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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엄수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가 절로 떨려왔고 땀방울이 맺혀 그녀의 피부가 더욱 광택감이 들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정은호는 다시 한번 욕망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 발생한 사건은 아주 급박했기에 그는 다시 생각하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는 엄수지를 고려해 자신의 몸을 정비한 후 그녀에게 실크 가운을 덮어주고 부드럽게 말했다.

“갔다 와야겠어. 너랑 연경은 여기에 당분간 있어. 내가 일을 처리한 후에 우리 한 가족 다시 모이자.”

엄수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화장대에 몸을 살짝 기대며 눈을 내리깔았다.

“정은호 씨 우리 사이엔 핍박만 있지, 한 가족이 모인다는 건 이젠 없어요.”

“나를 가두고 노예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하는 일 없이 당신만 기다리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온 세상에 당신만 있는 그런 사람...”

...

그녀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정은호를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나는 싫어요. 당신이 H 시의 정은호라고 해도, 당신이 설령 전 세계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예전의 나날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연경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연경은 권력 있는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그녀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워낼 수 있는 가정이 필요한 거라고요.”

엄수지는 평온하게 모든 걸 내뱉었다.

아무런 원망도 사랑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조를 개의치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어머니로서 책임감이 더 중요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정은호는 소름이 끼쳤다.

몇 년간 사업이 바빠 정은호는 아내를 자신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인격과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더 생각하지도 않았다.

엄수지가 입을 열자 그들 사이의 거리는 더욱 먼 것처럼 느껴졌다.

정은호가 입을 열었다.

“수지야.”

엄수지는 쓰게 웃었다.

“날 떠나게 해줘요. 당신이 신분과 우리 과거의 정을 봐서라도 나는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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