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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5분 정도 지나자 진안영이 뒷마당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옅은 회색으로 된 코트를 입은 채 품에는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모두 집 정원에서 꺾어온 화사하고 생기 넘치는 꽃들이었다. 집안의 도우미들은 진안영을 위해 두꺼운 꽃병도 이미 준비해 두었다.

“퇴근한 거예요?”

진안영은 마치 신혼부부라도 된 듯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투는 정중하면서도 부드러웠지만 조진범에게는 그 말투가 지나칠 정도로 정중하게 들렸다. 조진범은 진안영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그녀가 정원에서 따온 꽃들을 바라보았다. 진안영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조진범은 문득 지난밤이 떠올랐다.

어젯밤은 신혼 첫날밤이었다.

조진범은 술을 조금 마셨지만 취해 있지는 않았다. 신혼인 아내와 관계를 맺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진범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첫 경험인 진안영은 모든 게 서툴렀고, 조진범이 처음 진안영을 범하던 그 순간, 그녀는 조진범의 어깨를 꽉 깨물고 있었다.

그 찰나, 조진범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뜨거웠고 그는 첫 경험인 진안영을 조금도 배려해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만 느낀 진안영은 밤새 조진범의 어깨만 꽉 문 채 그의 목을 껴안고 있었다.

너무 아파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진안영이 흐느끼며 한 마디를 겨우 내뱉었다.

“진범 씨.”

...

다시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있는 자신의 아내는 그토록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조진범과 함께 있는 모습이 마치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부부처럼 보였다. 결국, 웃음을 터뜨린 조진범이 말했다.

“왜 이제 온 거예요! 가서 꽃병에 꽃 꽂아놓고 와요. 손 씻고 저녁 먹어야죠.”

그 말에 조진범이 작게 대답했다.

그들의 대화는 정말 형식적이었다. 둘의 대화만 들어보면 신혼부부가 아니라 결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노부부 같았다. 시작의 설렘은 다 사라지고 그저 어쩔 수 없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그런 부부 같아 보였다.

조진범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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