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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그럼 아니야?”

조민희는 눈을 크게 뜨려 노력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어려있었다.

마침내 그들의 사이가 끝을 맺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조진범을 떠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조민희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었고 외국어도 두 개나 가능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만약 조진범이 없다면,

조민희는 스스로 이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고 탐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조민희가 고개를 들어 자신이 6년 동안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다시 그 말을 꺼냈다.

“조진범, 우리 헤어지자.”

조진범은 조민희의 위에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때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어 번 두드리더니 이윽고 박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범아, 문 열어. 나야.”

어둠 속에서 조진범과 조민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적잖이 놀란 눈빛이었다.

이곳은 분명 조민희의 침실이었음에도 박연희가 조진범의 이름을 불렀다. 조민희가 떨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엄마가 다 알아버렸어.”

이 순간만큼은 싸움이고 상처고 중요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들킨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 뿐이었다.

조진범의 눈빛은 여전히 그윽했다.

그는 계속해서 조민희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그녀의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해주고는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그 날부터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어.”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는 거야.”

“겁먹지 마!”

...

안으로 들어선 박연희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양녀의 방,

침대는 다 흐트러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남성 호르몬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조진범의 양복 상의가 자연스레 소파 등받이에 걸쳐져 있는 것이 그들의 남다른 애정 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조민희는 흰색 실크 잠옷 원피스를 입은 채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있었다.

조진범이 자신의 겉옷을 집어 들어 조민희의 어깨에 가볍게 걸쳐주었다. 그 후에도 그의 손은 그녀의 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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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3skl
조민희가 친부모 죽음 알게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조진범 마음 고생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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