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진의 손바닥은 건조하면서도 따뜻했다. 이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란 말인가. 아마 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게다가 조민희는 그의 법적 아내이니 굳이 그의 매력에 저항할 필요는 없다.하여 조민희는 고개를 돌린 채 멍하니 김설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그저 평범한 말을 한 것일 뿐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 말은 조민희에게 있어 결코 평범한 말이 아니다.호텔 주차장까지 그녀는 계속하여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차가 멈춰서고 조민희는 마침내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도착했어요?”별생각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지만 김설진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는 그녀의 손등에 손을 포개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오는 길 내내 봐놓고 벌써 가게요?”미처 반응하지 못한 조민희가 의아해하며 그를 불렀다.“설진 씨?”그러나 남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그리고 작은 소리와 함께 의자 등받이가 30도나 쓰러지더니 순식간에 수치스러운 자세가 되었다.조민희의 몸에 걸쳐진 코트도 훌렁 벗겨졌다.두 사람의 몸이 한 공간에 찰싹 달라붙고 조민희도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뜻밖에도 김설진을 쳐다보자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누르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붙도록 힘을 주었다...이윽고 김설진은 그녀의 가냘픈 목에 입을 맞추며 숨을 헐떡이더니 잠시 후 그녀의 귀밑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그렇게 쳐다보는데 어떤 남자가 견딜 수 있겠어요?”조민희는 마냥 인사불성인 여인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뽀뽀해 드릴까요?”반은 설렘이고 반은 그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말이었다.가까이 다가가기만 했을 뿐 아직 키스를 한 것도 아닌데 김설진의 굵은 목젖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더없이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조민희는 가늘고 흰 손가락을 뻗어 김설진의 그곳을
그 순간 김설진은 당혹스럽다. 심은하라는 이름은 그의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평생 다시 연락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그녀의 이름이 틀림없었다. 김설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민희는 몽롱한 눈빛으로 김설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진 씨,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김설진은 전화를 꺼버리고 고개를 숙여 민희와 입 맞췄다. 그가 너무 깊게 입 맞추는 바람에 민희는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의 가녀린 팔은 김설진의 등을 쓰다듬었고 ㅇ여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김설진 씨." 그제야 김설진은 동작을 부드럽게 하였고 그의 우수깊은 눈빛은 민희를 사로잡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 섹시했다. 그 모습에 민희는 가슴이 요동쳤고 그의 목을 먼저 감싸주고 입을 맞추었다. 그때 베개 곁에 놓은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김설진은 핸드폰을 카펫 위로 던져버렸지만 핸드폰은 여전히 울렸다. 민희는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줍고 싶었지만 김설진에 의해 두 팔이 묶여 움직이지 못했다. 민희는 김설진이 움직임이 아까와 달리 미묘하게 거칠어짐을 느꼈다. ...정사가 끝난 후 민희는 잠에 들었다. 침실 안은 정사 후의 냄새가 풍겼고 카펫 위에는 남녀가 벗어놓은 옷들이 쌓여 있었다. 김설진은 청결을 중요시했기에 잠시 쉬다가 하얀색 가운을 몸에 걸치고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쌓인 옷들을 하나하나 접어서 소파 위에 놓았다. 민희가 스위트룸 문 앞에 떨군 서류도 그는 정리하여 침대맡에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설진은 핸드폰을 주웠다. 6개의 부재중 전화가 한 사람에게서 걸려 왔다. 심은하였다. 김설진은 핸드폰을 쥐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와인을 1잔 따르고 창가에 선 채로 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심은하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해, 김설진은 아직 성공하지 않은 남자였지만 심은하는 그에게 많
그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심은하는 김설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를 바라본 순간 그녀의 눈에 미련과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빨리 감정을 숨기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설진아, 오랜만이야." 깊은 밤 김설진은 검은색 코트를 입었다. 그 옷은 민희가 입었던 옷이었다. 김설진은 코트를 벗어 의자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았고 심은하는 예민하게 그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요염하게 물었다. "설진아,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김설진은 자리에 앉아 직원을 불렀다. "똑같은 걸로 한 잔 주세요." 직원은 그를 알아보았다. 호텔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설진이 와이프와 함께 호텔에 묻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 직원은 김설진의 얼굴을 쳐다보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김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김설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인 후 천천히 빨아당겼다.그리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심은하에게 고개를 돌렸다."이제 와서 방해했냐고 물어보는 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말해봐, 무슨 일이야." 심은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설진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원래도 김설진은 꽤 잘난 얼굴이었고 지금 재부까지 더해져 귀티가 났다. 심은하는 김설진을 사랑했었다.몇 년 동안 그녀의 주위에는 항상 남자들로 넘쳐났고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많은 애를 썼다. 하지만 김설진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항상상 중요한 존재였다.김설진은 강단이 있는 남자였다.그때 당시 그녀와 헤어지자고 한 후 한치의 미련도 없이 헤어졌다. 하지만 심은하는 항상 그가 성공을 이룬 후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건 자신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조범진이 심은하를 찾아왔다. 그녀는 김설진이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민희는 그저 여자 친구인 줄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김설진의 아내의 자리는 자신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은하는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희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김설진과 그를 안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민희는 어렵지 않게 알아챘다. 오늘 밤 계속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아마 눈앞의 여자일 것이다. 김설진은 전화를 받지 않고 따로 그녀를 만나려고 내려온 것이다. 그들은 연인 사이인 것인가?민희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때에 침착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김설진의 설명을 듣지 않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지금 김설진과 그 옆에 있는 여자를 보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천천히 닫혔다. "민희 씨!" 김설진이 온몸의 힘을 써 심은한를 밀치고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다시 열렸다. 김설진은 민희의 손을 붙잡으며 설명하려고 했지만 민희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 구석으로 피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믿어서는 안 될 사람을 믿었다."민희 씨, 내 얘기 좀 들어봐요."김설진은 그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그의 품 안에서 더욱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를 거부하며 발버둥을 치다가 그의 어깨를 물었다. 너무 세게 물었는지 어깨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김설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민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빛은 밤하늘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김설진에게 민희는 성숙한 여자이기도 하면서 어린아이이기도 했다. 그들은 살아온 환경이 달랐다. 김설진은 사업을 하면서 많은 더러운 수법도 보았고 목적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달리 민희는 깨끗하고 순수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아꼈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묶는 호텔룸 층수에 도착했다. 김설진은 그녀를 안아 룸 안으로 들어갔고 문이 닫히자마자 민희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짐이 많지 않았
그날 밤, 몇 번의 관계로 민희는 이미 탈진 상태였다. 그녀는 아무런 힘이 남아나지 않았다. 2년이나 금욕생활을 한 남자를 견뎌내며 한마디도 뱉을 수 없었다. "말 들어요, 나를 자기라고 부르면 당신을 놓아줄게요." 김설진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민희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녀의 모습은 청순하고도 육감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김설진은 멈출 수 없었다. 마침내 민희는 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맺혔고 그녀는 김설진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흐느꼈다. "자기야." 말을 마치고 그녀는 너무 부끄러워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김설진은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임을 지속하지 않고 민희와 피부를 맞댄채 포옹을 했다. 그들의 심장 소리는 합해져 더욱 크게 느껴졌고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김설진은 연속 민희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엔 사랑이 담겨 있었다김설진은 나이가 어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열정이 넘치던 어린 나이를 지나 지금은 어엿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민희는 그런 그에게서 사랑을 발굴해 내는 능력이 있었다. 김설진은 민희를 자신의 아내로만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 민희희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렇게 평생 동안 말이다. 앞으로 그는 민희와 함께할 것이다. 김설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입 맞추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직도 화났어요?" 민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김설진은 민희를 안아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팍에 엎드리게 하고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어주었다. 김설진은 침대에 몸을 기대였고 품 안엔 민희의 작은 얼굴이 있었다. 그는 낮게 물었다. "민희 씨, 결혼 전에 여자 친구가 있었단 사실은 인정해요. 심은하는 그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일이었고 지금은 아무 사이
부모님을 만난다고? 민희는 조금 의외였다.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귓가에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진아, 우리 또 만났네." 김설진과 민희가 함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은하가 배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채 검은 머리카락이 가녀린 허리까지 내려온 그 모습은 너무 육감적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이런 복장으로 나타난 건 조금 저렴해 보였다. 김설진은 그녀에게 더 이상 눈길을 두지 않고 담백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냉담한 태도에도 심은하는 풀이 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물었다. "설진아, 여기 같이 앉아도 돼?" 민희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김설진은 햄 하나를 민희에게 건네주고 난 뒤 심은하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투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래도 되지. 우리는 다 먹고 일어날 거야."심은하는 자리에 앉으며 지갑을 내려놓았다. 심은하는 김설진이 자신을 위해 음식을 가져다 줄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여자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한참이나 기다려도 김설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검은 웨이브 머리카락을 만지며 요염하게 물었다. "설진아, 내가 오늘 하이힐을 신어서 불편한데. 아침 나한테 가져다 주면 안 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잊지 않았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민희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민희도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심은하는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김설진을 유혹하고 있었다.민희는 나서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김설진의 과거 애인이었고 지금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그가 명확하게 말했기 때문이다.그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민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김설진은 민희를 힐끗 보고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미안. 와이프가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심은하는 민희에게 눈길을 돌렸다. "민희 씨가 그렇게 속이 좁은 건 아니죠? 나랑 설진은 과거에 연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깨끗해요
심은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설진이 민희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 우리 먼저 가봐야겠어." "설진아." 심은한는 재빨리 그를 따라가 체면도 차리지 않고 붙잡았다. "설진아, 내 말 좀 들어줘. 나 갈 곳이 없어서 너한테 이러는 것 아니야." "과거에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어. 만약 그 기회가 나한테 주어졌다면 내가 만약 너랑 함께..." 그녀는 김설진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기회를 달라고 구걸했다. 김설진은 심은하의 가녀린 손가락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며 작게 말했다. "은하야, 그건 네 선택이니까 너를 탓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헤어졌어야만 했어." "지금 우리는 가능성이 없어." 심은하는 울먹거리며 물었다. "설진아, 너는 날 사랑했던 적 있어?" 그녀는 정말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 김설진의 아내인 민희가 이곳에 있는데도 이런 물음을 물어보다니.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빛 아래서 김설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과거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분노로 일렁거렸다. 그 당시 심은하의 배신은 그에게 많은 타격을 주었다. 그도 수많은 밤을 술로 지새웠고 심은하를 잊기 위해서 많은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지나간 일이다.김설진이 성공을 이루자 많은 여자들이 그를 따라다녔고 여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민희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심은하는 김설진의 인생에서 이미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걸려 온 그녀의 전화에 놀랐을 뿐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때 김설진의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그건 그의 어머니였다. 김설진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 조금 있다가 민희 씨랑 같이 갈게요." 대학교 교수인 서연은 평범한 엄마와 다를 게 없이 아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매번 올 때마다 집에 오지 않고 호텔로 드나드는 거니? 그리고 나 몰래 이미 결혼한지 2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집에 데려오지 않고 뭐 하는 거니? 오늘 집
민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김설진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희 씨, 나는 결혼한 순간부터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어요. 그날 밤은 절대 의외가 아니에요. 내가 사전에 준비한 거라고요." 민희는 숨이 멎어와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나는 알아채지 못했어요. 당신은 좀 변태 같았어요." 그는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민희는 당시의 화끈거리는 장면이 저절로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김설진은 그런 그녀를 품에 안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안나가 사전에 준비한 선물이 들려 있었다. 민희가 처음 그의 집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선물인 셈이었다. 안나가 준비한 선물은 모두 김설진의 부모가 좋아하는 물건들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김설진의 서연은 그들을 환영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민희를 반갑게 맞았다. "빨리 와서 앉아. 어떤 과일 좋아해? 엄마가 가져올게."그녀의 말에 민희는 조금 쑥스러웠다. 서연은 밝은 표정으로 민희를 맞이했다. 어여쁜 며느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결혼한 지 2년이나 되었는데 아줌마라고 하면 안 되지. 우리 점심에는 집에서 간단히 먹고 오후에 엄마랑 같이 나가자. 설진이 평소에 일이 많아서 소홀히 대했을 거야. 이 연약한 몸 좀 봐. 다 설진이 탓이야." 김설진은 조금 억울하여 자신의 외투에서 카드를 꺼내 민희에게 건네주었다. "카드 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에요." 민희는 함부로 받을 수 없었다. 김설진은 다시 그녀를 불렀다. "민희 씨." 민희는 그제야 그 카드를 자신의 가방에 넣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후에 엄마랑 같이 나가서 쇼핑 좀 해요." 그녀를 보는 김설진의 눈빛엔 꿀이 떨어졌다. 서연과 김영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아들이 35살이나 되어 결혼은 이제 꿈도 못 꿀 줄 알았으나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데려오다니. 그들은 너무 기뻤다. 게다가 김설진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