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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입구에서 조진범이 이 비서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이 비서는 계속 우물쭈물하며 쉽사리 말을 하지 못했다.

하여 조진범은 곧바로 그녀가 조민희를 찾아갔음을 짐작하고 차에서 내려 운전 기사에게 조민희의 아파트로 가라고 분부했다. 조민희는 낮에 그림을 그릴 때 틀림없이 그녀의 아파트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같은 시각, 유이안은 어린 간호사에게 정리할 것을 분부하고는 흰 가운의 주머니에 손을 꽂고 검사실을 나서서 입원실 건물로 향했다. 이틀 전에 중증 아이를 맡게 되어 지금 시간이 나 방문하러 갈 예정이다.

입원 병동의 어린이 구역은 걱정하는 어른과 겁에 질린 아이, 그리고 공기 중에 물씬 풍기는 약물 냄새로 불쾌함을 더해주었다.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인가 보다.

유이안이 지나가는 곳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어주곤 한다.

곧이어 병실에 도착한 유이안이 그 아이의 상태를 봐주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여 그녀는 간호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해주고 링거 약물에 단백질을 추가해달라고 분부했지만 어린 간호사는 왜인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유이안이 처방을 내라며 물었다.

그러자 어린 간호사가 다가오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아이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요. 아버지가 건설현장에 다니는데 며칠 전에 다리가 부러져 쉬고 계시고 엄마는 정규직이 아니라 고정 수입이 없어요. 그러니 40만 원에 하나인 단백질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유이안은 처방전을 내려다보며 줄을 그으려다 결국 간호사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그래도 추가하세요. 그리고 아이의 병상 번호를 저에게 보내주세요. 제가 가서 병원비를 좀 미리 지급해놓을게요. 참, VIP룸이 남으면 바꿔주세요. 아버님 몸이 안 좋으니 어머님이 같이 보살펴주도록 하게요.”

그러자 유이안을 향한 어린 간호사의 눈에 약간의 숭배심이 떠올랐다.

“이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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