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은 그녀의 난처함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진안영과 오래 얘기를 하지 않았고 오늘은 조씨 가문 본가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기에 진안영에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가서 선물을 산 뒤 조씨 가문 본가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진안영은 오늘이 조씨 가문을 방문해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 갑자기 떠올렸다. 그녀는 잠깐 멈칫했지만 주제넘게 조진범과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고 일어나서 씻으러 갔다. 아래층으로 왔을 때 조진범은 이미 식탁에 앉아있었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짙은 색의 코트는 벗어서 의자에 걸어놓고 있었고 새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멋진 그의 얼굴을 비추자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진안영이 다가가서 앉자 조진범은 신문을 접고 일부러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샤넬의 트위드 세트를 입고 있었는데 조진범은 두 사람이 소개팅할 때 그녀가 이 옷을 입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그녀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명품 옷이었다.조진범의 눈빛이 깊어졌다...“시간이 아직 이르니 있다가 쇼핑하러 가자.”조민희 때 감정의 쓴맛을 보고 조진범도 반성을 했다. 아내에게 소홀하지 않고 아내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 그의 결혼은 계속 유지 되리라 생각했다. 하여 그는 일이 바쁘지 않을 때 기꺼이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보냈다. 진안영은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거절하지 않았고 컵을 들고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던 조씨 가문의 고용인도 안도하면서 들뜬 말투로 말했다.“주인님과 사모님은 정말 금실이 좋으십니다.”조진범은 옅게 웃어 보였지만 진안영은 어색한 듯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아침을 먹기만 했다....아침을 다 먹고 나서 진안영은 위층에 올라가 코트를 챙겼다. 조진범은 밖에 있는 주차장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이번 외출에는 기사님과 함께하지 않았고 진안영과 단둘의 시간을 보내려 했다.진안영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아이? 진안영은 흠칫했다. 그녀는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모두 피임을 하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조진범은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조진범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고 돈을 지급할 때 담담하게 말했다.“둘이 좋겠어. 큰 애가 아들이고 작은 애가 딸이면 좋겠다.”한참 지나도 곁에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왜 그래?”진안영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한참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조진범을 바라보았다.“진범 씨, 만약 제가 아들을 못 낳으면요?”진안영의 어머니는 딸을 두 명 낳았는데 그녀를 낳을 때 난산으로 하여 불임이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해 운명이 비참했다. 진안영은 자기도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걸을까 봐 두려웠고 조진범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무서웠다.조진범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그는 담담하게 웃었다.“딸도 좋아! 조씨 가문에는 조우현도 있잖아.”진안영은 안도했다. 이때, 샤넬의 점원이 봄 신상 옷을 몇 벌 가지고 와서는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요즘 들어온 신상인데 저희가 아직 내놓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어요. VVVIP 회원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한번 착용해보시겠습니까?”진안영은 머뭇거렸다. 조진범은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다 착용해봐. 내가 보기에는 너한테 다 어울리는 것 같아.”점원이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이쪽으로 오시죠.”진안영은 한 번씩 다 입어보았는데 모두 그녀에게 어울렸다. 조진범은 그것들을 다 결제하고 점원에게 정리해서 차에 가져가라고 했다. 조씨 가문으로 가는 길에서 두 사람은 또 아이에 관해 얘기했다. 조진범은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낳고 나서 일을 계속해도 돼. 아이는 엘리트 팀이 맡아서 보살펴 줄 거야.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돼.”진안영은 그 말이 의외였다.“태어나서부터요?”조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태어나서부터.”남자아이라면 더
욕실의 물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조진범은 욕실의 문을 열었고 긴 실루엣이 걸어 나왔다. 그의 샤워 가운은 절반 정도 풀어져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에서는 빛이 났다. 물줄기가 굴곡이 선명한 턱에 맺혔고 가슴을 따라 튼튼한 복근까지 흘러내리다가 관능적인 치골에서 자취를 감췄다...그는 젖은 머리를 닦으며 검은 눈동자가 침대 위의 아내를 응시했다. 그녀는 밝은 빛이 습관 되지 않아 침대 머리의 빛을 어둡게 조절해 놓았는데 희미한 불빛은 그녀의 새하얀 피부에 은은한 광채를 한 겹 씌워준 듯 부드럽고 아름다웠다.마음속의 솔직히 얘기하자면 남자의 처지에서 봤을 때 두 사람의 부부 생활은 아주 원만했다.아내는 경국지색의 여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몸은 매혹적이었고 그는 관계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아내의 반응과 표정을 좋아했다. 남자에게는 결혼생활에서 성생활이 조화롭다면 그렇게 무료하지 않게 된다.그리고 그녀는 성격이 온순하고 반듯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흠을 잡을 데가 없었다. 조진범은 젖은 머리카락을 닦은 수건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침대를 향해 걸어가 아내의 몸 위에 덮치면서 관계를 맺었다. 하늘 땅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진안영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연말이 되기 전에 진안영은 진씨 가문의 저택에 한 번 들렀다. 차 문이 열리자 진씨 가문의 고용인이 공손하게 맞이했다.“둘째 아가씨 오셨습니까. 사모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침에는 특별히 주방에 와서 아가씨가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개 더하라고 당부했습니다.”진안영이 차에서 내렸다. 기사는 여전히 유원원이었고 그는 트렁크에서 영양제를 꺼낸 다음 먼저 차를 몰고 떠났다.진안영은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남혜란이 위층에서 뛰어 내려왔다. 작은딸을 보는 순간, 남혜란의 눈가가 붉어졌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침부터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왜 안 오나 방금까지도 외웠는데 차 소리가 들렸지 뭐니... 저녁까지 있어. 은영이가 일찍 돌아오겠대.”남혜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녀도 아이를 갖고 싶었다. 진안영의 얼굴에 슬픈 빛이 비껴갔다. 그녀는 어머니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날 밤, 그녀는 처가에 남아 밤을 보냈기에 오후 4시쯤 조진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자신의 일정을 알려주며 특별히 덧붙였다. “내일 아침 기사를 보내지 않아도 돼요. 우리 집 차를 타고 학교로 가면 돼요.” JH 그룹 대표실. 조진범은 핸드폰을 붙잡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서류를 검토했다. 그리고 서류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사인을 마친 후 이 비서에게 건네주었다. “복사하고 전달하세요.” 이 비서는 즉각 떠나지 않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오늘 밤 회사 연말 파티가 있는데 상무님과 같이 참석합니까?” 조진범은 이미 전화를 끊고 낮게 웃었다. “그 사람은 이미 처가로 갔어요.”이 비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류를 가지고 나갔다. 그녀가 나간 뒤 조진범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서랍에 손을 뻗어 한 사진을 들어 올렸다. 그건 그와 조민희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그들은 앳된 모습이었고 20살 초반의 가장 좋은 나이였다. 조민희는 조진범에게 몸을 기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사진을 조진범은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진안영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건 아마도 몇 년 전 이맘때쯤 그가 조민희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진범은 조민희에게 약속한 결혼을 진안영에게 주었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파티는 그녀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참 간사했다. 그가 잃어버린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조진범은 해가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었을 때 그의 보조 비서가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파티는 8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 출발하시겠습니까?” “가지.” 조진범은 슈트 외투를 들고 문 쪽으로 걸어 나갔
진안영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젯밤에JH 그룹의 연말 파티가 열렸구나. 하지만 그는 전화 통화에서 그녀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요청하지 않았다. 진안영은 드라마에서 보던 대사가 떠올랐다. [내가 어울리지 않았네.]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들은 사랑 없이 결혼했지만 남편이 여자 연예인와 공개적으로 입 맞추고 또 그 장면이 신문에 올랐다. 이건 아내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동이었다. 아니면 이런 장면이 어떻게 신문에 오를 수 있겠는가. JH 그룹도 미디어에 대처하는 부서가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큰 기대가 없었고 지금은 그저 작게 실망했을 뿐이다. 그렇다. 아주 작게 말이다. 진안영은 신문을 덮고 주위 눈치를 살폈다. 주위에서 동료들이 작은 소리로 뒷얘기가 들려왔다. 아주 조심스러워했지만 그녀의 귓가엔 한 두 마디가 들려왔다. “재벌과 결혼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네.” “어떤 남자가 이렇게 예쁜 여자 연예인을 마다하겠어?” “진 선생이 참아내길 바래야지.” …하지만 진안영은 이 모든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녀는 수업을 마칠 준비를 했고 그때 문 앞에서 기다란 그림자가 들어왔다. 이윽고 그 남성을 본 주위의 선생님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부교장 선생님.”“하 선생님.”하경은 젊은 나이에 부교장이 되었다. 그는 자체적인 능력이 우수하고 또한 집안 또한 좋았다. 그가 아무리 겸손해도 학교에선 그를 흠모하는 여선생들이 많았고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여선생들이 준비한 선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가 진안영을 좋아하는 것을 알아챘고 소문이 떠돌기도 전에 진안영은 결혼했던 것이다. 진안영은 모두가 아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진안영이 결혼을 하기 전에 하경은 이틀이나 고민했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일은 운명에 맡겨야 된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그는 조진범
부부는 밥을 먹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사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했지만 그들은 한 번도 웃지 않았기에 집사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정신의 젖병이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진안영을 바라보았다. “그건 기자가 마음대로 찍은 거예요. 어젯밤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그 연예인은 앞으로 다시 요청하지 않을 거예요.” 진안영은 알 수 있었다. 이건 그 나름대로 설명이었다. 그녀는 조진범의 말을 믿었다. 그의 위치에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감정이 섞이지 않은 설명이었고 아내의 신분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건 결코 그녀에 대한 설명은 아니었다. 진안영은 마음이 꽤 가벼워졌다. 진안영은 가볍게 답을 하며 자신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조진범은 만족했다. 그는 이번 일이 이렇게 넘어간 줄 알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문질렀다. “나는 서재에 가서 해결할 일이 있으니 천천히 먹어요. 조금 있다가 침실로 갈게요.” 진안영은 그의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오늘 밤 그녀와 관계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항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왜 계속하여 그녀와 관계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남자는 사랑과 몸을 분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게다가 결호해서부터 진안영은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묵묵히 남편의 소유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끔씩 느낄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아팠다. 하지만 조진범은 그녀가 아프다고 해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두 번 정도는 했다. 진안영은 샤워를 하면서 계속 그 문제를 생각했다. 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 그녀의 남편이 욕조까지 다가와 몸을 숙여 욕조의 물을 빼내며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이나 몸을 담갔는데 안 어지러워요?”그의 눈에 지금 진안영은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몸은 욕조에 담긴 물까지 담겨져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그렇게 밤은 더욱 깊어졌다.거실에는 약한 불빛만 켜져 있었고 공기 속에는 그들의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로만 가득했다.조진범은 누워 휴식을 취하며 누워 있었다.아까 정사의 뜨거움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그의 튼실한 가슴팍에 한두 줄기의 땀이 흘러내렸다.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그는 몸을 뒤돌아 아내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시간이 꽤 흘렀는데 왜 아직 임신이 되지 않는 거죠?"그는 아내의 납작한 배를 쓰다듬었다.조진범은 정말 아이가 가지고 싶었다.진안영은 아직 낮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남편의 말을 듣고 그녀는 눈을 떠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쓰라림이 담겨 있었다."인연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거죠.""아마도요!"조진범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시간도 절약할 겸 진안영과 함께 샤워를 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진안영은 함께 씻는 게 습관 되지 않는다고 했다.조진범은 그런 그녀를 강박하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서로 다른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다.조진범은 빨리 잠에 들었다.옆에 누운 진안영은 밤새 뒤척였다.그녀는 자신의 성장환경이 떠올랐다.어린 시절 하연은 남자아이를 낳지 못해 고통을 겪었다.그리고 자신과 조진범의 결혼 생활을 떠올리며 이것이 정말 그녀가 원하는 삶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남편에게 의지한 채로 두 귀와 눈을 감고 고통을 참으며 남편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이런 결혼 생활은 하연이 겪었던 고통과 다를 바가 없었다.하지만 모든 이들은 그녀가 행복하게 사는 줄 알고 있다.조진범은 대뇌외적으로나 침대에서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진안영이 투덜거린다면 모든 이들은 그녀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어둠속에서 진안영은 몸을 돌려 남편과 등져 누웠다....연말이 되어 조진범은 이른 아침부터 회사로 출근했다.진안영은 학교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그녀가 출근 준비를 할 때 기사는 일찌감치 차를 준비하고 재치 있게 입을 열었다."진 선생님 모시고 학교에 데려다줄게요."진안영
조진범은 눈을 찌푸렸다.그는 나무 아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와 꽤 괜찮은 외모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조진범과 함께 있을 때와 달리 진안영의 눈빛은 편안했다.남자가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그는 평범한 선생님은 아니었다.그는 남자의 진안영을 바라보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질투심이 피어올랐다.남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겨울날 밖에서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의도가 있는 게 분명했다.조진범은 그들에게 더 긴 시간을 주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안영 씨."가까운 거리에서 조진범이 아내를 불렀다.진안영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조진범을 바라보았다.그가 학교까지 와서 자신을 데리러 올 줄 꿈에도 몰랐다.그때, 조진범이 하도경에게 악수라도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조진범입니다. 안영 씨 남편이죠."하도경은 의외였다.JH 그룹의 대표인 조진범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진안영의 남편이라는 신분은 익숙지 않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 연예인과 스캔들이 난 그가 지금은 아내와 사랑을 속삭이다니.하도경은 진안영을 좋아했다.하지만 그는 진안영에게 남이었다.그는 진안영의 상사이자 동료였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하도경은 자신 때문에 눈앞의 부부관계가 깨지기를 원하지도 않았기에 그도 손을 내밀었다."하도경입니다! 학교 부교장이죠."조진범은 그의 손을 맞붙잡았다."부교장이셨군요."그리고 조진범은 고개를 돌려 아내를 바라보았다."우리 집으로 돌아가죠."진안영은 하도경과 인사를 나누었다."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하도경은 등불 아래서 잔잔히 웃음을 지었다."조심히 들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진안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었다."도경 선생님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그녀가 머뭇거리던 몇 초의 시간 동안 조진범은 불타오르는 질투를 느꼈다.하지만 그는 신사적인 모습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차에 올라탄 후 진안영은 옆자리에 앉은 조진범을 빤히 쳐다보았다."기사님은요?""먼저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