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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밤이 되어 모든 곳은 조용해졌다.

클럽 아니었지만 술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곳엔 정은호의 뒷모습만 남겨졌다.

엄수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창밖으로 달이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그들이 과거 감정 같았다.

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내뱉지 못했다.

경직된 몸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수지야.”

정은호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그는 원치 않았다.

그에게서 멀어져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정은호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고 그녀가 돌아와야만 그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엄수지는 고개를 속이고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은호는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더 큰 힘으로 잡았다.

한참 후에 그녀는 낮게 입을 열었다.

“놓아줘요.”

정은호는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엄수지는 힘껏 손을 빼내느라 피부가 쓸려 아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미 칼을 뺀 이상 뭐라도 썰어야 했다.

그들의 결말은 이미 이별로 낙인 지어졌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들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엄수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다.

하지만 그녀는 정은호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얼만큼 결혼 생활에 대해 기대를 했는지, 얼만큼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건 지나갔다.

그들의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

엄수지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의 숫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아마 그녀가 정은호를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일 것이다.

이후로 그들은 남남이다.

정은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은호는 익숙하던 화려한 장소에 서 있었지만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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