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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조은혁은 맞은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담뱃갑을 꺼내 담배 두 개비를 털어내어 조진범에게 한 개비를 던졌다.

“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 담배 피우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조진범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조은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신나게 몇 모금 빨더니 이내 입안에서 연한 파란색 연기를 토해냈다. 희미한 담배 연기가 두 사람 주위를 맴돌며 모든 것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몽롱한 분위기 속에서 조은혁이 쓸쓸하게 입을 열었다.

“단념하지 않은 거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냐. 민희는 이미 김설진이 데려갔는데. 그들은 이미 합법적인 부부야. 네가 아무리 민희를 좋아하고 고집을 부려도 소용없어... 하물며 그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야. 무려 김설진이라고. 진범아, 과거는 이제 잊거라. 민희를 놓아주는 것은 너 자신을 놓아주는 거니까.”

“고승아가 싫으면 집에서 더 신경 써서 찾아볼게. 사실 아빠는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 진응영이 마음에 든다. 똑똑하고 유능하며 얼굴도 예쁘고 얼마나 좋아. 그리고 둘째 아가씨인 진안영은 조금 멍청한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성격이 순종적이어서 별다른 소란은 없을 거야.”

...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조진범도 잇따라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셨다. 그는 선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진범은 아직도 조민희에게 단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이혼하고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조은혁이 의심하는 건 싫었기에 훤칠한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진은영이면 그냥 또 다른 고승아 아닙니까? 아버지, 저는 강한 여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꼭 만나야 한다면 차라리 진안영이 낫겠네요. 방금도 진안영이 훨씬 착하다면서요.”

그러자 조은혁이 의심스러운 듯 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설마 민희 대체품을 찾으려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조진범은 몸을 기울여 귀공자의 모습으로 담뱃불을 껐다.

“저는 그저 좀 얌전한 성격이 좋아서 그래요. 아버지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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