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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3층을 올려다보니 화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조민희는 화실 안에 있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종일 화실에 숨어 스스로를 가두곤 했었다.

조진범이 막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사람들에게 발목이 잡혀버렸다. 연회가 끝나고 조씨 집안의 가족들과 옛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다. 엄수지는 특별히 조민희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조민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이를 눈치챈 박연희가 미소를 머금고 설명해주었다.

“피곤하다고 먼저 올라가서 쉬겠대요.”

엄수지는 워낙 조민희를 아껴주는지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제가 늙은 한의사 한 분을 알고 있는데 사람 몸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숙하신 분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민희를 데리고 가서 한번 봐야겠어요.”

그러자 박연희가 매우 기뻐하며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엄수지는 아는 정보를 탈탈 털어 모두 알려주었다.

한편, 곁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조진범이 바지통을 툭툭 두드리며 무심코 말을 꺼냈다.

“제가 올라가 볼게요.”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우현이 뜬금없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냐, 형. 내가 갈게.”

조진범은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8살이나 어린 남동생을 올려다보았다. 귀하고 서늘한 눈빛에는 그를 심판하려는 뜻이 가득했다. 잠시 후, 조진범이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너 논문은 다 썼어? 가을에 보름 동안 그룹 인턴으로 일해야 하는 거로 기억하는데 자료는 다 준비했고?”

조우현은 188cm나 되는 큰 키에 건장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핏줄의 제압하에 조우현은 더 이상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조진범은 우아하게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고귀하고 바른 뒤태를 바라보는 조은혁 부부는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었다. 오늘 밤 장남에게 고씨 가문의 딸을 소개해주었지만 진범이는 누가 봐도 그쪽에 관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상대방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손님을 배웅하는 데에는 더욱 정성을 쏟지 않았다.

정말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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