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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세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한참 후 민희가 먼저 입을 열고 평온하게 진안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는 많이 마셨으니 잘 부탁해요."

진안영도 사람이 착했기에 민희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조진범의 마음에서의 위치를 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민희를 스쳐 지나갔다.

진안용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6년 동안의 연애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지 이해할 수 있었다.

...

기다란 복도에 화려한 불빛이 일렁거렸다.

민희의 뒷모습도 보였다.

민희는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고 그녀의 뒤에는 민희가 사랑했었던 사람이 남겨졌다.

그는 그녀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하와이를 꺼냈고 그들이 함께했던 기억을 얘기했다.

아무리 찬란했던 기억이라도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하고 평생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민희는 생각했다.

가끔씩 꺼내 보아야 좋은 기억들도 있다.

사람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복도는 아주 길었고 민희는 이 복도가 마치 그녀의 긴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복도의 한끝엔 김설진이 서 있었다.

그는 민희의 남은 인생의 남편이다.

김설진이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포용과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민희는 천천히 그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민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녀의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민희는 그 눈물을 감추지 않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만 가죠."

말을 마치고 김설진이 민희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수그리며 마주 잡은 손을 바라보며 낮게 입을 열었다.

"설진 씨." 김설진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엔 바다가 들어 있었고 드넓은 우주가 들어 있었고 김설진의 모든 세계가 남겨져 있었다.

김설진의 세상은 민희였다.

...

조진범은 한 쌍의 부부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민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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