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16화

조진범이 내려간 뒤, 1층 정원에서는 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렸다. 차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진안영은 침대 머리맡에 맥없이 앉았다.

그가 떠났다.

분명 둘은 함께 친정에 가기로 약속했었다. 오늘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그도 알면서, 그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떠나버렸다. 물론 그가 일이 바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신혼이 아닌가.

이른 새벽이지만 진안영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발코니로 나가서 먼 곳을 바라봤다.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마치 진안영의 마음처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막막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몸이 거의 얼어붙었을 때야 그녀는 따뜻한 침실로 돌아왔다. 약간 헝클어진 침대에서 어젯밤 정사의 흔적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차갑고 쓸쓸했다...

진안영은 팔을 감싸며 스스로를 꼭 안았다.

1층에서 하인이 올라왔다.

아마도 조진범의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인은 문밖에서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차와 선물은 준비됐습니다. 몇 시쯤 출발하실 건가요?”

진안영은 시선을 드리우고 담담하게 말했다.

“씻고 내려갈게요.”

하인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내려갔다.

한참 뒤, 진안영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대충 아침을 먹고 차를 타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차에 앉아 있으면서도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조진범이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간 건지, 아니면 하와이에 가서 옛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 간 건지 말이다.

아니면...

그냥 조민희의 결혼식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진안영은 조진범과의 결혼 생활이 쉽지 않으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이익을 위한 결합, 어쩌면 이익을 위한 거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에게 무관심한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조진범이 함께 친정에 가지 않았으니 진정안은 아버지가 화를 내는 모습을 눈앞에 그릴 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