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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쯧쯧쯧. 의젓한 척하는 꼴 좀 봐. 너 정말 조진범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좋아하던 사람이 매제가 돼서... 사실 죽는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지?”

...

진은영의 얼굴은 여전히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차가웠다.

그녀는 고승아를 내려다보면서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고승아, 미치고 싶으면 조씨 가문에 찾아가서 곱게 미쳐. 너와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조진범이지 우리 진씨 집안이 아니야. 그러니까 죽더라도 우리 진씨 집 문 앞에서는 죽지 마.”

말을 마치고 진은영은 곧바로 경비원에게 문을 닫으라고 분부했다.

붉은 칠을 한 대문이 천천히 닫혔다.

그러자 고승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가 굳게 닫혀버린 대문을 힘껏 두들겨 패며 입으로는 진은영에게 험한 욕설을 내뱉었다.

“진은영 이 가식적인 여자야, 넌 애초에 조진범을 사랑하는 걸 인정할 용기조차 없잖아. 그리고 너 또한 조진범 반품의 여자라는 걸 인정할 용기는 더욱이 없겠지.”

경비원의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진은영은 고운 얼굴을 홱 돌리며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년.”

그녀는 정원을 지나 본가로 돌아온 뒤, 천천히 계단을 올라 2층 서쪽에 있는 침실로 향했다. 그곳은 진안영이 살고 있는 방이다.

문을 열자 지난날의 베이지색 인테리어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거실에는 모두 조씨 집안에서 보내온 예물 장신구와 옷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정도 예물이면 충분히 체면을 세워주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조씨 집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씨 집안을 조금도 홀대하지 않았고 혼례도 매우 훌륭하게 준비해주어 진씨 집안의 체면을 제대로 세워줬다고 할 수 있다. 진안영이 시집가면 조씨 집안 식구들도 분명 그녀를 잘 대해줄 것이다. 전에 그녀도 조은혁 부부와 두 번 정도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봐도 그들이 진안영을 매우 잘 대해주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내일이면 진안영은 집을 떠나 시집을 간다.

모든 계산을 끝내고 그녀는 달빛 가운을 몸에 두른 채,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한 쌍의 용봉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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