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1192 챕터

제1031화

그와 함께 한 사람은 예린이지만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사람은 엄수지이다.정은호의 아내 엄 사모님.밤이 깊어 오고 정은호는 와인 두 병을 통째로 들이붓고 나서야 마침내 반쯤 취할 수 있었다.그는 술에 취한 틈을 타 차를 몰고 엄수지가 사는 작은 양옥에 도착했는데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대문을 부수어 강제로 열었고 어두운 밤을 뒤덮은 굉음이 들려왔다.정은호는 권세가 높은지라 정말 미쳐버리면 아무도 감히 말릴 수 없다.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판 붙을 것이다.한밤중에 정은호는 약간의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가지고 엄수지의 안방으로 달려가 그녀를 이불에서 끌어냈다. 아마도 아이가 깰까 봐 걱정되어서인지 정은호는 엄수지를 욕실로 데려갔고 실크 가운만 입은 여인의 옷이 벗겨지며 희고 고운 몸이 드러났다.화들짝 놀란 엄수지가 분노어린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정은호, 당신 정말 미쳤어? 당신 곧 결혼할 몸이야. 나도 이제 남자친구가 생겼고. 당신 이러는 거 강간이야. 감옥 갈 거라고.”...크리스탈등불 아래 정은호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도 정은호는 엄수지의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정은호는 여자의 가느다란 다리를 움켜쥐었고 그의 몸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굳어있었다. 참을 생각도 없었다. 지금 당장 엄수지의 몸을 점하고 그녀가 진정으로 누구의 여인인지 똑똑하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그 순간, 엄수지가 정은호의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은호의 얼굴이 한쪽으로 쏠렸다.정은호는 천천히 얼굴을 돌려 과거의 아내를 매섭게 노려보았는데 그의 눈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는 것처럼 온통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 순간, 명예에 목숨을 거는 정은호에게 원망이라는 감정이 생겼다.그렇다. 이건 원망이다.엄수지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을 원망하고 그녀가 젊은 남자를 데려와 그의 앞에서 자랑하는 것을 원망하고... 엄수지의 마음속은 더 이상 정은호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원망했다.하지만 그의 원망은 그뿐만이
더 보기

제1032화

아마 취한 모양이다.그리고 어쩌면 너무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다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정은호는 여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수지, 넌 지금 나한테 복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지?”정은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런데 이를 어쩌나. 네가 틀렸어. 난 그저 널 보러 오는 김에 청첩장을 주러 찾아온 것 뿐이야. 난 곧 예린이와 결혼할 거든. 예린은 너와 다르게 젊고 예쁘고 영리하고 철이 들었으니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러니 내가 왜 과거에 미련을 둘 수 있겠어? 더 이상 젊지 않은 네 얼굴에 미련을 둘까, 아니면 남자 의사가 엉덩이 검사해 주는 걸 좋아하겠나... 내가 미친것도 아니고. 안 그래? 엄수지.”...엄수지는 애써 눈가에 고인 눈물을 숨기며 꿋꿋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을 아무리 사랑해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당신이 술과 여자에 미쳐 살아도 찍소리 한번 못하겠죠. 예전의 저처럼. 정은호 씨, 우리는 그래도 평화롭게 헤어진 셈인데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울 필요 없어요... 청첩장을 보내준다면 당신과 예린 씨가 백년해로하기를 축복할게요.”대범한 엄수지의 태도에 정은호는 오히려 마음이 더 답답해졌고 손을 뻗어 주머니를 한참 동안 뒤적였지만 청첩장은 찾을 수 없었다.어둠 속에서 정은호는 마지막으로 엄수지를 한 번 보았다.만약 불빛이 밝았다면, 만약 엄수지의 눈물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들 사이는 그러한 결말로 끝을 맺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약하고 그녀를 수지라고 불러주며 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줄 것이다.하지만 날은 너무 어두웠고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다년간 함께했던 마음마저 잊은 채 오직 마음속의 쾌락만 생각했다.결국, 정은호는 자리를 떴다.그는 화장실을 나와 침실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고 침실 안 경이는 여전히 편한 자세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어린 아기의 몸에 밴 젖 냄새는 성인의 마음속 건조
더 보기

제1033화

김준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당신을 찾으러 가고 싶은데 괜찮겠어요?”늦은 밤이었기에 당돌한 것은 맞았다.하지만 김준호는 엄수지가 혼자 우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엄수지는 여전히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가장 연약할 때 이렇게 포근한 말을 들으면 설렐 수밖에 없다. 하여 그녀는 별생각 없이 바로 수긍했다.김준호는 즉시 차 키를 가지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서 말을 건넸다.“전화 끊지 마요. 계속 곁에 있어 줄게요.”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 김준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운전했다.초여름의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는데 사랑의 향기였다.30분 후,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가 천천히 대문에 들어섰고 차체는 밖에 있는 검은색 벤틀리와 스쳐 지나갔다. 김준호는 정은호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정은호는 그를 보았다.한없이 고요한 깊은 밤, 운전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정은호는 작은 양옥에 불빛이 켜지고 젊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정은호는 그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차 안에 앉아 있었지만 흰 셔츠가 밤바람에 하염없이 흩날렸다...정은호는 마침내 김준호가 그를 대체하고 엄수지의 생활에 개입하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엄수지는 분명 그의 아내이다.이혼할 때, 쿨하게 손을 놓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줄곧 그녀가 돌아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음력 정월 이튿날, 엄수지가 초대장을 써서 그를 초청했을 때도 그는 속으로 분명히 기뻐하면서도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은호는 엄수지처럼 서른이 넘은 이혼녀에게 그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으리라 생각했다.정은호가 재혼하더라도 엄수지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모두 그의 착각이었다.엄수지도 정말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눈가에서 통증이 밀려왔다.눈시울도 서서히 붉어졌다......정은호는 마음속으로 뼈저리게 후회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박예린과 혼약을 발표했고 게다가
더 보기

제1034화

이윽고 그는 눈을 들자마자 한눈에 엄수지를 보게 되었다.연보라색 긴 드레스를 입고 테라스에 선 그녀는 풍만한 검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있어 밤바람에 흔들리는 장미처럼 보였다.정말 말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김준호는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비로소 허리를 굽혀 차에서 하얀 장미 한 송이를 꺼냈지만 그는 엄수지가 이 장미꽃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와 몇 달 동안 사귀면서 점점 더 사랑에 빠졌다.사귀는 커플은 항상 오그라들 정도로 애정행각을 하기 마련이다.게다가 김준호는 열정적인 연인이다. 물론 엄수지 또한 그에게 답을 해주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현재 두 사람은 모두 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오늘 밤, 엄수지는 그에게 가장 원하던 이 감정을 공개할 것이다....스카이 호텔.조은혁은 한창 사업의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어 B시에서는 모두가 그와 친해지고 싶어 안달이다. 원래는 100 테이블을 준비했는데 인원이 초과하여 120 테이블까지 억지로 추가할 정도였다... 하여 조은혁도 어떤 사람들은 만나도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리고 조우현이 받은 생일 선물을 더 말할 것도 없었다.휴게실에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박연희는 김 비서를 데리고 일일이 세어 보기 시작했다. 이 신세들은 나중에 갚아야 하므로 누가 보냈는지, 가격은 어떤지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한다.수첩은 꼬박 10여 페이지를 기록했고 모든 기록을 끝내고 박연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 비서에게 말을 건넸다.“나중에 조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이는 아직 어리니까 이렇게 크게 연회를 열 필요가 없는데 말이에요.”김 비서 역시 그녀의 말에 찬성했다.이윽고 박연희는 공책을 덮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은혁 씨도 그저 아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매일 집에 돌아오면 튼튼이, 튼튼이라고 부르는데... 우현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더 보기

제1035화

박연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기대어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았다.그때, 폭죽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화려한 불꽃이 활짝 피어올랐다.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빛은 눈부시게 찬란했다.박연희는 마음속으로 슬픔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녀의 곁에는 조은혁이 지켜주고 있다. 내년에도 꽃은 필 것이라고 말해주고 또 매년 그녀와 함께 다양한 명절과 아이들의 모든 생일을 함께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할 것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그들은 창가에 기대어 함께 불꽃놀이를 감상했는데 짧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한참이 지나 문 앞에서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연회 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 이제 대표님과 사모님께서 우현 도련님을 데리고 귀빈들을 만나 뵙기만 하면 됩니다.”김 비서의 말에 조은혁이 고개를 숙이자 박연희의 눈가에 아직 촉촉이 남아있는 눈물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하여 조은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연희 넌 간단히 준비하고 있어. 내가 우현이 데리고 나올게.”박연희도 가볍게 응했다.조은혁은 입구로 가 우현이를 안아 들었고 박연희가 마음을 추스른 후 한 손으로 아들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아내의 손을 잡은 채 연회장 쪽으로 걸어갔다.붉은 카펫이 마치 꽃길처럼 그들의 앞길을 장식해주었다....연회장은 순식간에 들끓어 올랐고 엄수지와 정은호는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심지어 두 사람 모두 새로운 배우자를 데려왔고 그 장면은 그야말로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물론 가장 반전인 것은 박예린이 김준한에게 구애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김준한은 집안이 국경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집안 형편이 매우 좋은 편이다. 언니 김진희도 연예계에서 손에 꼽히는 대스타이고 김준한은 젊고 유능한 건축가이다. 하여 당시 예린이 반년 넘게 그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지만 김준호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그런데 그랬던 김준한이 지금은 웬 늙은 여자와 사귀게 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은호가 조건이 좋은 사람인 건
더 보기

제1036화

그와 예린은 한동안 보지 못했고관계도 맺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요염한 약혼녀를 보고도 흥미가 돌지 않았고 머릿속에 온통 엄수지가 김준호의 어깨에 기댄 모습만 떠올랐다. 그는 심지어 그들이 지금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상상까지 했다. 그런 상상만 해도 정은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린은 샤워 가운을 몸에 두른 채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마음이 아팠지만 정은호와 충돌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여자로서의 육감이었다.정은호의 마음속에 엄수지가 있었다. 정은호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그녀는 참아야만 했다. 그녀는 남자가 욕망을 참지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좋은 향기를 풍기며 정은호의 품속으로 다가와 그의 목 언저리에 기대 키스를 퍼부었다. 정은호는 그녀의 몸짓에 피던 담배를 끊어 버리고 그녀의 샤워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렇게 그들은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예린은 얼굴이 빨개져 끊임없이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은호씨, 정은호씨…”정은호도 매우 흥분했다. 그는 눈이 벌개져 여인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자신이 몸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은호 씨, 우리 계속 부부로 살 수 있어요.” 그건 엄수지의 목소리였다.엄수지는 그의 아내다. 정은호의 눈빛은 갑자기 빛을 잃었다. 그는 멍해진 눈빛으로 약혼녀에게도 흥미를 잃었다. 예린은 한참이나 기다려도 남자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고개를 들어 멍때리는 정은호를 바라보았다. 예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은호씨, 정말 너무해요. 지금 다른 여자 생각하고 있는 거 맞죠?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다른 사람 품에서 밤을 보내고 있어요. 그 사람은 김준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요. 당신 이름이 아니라…” 정은호는 그녀에게 입을 닥치라고 했다. 하지만 예린은 아직도 화가 났는지 그만두지 않았다.“김준호에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자에게 미련이 그렇게 남아요? 정은호씨 철 좀 들어요. 제발.” 정은호는 예린의 얼굴에
더 보기

제1037화

정은호는 편지를 보낸 후 매일 밥도 먹지 않고 편지를 기다렸다. 추비서가 떠난 지 이틀이나 되었다. 엄수지는 화원에서 추비서를 맞이했다. 여름 끝자락에 엄수지는 낮잠을 자고 편한 옷차림과 함께 나른한 모습으로 그를 만나러 나왔다. 엄수지의 낯빛은 꽤 괜찮아 보였다. 추비서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만 정은호에게 결과를 들고 가야 했었기에 정신을 차리고 엄수지를 맞았다. 엄수지가 선물 박스를 열자 안에는 여러 가지 낙엽들이 깔려 있었고 금은보화도 함께 놓여 있었다. 언뜻 보아도 가격이 상당한 주얼리들이었다. 아마 수백억가량 할 것이다. 그녀는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은호가 이걸 왜 주는 거죠? 돈을 모아서 아내를 맞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추비서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제가 보기엔 대표님과 예린 씨의 혼사는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건 저랑 상관없어요. 그리고 이것도 저는 받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이랑 인사도 하지 않을 거예요.” …엄수지의 입가에 미소가 점차 걷어졌다. 추비서는 급히 화재를 전환하며 정은호가 쓴 편지를 건네며 엄수지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엄수지는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수지야, 참 오랜만이야.] … 그리고 마지막 글자까지. [정은호가.] 엄수지는 정은호의 사랑의 편지를 두 번이나 읽어보며 살짝 놀랐다. 그녀는 정은호를 사랑했었다.그래서 오늘처럼 떨어져 있어도 이런 사랑의 편지를 읽은 후에 마음이 이상했다. 그녀도 옛일이 조금 생각났다. 좋았던 기억, 안 좋았던 기억들이 밀려와 감정이 복잡했다. 엄수지는 천천히 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추비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의 눈가엔 저절로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물건들과 편지를 그 사람에게 다시 돌려줘요. 그리고 이 말을 대신 전달해 줘요. 나는 그 사람과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과의 미래도 앞으론 없을 거예요.” 엄수지는 마음이 아팠지만 마지막까지 이성을
더 보기

제1038화

정은호가 물러난 것이다. 예린도 여자로서 정은호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예린과 모든 일을 끝맺고 엄수지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고 싶은 것이다. 예린이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그 사람은 다른 쪽을 바라보네요. 당신이 아무리 재결합하고 싶다 해도 그 사람의 의사도 고려해야죠. 그 사람이 연하를 포기하고 당신 같은 중년 남성에게 돌아갈까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당신한테 돌아간다고 믿는 거죠?” …예린은 통쾌하게 속마음을 다 내비쳤다. 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죽일 듯이 예린을 노려보았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했었던 애인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한참 후 정은호는 불빛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린아, 이미 이렇게까지 됐으니 너한테도 숨기지 않을게.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수지랑 잘되지 않는다 해도 너랑 너와 나는 아니야. 당연히 너한테도 적절한 피해 보상은 줄 거야. 집을 줄까 아니면 현금을 줄까? 네가 골라.” 정은호의 옆으로 베개 하나가 던져졌다. 예린은 여자 연예인의 이미지를 다 던져버리고 울부짖었다. “정은호, 이 개자식! 나한테 프로포즈 했을 때 어떻게 말했어? 당신이랑 엄수지는 애초에 사랑은 없었다고 했었잖아. 내가 진짜 사랑이라며! 일 년밖에 안 지났는데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녀는 점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은호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기에 그 모습이 결코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다독이지 않고 그녀가 울게 내버려두었다.한 면으로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 면으로는 몸이 많이 허약했기에 위로할 힘도 없었다. 예린이 다 울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정은호는 그녀에게 열 자릿수의 수표를 던져 이로써 그들의 마지막을 기약했다.정은호가 던진 수표에 예린은 화가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던 그녀였지만 그 수표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독한 말도 함께 그에게 남겼다. “정은호 씨, 우리는
더 보기

제1039화

정은호는 헬스장에서 하루를 꼴딱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스님처럼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는 몇 살이나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은호는 10월에 B 시로 업무를 보러 갔다. 업무를 마치고 그는 3일의 휴가를 빌어 엄수지를 보러 갔다. 하지만 엄수지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정은호는 엄수지의 일정을 캘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저녁, 엄수지는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건 JH 그룹과 관련된 건으로 잘되면 그룹에게 수천억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많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엄수지는 이 저녁 자리를 아주 중요시했다. 그녀는 비록 두 명의 비서를 거느렸지만 상대방은 엄수지에게 술을 마시라고 계속 권하는 바람에 엄수지는 반쯤이나 취해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 측에선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2차로 가서 더 마시기를 원했다. 더 마시다간 엄수지는 토할 지경이었다.임 대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JH 그룹이 체면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룸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임 대표가 화를 내려든 찰나 들어오는 사람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손 인사를 했다. “정 대표, B 시는 어쩐 일인가? 일 보러 온 건가요?” 불빛 아래서 정은호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꽤 단정한 모양새였다. 그는 진지하게 임 대표와 악수를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 “임 대표님과 제 아내가 아시는 사이인가요?” 아내? 임 대표는 정은호의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는 정은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엄수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엄 대표가 아내라고요?” 정은호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항상 그랬었죠. 요즘에 이 사람이 사업을 하겠다고 JH 그룹과 협업 중이에요. 그럼 지금 사업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제가 방해한 건가요?” 임 대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혁에게 밉보일
더 보기

제1040화

밤이 되어 모든 곳은 조용해졌다. 클럽 아니었지만 술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곳엔 정은호의 뒷모습만 남겨졌다. 엄수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창밖으로 달이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그들이 과거 감정 같았다. 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내뱉지 못했다. 경직된 몸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수지야.” 정은호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그는 원치 않았다. 그에게서 멀어져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정은호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고 그녀가 돌아와야만 그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엄수지는 고개를 속이고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은호는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더 큰 힘으로 잡았다. 한참 후에 그녀는 낮게 입을 열었다. “놓아줘요.” 정은호는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엄수지는 힘껏 손을 빼내느라 피부가 쓸려 아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미 칼을 뺀 이상 뭐라도 썰어야 했다. 그들의 결말은 이미 이별로 낙인 지어졌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들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엄수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다. 하지만 그녀는 정은호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얼만큼 결혼 생활에 대해 기대를 했는지, 얼만큼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건 지나갔다. 그들의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 엄수지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의 숫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아마 그녀가 정은호를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일 것이다. 이후로 그들은 남남이다. 정은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은호는 익숙하던 화려한 장소에 서 있었지만 지금 이
더 보기
이전
1
...
102103104105106
...
12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