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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조민희는 그런 조진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온 가족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으니 최대한 자제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추태를 부리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이 너무 난감해지고 말 것이다.

잠시 후, 조민희는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말했다.

“B시에서도 사업을 키울 수 있어요. 제집이 B시에 있는데 평생 하와이에 머물 수는 없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

조진범도 조민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그는 갑자기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저 멀리 현관에서 들려왔다.

“회사에 가는 길에 민희를 전시회에 데려다줄게요.”

식탁 앞.

조민희는 여전히 묵묵히 샌드위치 한 조각을 물어뜯었다.

그러자 박연희가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뭐라고 하든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B시도 발전이 빨라서 하와이 못지않아... 게다가 집에서 우리가 널 돌봐줄 건데 뭐.”

조민희는 가볍게 응하고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는 남은 샌드위치를 다 먹고서야 바깥 주차장으로 걸어 나갔다.

조진범은 쿨리넌을 몰고 있는데 조민희가 다가올 때 그는 자동차 시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얀 셔츠가 햇빛 아래에서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사실 그에게도 풋풋하던 시절이 있었다.

6년 전의 첫날밤, 조진범은 자신을 거의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익숙해졌다.

조민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조진범은 담뱃불을 눌러 껐다. 이윽고 몸을 기울여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 뒤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 안은 한없이 조용했고 서로 애써 억누르는듯한 호흡은 낯설기만 했다.

6년, 그들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렇게 얼굴을 붉힌 적은 없었다.

30분 후, 차는 시립 극장 입구에 세워졌고 조민희는 자동차 시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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