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051 - 챕터 1060

1192 챕터

제1051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조은혁은 미처 막을 겨를도 없었다.그는 이를 꽉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조우현! 넌 동생 갖고 싶지 않아?”그러자 조우현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잽싸게 도망쳐버렸다.저 멀리 도망가버린 조우현을 바라보며 조은혁은 그대로 박연희의 옆에 누웠다.그는 박연희를 품속으로 끌어당겨 키스한 후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조만간 저놈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 덤벙덤벙한 게 대체 누굴 닮았는지 몰라. 그래도 진범이와 민희 같은 아이들은 키우기 마음도 편하고 힘도 덜 들어가니 많이 낳아도 문제없다니까.”한편, 박연희는 조은혁의 몸 위에 엎드려 조용히 숨을 헐떡였다.그녀는 작은 얼굴을 남편의 목덜미에 기대어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당신도 맨날 입으로는 밉다고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우현에 대한 애정도 절대 적지 않잖아요.”그 말에 조은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누워있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우현이도 연희가 10달 동안 품은 아이인데 어찌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나는 이 집안의 아이들을 하나같이 모두 좋아하고 사랑해주고 있다고.”조은혁은 이렇게 말했지만 박연희는 알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은희의 존재가 유난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가끔 밤에 잠에서 깨면 조은혁이 작은 침대 옆에 서서 묵묵히 은희를 응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버지로서의 부드러움과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깃들여진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고요한 밤,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어쩌면 은희의 성장과 그 시간이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을까.하물며 박연희는 진작에 조은혁을 용서해주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16년이 지나버렸다.김준호를 따라 귀국한 엄수지는 A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B시로 돌아와 JH그룹 본사의 부회장직을 이어받게 되었다.토요일 밤, JH그룹은 엄수지를 위해 환영회를 열었고 같은 시각, 조은혁은 엄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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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B시 조씨 가문 별장.조은혁은 전화를 끊고 화가 치밀어 올라 끙끙거렸다.드레스룸에 있던 박연희는 진주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방금까지 신나게 전화해놓고 왜 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어요? 또 진범이 때문이에요?”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화가 반쯤 풀린 조은혁은 드레스룸에 들어가 두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강아지가 된 듯 아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날 이렇게 화나게 하는 놈이 또 누가 있겠어? 지금 소꿉친구한테 반했다고 하잖아. 그냥 나 열 받게 하는 거라니까.”그러자 박연희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여 남편의 두 손을 부드럽게 꼭 잡아주었다.“2년 전에는 진범이도 아직 젊으니 한창 뛰어다녀야 한다 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단련시키려고 하와이에 보냈던 거고요. 사업을 잘해오니 또 애를 낳아야 한다며 다그치고... 은혁 씨 너무 이중적인 아빠 아니에요? 당신은 심지어 저 나이에 꽃밭에서 한껏 즐겼잖아요. 설마 진범이도 바람둥이로 키우고 싶어요?”...조은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아내의 목을 살짝 움켜쥐며 중얼거렸다.“그때 난 감옥에 있었는데 웬 꽃밭...”박연희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진범이도 민희 데려오겠죠? 요 몇 년 동안 항상 붙어 다녔잖아요. 얼마나 아꼈으면 Y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조차도 민희를 데리고 갔겠어요. 정말 보기 힘든 좋은 오빠라니까요. 그러니까 진범이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마요.”이른 아침, 조은혁은 아내를 껴안고 의기소침해져 계속하여 투덜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성욕이 불타올라 당장이라도 박연희를 덮치려고 하던 그때, 1층 정원에서 승용차 소리가 들려오더니 약 2분이 지난 후, 차는 다시 별장을 떠났다. 박연희가 조은혁을 툭툭 밀어내며 말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세요, 누가 왔는지.”이에 조은혁은 할 수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살펴야 했다.그는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갔다.1층에서 고용인들은 한창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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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박연희는 또 특별히 신경 써 국내 최고의 밴드와 미슐랭 제빵사를 초대했고 샴페인도 가장 좋고 가장 비싼 것을 꺼내주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 내내 저택 안에는 상당히 좋은 분위기가 지속되었다.한편, 조은혁은 엄수지를 데리고 다니며 그녀를 그룹의 고위층에게 직접 소개해주었다.한 해가 지나니 엄수지는 전보다도 훨씬 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하이볼을 손에 쥔 채 한 바퀴를 쭉 훑어보고는 조은혁에게 물었다.“진범이는요? 왜 안 보이죠?”조은혁 역시 이리저리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이 녀석은 워낙 접대하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죠. 엊그제서야 애 엄마와 얘기했는데 26살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여자친구를 찾지 않고 있다니까요... 오늘 밤에는 연희가 특별히 고씨 집안의 보배까지 초대했다고 하니 그 여자의 자태와 능력이라면 아마 진범이 이 녀석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네요.”그러자 엄수지도 빙그레 웃으며 맞장구쳤다.“고씨 집안의 아가씨라면 확실히 훌륭한 분이시지요.”때마침 박연희가 다가왔고 엄수지와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은혁은 그 틈에 조진범을 찾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별장 3층.동향으로 된 큰 방은 장남 조진범이 지내고 있는 방인데 무려 65평에 달하는, 모든 시설이 완비된 공간이었다... 방 가장 안쪽에 있는 침실, 짙은 검은색의 가구들, 그리고 짙은 검은색의 실크 시트와 이불까지.밤은 고요하고 등불은 어딘가 싸늘하게 느껴졌다.어두운 침대 위에는 얇은 몸매를 드러낸 여인이 누워있었는데 사무엘 시란스크의 누드톤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어 유난히 가녀려 보이는 자태와 뽀얀 피부를 자랑했다.조민희는 샴페인 반 잔을 마시고 이미 취해버렸다.그리고 조진범은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 틈을 타 재빨리 그녀를 침실로 데리고 와 보살펴 주었다. 집에서는 줄곧 자제해왔지만 아마 술을 마신 탓인지 오늘따라 견디기 힘들었다.곧이어 조진범이 민희와 깍지를 끼고 침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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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사실 애초에 그들은 정당한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집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조진범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반드시 합격한 그룹의 후계자를 낳아야 하며 조진범의 아내는 반드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그러나 조민희는 아름다움 외에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조민희는 학교에 거의 다니지 않았다. 그 후, 조진범은 그녀를 영국에 데려가 원하는 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 조진범은 틈틈이 그녀와 함께 스케치를 완성하고 전 세계의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아직 세상 물정에 어두울 나이에 그녀의 몸을 차지해 버렸다.그해 조민희는 20살로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그리고 그날 밤, 조민희는 매우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조진범의 목을 꽉 끌어안고 계속 오빠라고 부르며 애원하기도 했다. 조민희는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기에 이 고통은 분명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여 오빠가 자신을 벌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그러나 조진범도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나중에는 조진범이 옷을 벗으면 그저 순순히 눈을 감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였다.그때는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마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반년 동안 생리 중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밤 그녀의 몸을 차지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적어도 네다섯 번은 관계를 맺곤 했다.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을 겪고 나서야 조민희는 비로소 여자의 즐거움을 맛보았다.하와이에서 지낼 때 두 사람은 정말 부부처럼 지냈고 아무도 그 비밀을 알지 못했다.그러나 조진범은 조민희와 결혼할 수 없다.더욱이 그녀를 임신시킬 수도 없다.하여 조진범은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었고 조민희에게도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조진범은 조민희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고 오직 조진범만을 바라보는 바보도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멍하니 조민희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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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진범아,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아.”...조진범은 그 말을 듣기 불편했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안에서 굴러다니던 금색 라이터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그는 주황색 불꽃을 내려다보며 무심히 말했다.“아버지, 저는 오히려 아버지께서 젊지 않으시니 어머니와 3년 동안 둘이나 가질 정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조진범.”화가 치밀어 오른 조은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그러자 조진범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전 안 보겠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요.”말을 마치고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조은혁이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상한 낌새에 참지 못하고 돌아섰다.“이상하다... 진범이 오늘 비서를 데려오지 않은 것 같은데.”그럼 분명 저녁 식사 때 꼬신 여자로구나.정말 청춘이 따로 없네....1층 연회는 여기저기 술잔이 부딪치며 분위기가 매우 유쾌했다.그리고 조진범도 고승아를 만나게 되었다.사실 조진범은 예전부터 고승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Y국에서 동문이자 아시아권 양대 유명인사였다. 다만 조진범은 휴가 때마다 조민희와 함께 있던 탓에 이 승아 아가씨와 많이 접촉하지 못했고 단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인연일 뿐이다.귀국 후 조진범은 계속 하와이에 있었으니 고승아와의 접점이 더더욱 없었다.밤이 점점 깊어져 갔다.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고승아는 가느다란 금색 리본이 목라인에 감겨 있고 더욱 아름답고 풍채가 좋았다. 그녀는 조진범을 보더니 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매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다.“진범 씨.”몇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사이치고 매우 친밀한 호칭이었다.“안녕하십니까, 고 대표님.”일부러 선을 긋는 조진범의 모습에 고승아는 약간 화가 났지만 자신의 신분에 맞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확실히 학식과 말솜씨가 뛰어나니 조진범처럼 시중을 들기 어려운 사람이라도 미소를 짓게 했다.옆에서 묵묵히 귀를 기울이던 어른들은 곧바로 분위기를 눈치를 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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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그러자 조진범도 다시 시선을 고승아에게 옮기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그냥 사업장에서 만난 비즈니스 관계야.”조민희가 눈꺼풀을 내리 드리웠다.풋풋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모습에 세속적인 냄새가 전혀 묻어나지 않은 그녀지만 조민희 역시 이제 스물다섯이다... 그녀도 서서히 세상 물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고승아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잔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밝고 대범하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이런 여인이 갑자기 조진범의 옆에 나타났다는 것은 곧 그녀가 오늘 밤 조진범의 소개팅 상대라는 것이다.“그래?”조진범이 막, 말을 하려던 참에, 오늘의 연회 무도회가 시작되고 웨이터가 다가와 그에게 가서 춤을 추라고 청했다.그러자 조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아직 조민희와의 얘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밤은 엄연히 엄수지를 위해 마련한 큰 이벤트이다. 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조민희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춤 한 곡 추면 금방 돌아올게.”그러나 조민희는 모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구걸이라도 하는 듯 비굴한 목소리로 불쑥 물었다.“우리 영원히 공개할 수 없는 거지? 영원히 햇빛 아래서 당당하게 손잡고 함께 할 수 없는 거지? 평생 하와이에 숨어 살 거지?”코끝이 붉게 달아오르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러자 조진범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익숙하게 그녀의 작은 코를 살살 긁어주며 답했다.“그럴 리가? 맨날 옆에 있어 주잖아. 착하지? 말 듣자.”...이런 자리는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기에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없는 노릇이다.조진범은 곧 고개를 돌려 떠났다.그가 향한 곳은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시끌벅적한 또 다른 세상을 이루었다.그러나 조민희는 어두운 그 자리에 머물러 늘씬한 조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풋풋함에서 성숙해지기까지 그들의 모든 이별을 떠올렸다.“민희야, 여기서 기다려.”“30분만 갔다 올게. 30분이 지나면 돌아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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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3층을 올려다보니 화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그리고 조민희는 화실 안에 있었다.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종일 화실에 숨어 스스로를 가두곤 했었다.조진범이 막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사람들에게 발목이 잡혀버렸다. 연회가 끝나고 조씨 집안의 가족들과 옛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다. 엄수지는 특별히 조민희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조민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자 이를 눈치챈 박연희가 미소를 머금고 설명해주었다.“피곤하다고 먼저 올라가서 쉬겠대요.”엄수지는 워낙 조민희를 아껴주는지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제가 늙은 한의사 한 분을 알고 있는데 사람 몸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숙하신 분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민희를 데리고 가서 한번 봐야겠어요.”그러자 박연희가 매우 기뻐하며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엄수지는 아는 정보를 탈탈 털어 모두 알려주었다.한편, 곁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조진범이 바지통을 툭툭 두드리며 무심코 말을 꺼냈다.“제가 올라가 볼게요.”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우현이 뜬금없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냐, 형. 내가 갈게.”조진범은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8살이나 어린 남동생을 올려다보았다. 귀하고 서늘한 눈빛에는 그를 심판하려는 뜻이 가득했다. 잠시 후, 조진범이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너 논문은 다 썼어? 가을에 보름 동안 그룹 인턴으로 일해야 하는 거로 기억하는데 자료는 다 준비했고?”조우현은 188cm나 되는 큰 키에 건장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핏줄의 제압하에 조우현은 더 이상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렇게 조진범은 우아하게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그의 고귀하고 바른 뒤태를 바라보는 조은혁 부부는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었다. 오늘 밤 장남에게 고씨 가문의 딸을 소개해주었지만 진범이는 누가 봐도 그쪽에 관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상대방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손님을 배웅하는 데에는 더욱 정성을 쏟지 않았다.정말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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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불꽃놀이가 끝난 후.조은희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 2층의 서재 문을 열고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서재 안에는 조은혁이 묵묵히 앉아있었다.그는 가죽 의자에 기대어 월간 재무 보고서를 보고 있었는데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막내딸이라고 추측하고는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네 둘째 언니는 괜찮대?”조은희는 작은 손을 등에 업고 조은혁의 뒤로 가더니 아빠의 목을 꽉 껴안고 애교를 부려댔다.평범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사실 그녀의 머릿속은 충격 그 자체였다.큰오빠와 둘째 언니가 키스하고 있었다.비록 둘째 언니는 입양한 딸이지만 충격적인 건 어쩔 수 없었다... 조은희는 친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며 부모님은 이 사실을 모르시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우현은 누가 봐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조은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꾀가 많았다.“큰오빠가 둘째 언니를 화나게 한 것 같아요. 제가 들어갔을 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상대해주지 않더라고요. 아빠, 아무래도 오늘 밤 고승아 씨 일 때문인 것 같아요.”이건 명백한 암시였다.하지만 조은혁은 알아채지 못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둘이 싸웠다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항상 함께 있었는데 진범이 이놈은 자기 여동생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냐.”“지금은 풀린 것 같더라고요.”그러자 조은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다.”눈치가 없는 아버지에 조은희는 참지 못하고 다른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여 그녀는 더 이상 암시하지 않았다.혹시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 조민희가 이 집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까 봐 감히 비밀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큰오빠가 둘째 언니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둘째 언니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실망하게 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둘째 언니를 위해 이 사랑을 쟁취하고 싶었다.그러자 조은희는 다시 조은혁의 목을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오빠 성격을 봐요. 이렇게 난폭한데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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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밤이 깊어 오고 조은혁은 침실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마침 욕실에서 나온 박연희는 화장대 앞에 앉더니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이번 파스는 잘 사용하고 계세요? 맞으면 나중에 병원에 가서 좀 더 받아오게.”조은혁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아내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잡으며 답했다.“좋대. 밤에도 아프지 않고.”“그럼 됐어요.”박연희는 손바닥에 에센스를 몇 방울 짜고 얼굴에 바르며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다.“진범이 결혼은 일정에 있지만 민희도 이제 나이가 어린 편이 아니에요. 오늘 밤 은화 사모님께서 그러시는데 사모님 조카분이 전에 민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대요. 상대방도 예술을 전공하고 있고 집안 형편도 매우 넉넉하니 전 괜찮다고 봐요... 모든 면에서 적합하던데요.”그러자 조은혁은 아내를 놔주고 침대에 눕더니 두 손을 머리 뒤로 베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내일 아침 아이와 이야기해봐. 민희는 워낙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결혼은 당신이 신경 많이 쓰겠네.”박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그녀는 관리를 마치고 침대 위에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조은혁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박연희는 천천히 다가가 조은혁의 품에 안겼고 두 사람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껴안은 채 복잡한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연희야, 애들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커버렸어. 진범이와 민희도 이제 혼담을 얘기할 나이가 되었고 우현과 은희도 곧 유학 갈 거잖아.”말을 이어가며 조은혁이 아내를 내려다보았다.이번 생에 그는 박연희를 만나게 된 것에 매우 만족했다.하지만 이걸로 완전히 만족할 순 없었다. 적어도 5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아이들이 모두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연희를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할 것이다.밤은 고요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한 몸이 되었다....이른 아침.온 가족이 나란히 앉아 식사를 즐겼다.집에 고용인이 있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데 익숙한 박연희는 조민희에게 우유를 따라주면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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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고 말았다.그리고 조민희는 그런 조진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온 가족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으니 최대한 자제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추태를 부리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이 너무 난감해지고 말 것이다.잠시 후, 조민희는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말했다.“B시에서도 사업을 키울 수 있어요. 제집이 B시에 있는데 평생 하와이에 머물 수는 없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조진범도 조민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갑자기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저 멀리 현관에서 들려왔다.“회사에 가는 길에 민희를 전시회에 데려다줄게요.”식탁 앞.조민희는 여전히 묵묵히 샌드위치 한 조각을 물어뜯었다.그러자 박연희가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뭐라고 하든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B시도 발전이 빨라서 하와이 못지않아... 게다가 집에서 우리가 널 돌봐줄 건데 뭐.”조민희는 가볍게 응하고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는 남은 샌드위치를 다 먹고서야 바깥 주차장으로 걸어 나갔다.조진범은 쿨리넌을 몰고 있는데 조민희가 다가올 때 그는 자동차 시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얀 셔츠가 햇빛 아래에서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사실 그에게도 풋풋하던 시절이 있었다.6년 전의 첫날밤, 조진범은 자신을 거의 통제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이미 익숙해졌다.조민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조진범은 담뱃불을 눌러 껐다. 이윽고 몸을 기울여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 뒤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차 안은 한없이 조용했고 서로 애써 억누르는듯한 호흡은 낯설기만 했다.6년, 그들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했다.그러나 단 한 번도 이렇게 얼굴을 붉힌 적은 없었다.30분 후, 차는 시립 극장 입구에 세워졌고 조민희는 자동차 시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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