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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그러자 조진범도 다시 시선을 고승아에게 옮기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냥 사업장에서 만난 비즈니스 관계야.”

조민희가 눈꺼풀을 내리 드리웠다.

풋풋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모습에 세속적인 냄새가 전혀 묻어나지 않은 그녀지만 조민희 역시 이제 스물다섯이다... 그녀도 서서히 세상 물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고승아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잔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밝고 대범하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런 여인이 갑자기 조진범의 옆에 나타났다는 것은 곧 그녀가 오늘 밤 조진범의 소개팅 상대라는 것이다.

“그래?”

조진범이 막, 말을 하려던 참에, 오늘의 연회 무도회가 시작되고 웨이터가 다가와 그에게 가서 춤을 추라고 청했다.

그러자 조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조민희와의 얘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밤은 엄연히 엄수지를 위해 마련한 큰 이벤트이다. 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조민희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춤 한 곡 추면 금방 돌아올게.”

그러나 조민희는 모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구걸이라도 하는 듯 비굴한 목소리로 불쑥 물었다.

“우리 영원히 공개할 수 없는 거지? 영원히 햇빛 아래서 당당하게 손잡고 함께 할 수 없는 거지? 평생 하와이에 숨어 살 거지?”

코끝이 붉게 달아오르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자 조진범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익숙하게 그녀의 작은 코를 살살 긁어주며 답했다.

“그럴 리가? 맨날 옆에 있어 주잖아. 착하지? 말 듣자.”

...

이런 자리는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기에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진범은 곧 고개를 돌려 떠났다.

그가 향한 곳은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시끌벅적한 또 다른 세상을 이루었다.

그러나 조민희는 어두운 그 자리에 머물러 늘씬한 조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풋풋함에서 성숙해지기까지 그들의 모든 이별을 떠올렸다.

“민희야, 여기서 기다려.”

“30분만 갔다 올게. 30분이 지나면 돌아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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