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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차 유리창 너머로 김설진은 레스토랑 이름을 보고 밥 먹으러 온 적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똑똑한 남자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차가 멈춰서고 아내를 바라보자 뜻밖에도 그녀의 두 눈은 촉촉이 젖어있었다.

“이 가게가 당신에게는 특별한가 봐요.”

조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이런 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차 손잡이를 쥐며 바라본 김설진의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때 아빠가 항상 저를 데리고 와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었어요.”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 세월은 조민희에게 있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시간이다. 물론 가족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조진범과 미래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B시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김설진의 사업 중심은 해외에 있다.

하여 조민희는 조금 걱정되었다.

그리고 김설진 역시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맞혔다.

그는 훤칠하고 예쁜 손가락으로 핸들을 매만지며 빙긋 웃어 보였다

“제 부모님도 모두 국내에 계세요. 마침 B시에 계셔서 매년 두 달씩 시간을 내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죠. 그러니 사모님, 이미 지난 2년 동안 결석하셨어요.”

...

“설진 씨 부모님도 B시에 계셔요?”

“네, 그분들은 B대 교수님이신데 지금은 퇴직하셨어요. 나중에 집에 가서 인사드려요... 그분들은 아직 제가 결혼하는 걸 모르고 계시거든요.”

“...”

이윽고 김설진은 아무렇게나 말을 찾아 물었다.

“그렇다면 저 언제 집에 데리고 갈 거예요?”

김설진의 눈빛을 들여다보니 그는 매우 진지하지만 또 한없이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민희 씨, 난 당신과 반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주변 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그 과정을 거쳐야 해요. 게다가 2년 전 결혼식은 너무 어설펐잖아요... 여자분들은 모두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순간 조민희는 코가 찡해 났다.

어떤 여자가 신중한 대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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