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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한밤중이었지만 언제 잠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잠에서 깨보니 온몸이 뜨거웠다.

그리고 곁에 있어서는 안 될 남자가 침대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눈을 떠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남자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의 평온한 목소리에서는 폭풍전야 같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소개팅은 왜 갔던 거야?”

조민희는 남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현재의 그녀는 이미 너무 지치고 피곤했다. 가볍게 눈을 감은 조민희가 되물었다.

“왜 오빠는 되고 난 안 되는데?”

그녀의 말이 끝나자 조진범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조진범도 많이 피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진범은 레스토랑까지 가 조민희를 만났고 늦은 시간까지 그녀를 기다리며 소개팅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왜 안되냐라니...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한 밤바람도 그의 울화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그는 미간을 가볍게 문질렀다.

잠시 후, 조진범이 다시 낮게 말했다.

“민희야, 우리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이 아니었어?”

조민희는 침대에 기댄 채 두 손으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조진범의 말을 수도 없이 되뇌고 있었다.

평생을 함께한다...

멍하니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있던 조민희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됐던 게 아닐까. 애초에 유효하지 않은 약속이었던 거야.”

“그때의 조진범은 책임이 무슨 뜻인지 몰랐고 나도 약속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잖아. 그렇게 무턱대고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말해버렸던 거야.”

“6년이야! 조진범, 나 19살 때부터 너랑 같이 있었어.”

“여자 청춘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또 이대로 6년이 흘러버리면 난 서른이 넘을 거야. 오빠는 나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했지, 결혼도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6년 동안 내 의사를 물었던 적이 단 한 번은 있었어?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결혼이 하고 싶은지... 어쩌면 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었을지도 모르잖아!”

“아이가 좀 멍청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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