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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여기는 한때 그와 조민희가 함께 살던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사람이 없었지만, 관리인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둬서 집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조민희가 쓰던 옷과 액세서리들도 깔끔하게 정리된 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녀가 좋아했던 작은 장식품들, 그리고 그녀가 즐겨 보던 영화 ‘코난’의 관련 굿즈들...

조진범은 설정집을 집어 들고, 작은 소리로 그 위의 적힌 문구를 읽었다.

[아름다운 계절에 만난다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아름다운 일이야.]

‘아름다운 계절에 만난다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아름다운 일이야.'

그는 이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날 밤, 그는 과거의 사랑을 떠올렸지만 아내는 떠올리지 못했고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사랑의 불씨가 꺼졌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진안영에게 있어 조진범은 남편이 아니라, 평생 다가갈 수 없는 남자일 뿐이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진범은 피로에 젖은 눈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조민희의 결혼식 날이었다.

...

조진범이 B시로 돌아온 건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저녁, 하늘은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사실, 그와 진안영도 신혼이었다. 하지만 차가 별장에 멈추자 집 안은 지나치게 썰렁했다. 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 외에는 생활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활기라고 할 것도 전혀 없었다.

조진범은 차 문을 닫았다.

집안 도우미가 다가와 그를 맞이했다. 그는 걸어가며 물었다.

“사모님은?”

도우미는 짐을 들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사모님은 위층에서 자수하고 계세요. 어제 친정 할머니 댁에서 자수틀을 하나 가져오셨거든요. 지금 하는 자수가 하도 화려하고 예뻐서 알아보니까 비물질문화유산 기술이라네요.”

조진범은 걸음을 멈췄다.

“사모님이 어제 돌아왔어요?”

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모님은 친정 가신 당일엔 돌아오지 않으셨지만, 집에는 전화하셨어요."

조진범은 그제야 이틀 동안 그들 부부는 전화는커녕 문자 한 통 없이 지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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