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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입에서 달콤한 피비린내가 났다.

이윽고 투명한 유리 위에 붉은 선혈이 흩뿌려졌다.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한 이 비서가 아연실색하며 달려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조진범은 복부를 감싸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한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이 비서는 여러 해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조진범이 필사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아파 났다. 하여 그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그를 나무랐다.

“괜찮다니요. 지난번에 의사 선생님께서 분명 더 이상 이렇게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무리하면 결국...”

뒷말은 생략했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결국,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 조민희를 잃었다면 이 모든 게 더 이상 의미가 있을까?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탄 이 비서는 즉시 운전 기사에게 YS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한편, 뒷좌석에 앉은 조진범은 복부를 가린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가 흔들리고 그는 줄곧 차창 밖을 바라보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차가 한 유원지를 지나갈 때 공중에 멈춰버린 관람차에 다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서일을 떠올렸다.

그해 설날 서일의 거리에서도 이렇게 관람 차를 바라보며 구경했었다.

조민희는 그와 만나지 않기 위해 꼭꼭 숨어버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익숙하지만 날카로운 아픔이 떠올랐다.

“민희가 계속 돌아오지 않는 것은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자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내가 민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렇다면 민희가 이혼을 거부하는 것도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대표님.”

이 비서는 차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아마 그가 정말로 묻고 싶었던 상대는 그가 한때 저버렸던 그 여자일지도 모른다...

조진범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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