는 많이 마셨으니 잘 부탁해요." 진안영도 사람이 착했기에 민희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조진범의 마음에서의 위치를 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민희를 스쳐 지나갔다. 진안용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6년 동안의 연애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지 이해할 수 있었다. ... 기다란 복도에 화려한 불빛이 일렁거렸다. 민희의 뒷모습도 보였다. 민희는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고 그녀의 뒤에는 민희가 사랑했었던 사람이 남겨졌다. 그는 그녀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하와이를 꺼냈고 그들이 함께했던 기억을 얘기했다. 아무리 찬란했던 기억이라도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하고 평생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민희는 생각했다. 가끔씩 꺼내 보아야 좋은 기억들도 있다. 사람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복도는 아주 길었고 민희는 이 복도가 마치 그녀의 긴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복도의 한끝엔 김설진이 서 있었다. 그는 민희의 남은 인생의 남편이다. 김설진이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포용과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민희는 천천히 그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민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녀의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민희는 그 눈물을 감추지 않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만 가죠."말을 마치고 김설진이 민희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수그리며 마주 잡은 손을 바라보며 낮게 입을 열었다. "설진 씨." 김설진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엔 바다가 들어 있었고 드넓은 우주가 들어 있었고 김설진의 모든 세계가 남겨져 있었다. 김설진의 세상은 민희였다. ...조진범은 한 쌍의 부부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민희가
“쯧쯧쯧. 의젓한 척하는 꼴 좀 봐. 너 정말 조진범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좋아하던 사람이 매제가 돼서... 사실 죽는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지?”...진은영의 얼굴은 여전히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차가웠다.그녀는 고승아를 내려다보면서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고승아, 미치고 싶으면 조씨 가문에 찾아가서 곱게 미쳐. 너와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조진범이지 우리 진씨 집안이 아니야. 그러니까 죽더라도 우리 진씨 집 문 앞에서는 죽지 마.”말을 마치고 진은영은 곧바로 경비원에게 문을 닫으라고 분부했다.붉은 칠을 한 대문이 천천히 닫혔다.그러자 고승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가 굳게 닫혀버린 대문을 힘껏 두들겨 패며 입으로는 진은영에게 험한 욕설을 내뱉었다.“진은영 이 가식적인 여자야, 넌 애초에 조진범을 사랑하는 걸 인정할 용기조차 없잖아. 그리고 너 또한 조진범 반품의 여자라는 걸 인정할 용기는 더욱이 없겠지.”경비원의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진은영은 고운 얼굴을 홱 돌리며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미친년.”그녀는 정원을 지나 본가로 돌아온 뒤, 천천히 계단을 올라 2층 서쪽에 있는 침실로 향했다. 그곳은 진안영이 살고 있는 방이다.문을 열자 지난날의 베이지색 인테리어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거실에는 모두 조씨 집안에서 보내온 예물 장신구와 옷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이 정도 예물이면 충분히 체면을 세워주었다.객관적으로 봐도 조씨 집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씨 집안을 조금도 홀대하지 않았고 혼례도 매우 훌륭하게 준비해주어 진씨 집안의 체면을 제대로 세워줬다고 할 수 있다. 진안영이 시집가면 조씨 집안 식구들도 분명 그녀를 잘 대해줄 것이다. 전에 그녀도 조은혁 부부와 두 번 정도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봐도 그들이 진안영을 매우 잘 대해주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내일이면 진안영은 집을 떠나 시집을 간다.모든 계산을 끝내고 그녀는 달빛 가운을 몸에 두른 채,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한 쌍의 용봉 베
그때, 진안영의 손이 갑자기 조진범에게 잡혀버렸다.아직 몽롱한 술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앞에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은 그녀의 아내 진안영이다.진안영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웠다.그려진 듯 갸름한 눈썹과 오뚝한 코, 그리고 커다란 눈매까지.사실 진안영의 외모는 매우 뛰어난 편이었고 몸매도 슬림하지만 필요한 곳에는 전부 볼륨이 있었다.그리고 진안영은 평생을 함께할 그의 아내이다.조진범은 진안영의 손목을 잡고는 그녀를 조금씩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공기 속에서 서로를 맞대고 앉았다...당장이라도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이르니 정말 불타오르듯 뜨거웠다.진안영은 심지어 고동치는 자신의 심장박동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번 그리고 또 한 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뛰어오르며 점점 벅차올랐다. 부드러운 손바닥이 닿자 거의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녀는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기에 가장 친밀했던 스킨쉽도 조진범과의 키스였다.“진범 씨.”그녀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러자 남자는 여자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고는 천천히 조여오며 천천히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진안영의 몸에 걸쳐져 있던 가운은 진작에 벗겨졌고 몸에는 하얀 속치마가 달려 있었다. 푸른 실오리가 허리춤에 늘어져 말로 이룰 수 없는 청순함이 참 매력적이었다.진안영은 조진범의 몸 위에 축 늘어져 힘없이 그의 키스를 받아냈다.잠시 후 그들은 또 방향을 바꾸었다.남자는 몸을 뒤로 젖히고 진안영과 깍지를 낀 채, 천천히 자세를 취했다. 술에 취했지만 거칠지는 않았고 곧이어 침실 전체가 남자의 자제할 수 없는 움직임과 여자의 수증기 섞인 애원으로 가득 찼다.늦은 밤, 한 공간에서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첫 관계는 세상의 무수히 많은 것을 이겨냈다.조진범은 어쨌든 술에 취했기에 한 번 만에 끝냈다.폭풍우가 지나간 후, 그는 아내를 껴안고 잠시 쉬었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그리고 진안영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