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가 절로 떨려왔고 땀방울이 맺혀 그녀의 피부가 더욱 광택감이 들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정은호는 다시 한번 욕망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 발생한 사건은 아주 급박했기에 그는 다시 생각하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는 엄수지를 고려해 자신의 몸을 정비한 후 그녀에게 실크 가운을 덮어주고 부드럽게 말했다. “갔다 와야겠어. 너랑 연경은 여기에 당분간 있어. 내가 일을 처리한 후에 우리 한 가족 다시 모이자.” 엄수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화장대에 몸을 살짝 기대며 눈을 내리깔았다. “정은호 씨 우리 사이엔 핍박만 있지, 한 가족이 모인다는 건 이젠 없어요.” “나를 가두고 노예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하는 일 없이 당신만 기다리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온 세상에 당신만 있는 그런 사람...” ...그녀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정은호를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나는 싫어요. 당신이 H 시의 정은호라고 해도, 당신이 설령 전 세계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예전의 나날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연경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연경은 권력 있는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그녀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워낼 수 있는 가정이 필요한 거라고요.” 엄수지는 평온하게 모든 걸 내뱉었다. 아무런 원망도 사랑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조를 개의치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어머니로서 책임감이 더 중요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정은호는 소름이 끼쳤다. 몇 년간 사업이 바빠 정은호는 아내를 자신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인격과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더 생각하지도 않았다. 엄수지가 입을 열자 그들 사이의 거리는 더욱 먼 것처럼 느껴졌다. 정은호가 입을 열었다. “수지야.” 엄수지는 쓰게 웃었다. “날 떠나게 해줘요. 당신이 신분과 우리 과거의 정을 봐서라도 나는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 사이
정은호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연경이 제대로 못 먹었어요.” 엄수지가 답했다. “집에 가서 먹으면 돼요.” 정은호는 멍해졌다가 한참 후에야 그는 담담히 웃으며 그녀의 말을 반복했다. “그래,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정은호는 매우 아쉬웠다. 그는 엄수지에게 별다른 걸 남겨주지 않았지만 연경에게 저택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B 시로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 연경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엄수지는 결코 승낙하지 않았다. 떠날 때 정은호가 그들을 데려다주었다. 한 시간 후, 차가 엄수지 저택 앞에 멈춰 섰고 엄수지는 차 안에서 밖을 조용히 내다보고 있었다. 그들 앞엔 검은색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김준호는 검은 옷차림으로 차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초췌한 모습이었고 두 눈엔 핏기가 어려 있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새였다. 정은호가 차를 멈췄을 때 김준호도 유리를 통해 차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때 연경이 두 손을 흔들었다. “삼촌, 삼촌!” 엄수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정은호도 앞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 “내가 가서 설명할까?” 엄수지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가 전남편의 겁박 때문에 전남편과 일주일 동안 임시 부부로 지냈다고? 엄수지는 결코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는 김준호의 시간을 더 이상 빼앗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차 문을 잡은 그녀의 손이 저절로 떨렸다. 그때 정은호가 “수지야”라고 부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엄수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다. “이거 놔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차에서 내려 김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직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와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만 한다. 엄수지는 정은호의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입술이 떨려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김준호와 함께했던 시간은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다.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김준호가 그녀
정은호는 티슈 한 장을 꺼내 엄수지에게 건네줬다. “미안해 수지야. 나는 우리 같은 나이에도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어.” 그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차에서 내린 후 정은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평생 이렇듯 미친 듯이 한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엄수지가 있었다. 그는 엄수지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정은호는 H 시로 돌아왔다. 그는 두 주일가량 사고 수습에 몰두했고 문제는 완벽하게 처리되었다. H 시에서 그는 창창 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그때 정은호는 사직하려는 마음을 먹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비에 수백 개 언론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정은호는 깔끔한 모습으로 언론사 앞에 나타났고 그의 앞엔 8개 마이크가 놓였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똑똑하게 전 세계에 들려지게 되었다. 그는 마이크에 대고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저는 모든 업무에서 사직하겠습니다.” “사적인 원인입니다.” “저번 달 B 시에서 휴가를 지낼 때 전 부인의 반항에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겁박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부족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전 부인은 저를 소송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저는 스스로 평생. 저를 구금할 생각입니다. 엄수지를 사랑하니까요.” ...정은호는 기자들 앞에서 크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는 엄수지에게 미안해서 이런 방식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그녀에게 다시 한번 행복할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참 비굴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평생 딱 한 번 바보 같은 짓을 했다. 하지만 이건 엄수지를 위한 일이었기에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현재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조용해진 후 일부 사람들은 그를 욕하기 시작했고 그 욕은 꽤 듣기 거북한 수준이었다. 정은호는 보디가드의 보호 속에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것은 예전에 그가 목숨까지 내바치던 직장이었다.
2년 후 B 시 조씨 저택. 박연희는 세 번째 아이를 출산 했고 이름을 민연이라고 지었다. 조은혁이 사랑하는 또 다른 딸이 태어난 것이다. 그해 박연희는 34살이 되었다. 겨울 칼바람이 지나고 봄기운이 느껴질 때, 아직 밖은 추웠지만 주택 안은 봄 기온처럼 따뜻했다. 네 살이 된 우현은 지금 막 뛰어다니는 나이여서 집 곳곳을 뛰어다니었다. 조은혁은 몇 번이나 그런 우현을 닦달했다. 작은 아들에게 잔소리를 한 후 조은혁은 자신이 작은딸을 안아 들었다. 늦은 밤 2층의 안방은 너무 조용했다. 작은 아이는 배불리 먹고 배를 드러내고 편하게 드러누웠고 아이의 하얀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조은혁이 문을 열고 나른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아이가 깰까 봐 크게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이를 보는 조은혁의 얼굴은 부드러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민연의 작은 팔과 다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곁에서 박연희는 아이에게 젖을 다 먹인 후, 단추식으로 된 잠옷과 검게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편지를 읽고 있었다. 그 편지는 엄수지가 보내온 것이었다. 2년 전, 엄수지는 오스트랄리아로 건너가 김준호와 함께 가정을 이뤄 연경을 함께 키우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박연희는 엄수지의 행복에 그녀의 일처럼 기뻐했다. 박연희는 화장대 앞에서 연필을 꺼내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초봄이 왔는지 이미 눈은 전부 녹았습니다.] [민연도 두 달이 지나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저와 은혁씨는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가끔씩 언니 편지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따뜻합니다. 언니랑 비록 떨어져 있지만 명절 때마다 언니가 저한테 선물을 보내주니 계속 함께 있는 느낌이 듭니다.] [언니가 보고 싶긴 하나 그곳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이정도 작은 이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연경이 보고 싶습니다. 연경의 두 돌 생일을 축하합니다.] [박연희가.] ... 조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조은혁은 미처 막을 겨를도 없었다.그는 이를 꽉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조우현! 넌 동생 갖고 싶지 않아?”그러자 조우현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잽싸게 도망쳐버렸다.저 멀리 도망가버린 조우현을 바라보며 조은혁은 그대로 박연희의 옆에 누웠다.그는 박연희를 품속으로 끌어당겨 키스한 후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조만간 저놈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 덤벙덤벙한 게 대체 누굴 닮았는지 몰라. 그래도 진범이와 민희 같은 아이들은 키우기 마음도 편하고 힘도 덜 들어가니 많이 낳아도 문제없다니까.”한편, 박연희는 조은혁의 몸 위에 엎드려 조용히 숨을 헐떡였다.그녀는 작은 얼굴을 남편의 목덜미에 기대어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당신도 맨날 입으로는 밉다고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우현에 대한 애정도 절대 적지 않잖아요.”그 말에 조은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누워있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우현이도 연희가 10달 동안 품은 아이인데 어찌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나는 이 집안의 아이들을 하나같이 모두 좋아하고 사랑해주고 있다고.”조은혁은 이렇게 말했지만 박연희는 알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은희의 존재가 유난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가끔 밤에 잠에서 깨면 조은혁이 작은 침대 옆에 서서 묵묵히 은희를 응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버지로서의 부드러움과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깃들여진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고요한 밤,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어쩌면 은희의 성장과 그 시간이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을까.하물며 박연희는 진작에 조은혁을 용서해주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16년이 지나버렸다.김준호를 따라 귀국한 엄수지는 A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B시로 돌아와 JH그룹 본사의 부회장직을 이어받게 되었다.토요일 밤, JH그룹은 엄수지를 위해 환영회를 열었고 같은 시각, 조은혁은 엄수지를
B시 조씨 가문 별장.조은혁은 전화를 끊고 화가 치밀어 올라 끙끙거렸다.드레스룸에 있던 박연희는 진주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방금까지 신나게 전화해놓고 왜 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어요? 또 진범이 때문이에요?”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화가 반쯤 풀린 조은혁은 드레스룸에 들어가 두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강아지가 된 듯 아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날 이렇게 화나게 하는 놈이 또 누가 있겠어? 지금 소꿉친구한테 반했다고 하잖아. 그냥 나 열 받게 하는 거라니까.”그러자 박연희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여 남편의 두 손을 부드럽게 꼭 잡아주었다.“2년 전에는 진범이도 아직 젊으니 한창 뛰어다녀야 한다 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단련시키려고 하와이에 보냈던 거고요. 사업을 잘해오니 또 애를 낳아야 한다며 다그치고... 은혁 씨 너무 이중적인 아빠 아니에요? 당신은 심지어 저 나이에 꽃밭에서 한껏 즐겼잖아요. 설마 진범이도 바람둥이로 키우고 싶어요?”...조은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아내의 목을 살짝 움켜쥐며 중얼거렸다.“그때 난 감옥에 있었는데 웬 꽃밭...”박연희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진범이도 민희 데려오겠죠? 요 몇 년 동안 항상 붙어 다녔잖아요. 얼마나 아꼈으면 Y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조차도 민희를 데리고 갔겠어요. 정말 보기 힘든 좋은 오빠라니까요. 그러니까 진범이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마요.”이른 아침, 조은혁은 아내를 껴안고 의기소침해져 계속하여 투덜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성욕이 불타올라 당장이라도 박연희를 덮치려고 하던 그때, 1층 정원에서 승용차 소리가 들려오더니 약 2분이 지난 후, 차는 다시 별장을 떠났다. 박연희가 조은혁을 툭툭 밀어내며 말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세요, 누가 왔는지.”이에 조은혁은 할 수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살펴야 했다.그는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갔다.1층에서 고용인들은 한창 아침 식사
박연희는 또 특별히 신경 써 국내 최고의 밴드와 미슐랭 제빵사를 초대했고 샴페인도 가장 좋고 가장 비싼 것을 꺼내주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 내내 저택 안에는 상당히 좋은 분위기가 지속되었다.한편, 조은혁은 엄수지를 데리고 다니며 그녀를 그룹의 고위층에게 직접 소개해주었다.한 해가 지나니 엄수지는 전보다도 훨씬 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하이볼을 손에 쥔 채 한 바퀴를 쭉 훑어보고는 조은혁에게 물었다.“진범이는요? 왜 안 보이죠?”조은혁 역시 이리저리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이 녀석은 워낙 접대하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죠. 엊그제서야 애 엄마와 얘기했는데 26살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여자친구를 찾지 않고 있다니까요... 오늘 밤에는 연희가 특별히 고씨 집안의 보배까지 초대했다고 하니 그 여자의 자태와 능력이라면 아마 진범이 이 녀석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네요.”그러자 엄수지도 빙그레 웃으며 맞장구쳤다.“고씨 집안의 아가씨라면 확실히 훌륭한 분이시지요.”때마침 박연희가 다가왔고 엄수지와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은혁은 그 틈에 조진범을 찾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별장 3층.동향으로 된 큰 방은 장남 조진범이 지내고 있는 방인데 무려 65평에 달하는, 모든 시설이 완비된 공간이었다... 방 가장 안쪽에 있는 침실, 짙은 검은색의 가구들, 그리고 짙은 검은색의 실크 시트와 이불까지.밤은 고요하고 등불은 어딘가 싸늘하게 느껴졌다.어두운 침대 위에는 얇은 몸매를 드러낸 여인이 누워있었는데 사무엘 시란스크의 누드톤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어 유난히 가녀려 보이는 자태와 뽀얀 피부를 자랑했다.조민희는 샴페인 반 잔을 마시고 이미 취해버렸다.그리고 조진범은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 틈을 타 재빨리 그녀를 침실로 데리고 와 보살펴 주었다. 집에서는 줄곧 자제해왔지만 아마 술을 마신 탓인지 오늘따라 견디기 힘들었다.곧이어 조진범이 민희와 깍지를 끼고 침상에
사실 애초에 그들은 정당한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집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조진범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반드시 합격한 그룹의 후계자를 낳아야 하며 조진범의 아내는 반드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그러나 조민희는 아름다움 외에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조민희는 학교에 거의 다니지 않았다. 그 후, 조진범은 그녀를 영국에 데려가 원하는 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 조진범은 틈틈이 그녀와 함께 스케치를 완성하고 전 세계의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아직 세상 물정에 어두울 나이에 그녀의 몸을 차지해 버렸다.그해 조민희는 20살로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그리고 그날 밤, 조민희는 매우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조진범의 목을 꽉 끌어안고 계속 오빠라고 부르며 애원하기도 했다. 조민희는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기에 이 고통은 분명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여 오빠가 자신을 벌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그러나 조진범도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나중에는 조진범이 옷을 벗으면 그저 순순히 눈을 감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였다.그때는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마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반년 동안 생리 중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밤 그녀의 몸을 차지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적어도 네다섯 번은 관계를 맺곤 했다.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을 겪고 나서야 조민희는 비로소 여자의 즐거움을 맛보았다.하와이에서 지낼 때 두 사람은 정말 부부처럼 지냈고 아무도 그 비밀을 알지 못했다.그러나 조진범은 조민희와 결혼할 수 없다.더욱이 그녀를 임신시킬 수도 없다.하여 조진범은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었고 조민희에게도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조진범은 조민희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고 오직 조진범만을 바라보는 바보도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멍하니 조민희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